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터틀넥 전략

[ 예화사전 ]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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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6월 22일(수) 09:32

이번에도 그는 검은 색 터틀넥을 입고 있었다.
지난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는 애플이 매년 한 차례 갖는 연례개발자회의(WWDC)가 열렸다. 그곳에서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잡스는 '아이클라우드'라는 일종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직접 공개했다. 질병으로 고생한 듯 마른 모습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하프 터틀넥과 물 빠진 리바이스 청바지, 그리고 흰색 뉴발란스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12년을 고집해 온 스티브 잡스의 트레이드마크이다. 세계적인 CEO의 패션 치고는 초라하기 짝이 없고 촌스러운 시골의 '모범생 룩'이다. 심지어 예전에는 레스토랑에서 누추한 차림 때문에 출입을 제지당한 일화도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잡스의 패션은 항상 세계인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데, 스티브 잡스이기 때문에 누추하고 무신경한 그의 패션조차 멋있어 보이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룩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그저 편하고 좋아서,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라고 말하면서 옷 입는 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에 차라리 다른 것을 생각하겠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그의 고집스러운 패션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다. 어느 날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의 뉴욕 매장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다름 아닌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였다. 그는 다짜고짜 말했다. "미야케의 검정 터틀넥을 수십 벌 샀는데 이제 몇 벌 남지 않았소. 새로 구입하고 싶은데 재고 있나요?" 하지만 그 제품은 이미 재고도 없을뿐더러 더 이상 제작되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스티브 잡스는 일본의 이세이 미야케 직원들을 자신이 있는 실리콘 밸리까지 불러서 자기가 가지고 있던 셔츠와 동일한 패턴과 실로 만들어진 셔츠, 즉 소매를 걷어 올렸을 때의 느낌조차 똑같은 제품을 추가 주문하는데 성공했다. 그의 집요한 열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결국 잡스의 옷차림은 고도의 계산된 전략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 그에게 있어서 상품 설명회는 비즈니스의 예전(liturgy)이며, 옷차림의 이 심플한 조합은 일종의 비즈니스 제사장 복장이라 할 수 있다. 패션 전문가들은 잡스가 그런 단출한 옷차림을 고집하는 이유를 자신의 상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한국교회는 스티브 잡스에게 배워야 한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애쓰지 말고, 예수님을 드러내기 위해 애쓰는 목회자들이 많아지기를 고대한다.

조인서 / 목사 ㆍ 지명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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