이스마엘의 결단

[ 예화사전 ]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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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7월 05일(화) 16:50

허만 멜빌의 소설 '백경(Moby Dick)'은 매우 상징적인 문구로 시작한다. "날 이스마엘이라 불러다오!(Call me Ishmael)". 이스마엘의 뜻은 '추방자'이다. 그는 아브라함의 서자로 마침내 아버지로부터 추방되어 지금 팔레스타인의 조상이 되었다. 아마도 작가는 당시 겉으로는 철저한 청교도 신앙으로 무장했지만 실제 생활에서 부패의 냄새를 펄펄 풍기는 미국 사회를 향해 신앙인으로서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 생각된다. 

이스마엘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피쿼드 호라는 포경선을 타게 된다. 포경선에 오르기에 앞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결단을 한다.

먼저 그는 '나는 결코 승객은 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승객은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될 수 있으며, 바다의 참된 기쁨을 맛볼 수 없기에 거부한다. 그는 또 제독이나 선장의 지위가 주어진다 해도 거부하겠다고 말한다. 영예와 존귀는 있을지 모르지만 뒤 갑판에 있는 제독이나 선장은 항상 앞 갑판의 선원이 마시고 난 공기를 마시는 셈이기에 거부한다고 한다. 요리사도 싫다고 한다. 설혹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겠지만. 그는 바다에 나갈 때 선원이길 원한다. 앞 갑판이나 제일 높은 마스트 꼭대기에서 일하고 싶다고 한다. 거기에는 건전한 육체와 깨끗한 대기가 있어서 좋다. 바람도 순풍 보다는 역풍이길 원한다. 일반 선원이 혹 지위가 낮을지 모르지만 노고에 대한 대가를 확실히 지불받기에 선원이길 원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항구에는 안정과 휴식이 … 충만하지만 폭풍 속에 있는 배에게는 항구와 육지 그 자체가 위험하고 해롭다"며 "바람이 불어가는 곳이 설사 안전한 곳이라 할지라도 거기에 부딪치는 불명예를 짊어지는 것보다는 사납게 몸부림치는 넓고 넓은 바다에서 소멸돼 버리는 게 낫지 않은가?"고 반문한다.

갑자기 마음속에 두 단어가 떠오른다. '작업복'과 '연미복'이다. 이스마엘을 통해 멜빌은 우리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작업복이 좋으냐, 연미복이 좋으냐?' 세상에 연미복 입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파티를 즐기는 인생이 싫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평생 연미복만 입고 살기 원하는 사람은 강남 제비 밖에 더 있으랴!

작금에 한국교회는 너무 일찍 연미복을 입고 살기 원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연미복은 어쩌다 입는 것이다. 작업복을 사모하고, 갑판 제일 높은 마스트에서 신선한 공기를 들이키며 현장을 뛰어다니기를 원하는 이스마엘의 결단이 가슴에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은 나만의 현상일까?

조인서 / 목사 ㆍ 지명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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