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기목사의 병영상담(2)

[ 연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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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6월 08일(수) 11:32

A: 훈련병 때에도 군종목사와 상담할 수 있는 것일까요?

B: 예, 훈련소에서도 군종목사와 개별적인 상담과 집단상담을 할 수 있습니다. 예배시간에 쪽지를 적어 기도제목을 드릴 수 있고, 개인상담 요청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필자는 훈련병들에게 주일 예배시간마다 쪽지를 나누어(훈련병시절에는 현금으로 헌금하기가 쉽지 않음) 주어서 헌금함에 감사, 기도제목, 고민 및 애로 사항, 상담내용 등을 적어서 봉헌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훈련병들과 함께 훈련소를 수료하기 전에 집단상담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훈련병 집단상담은 첫 번 째 주 자살예방 인지교육이라 할 수 있는 훈련병 인성 교육을 들으면서 자신의 속 마음을 작은 쪽지에 담아 기록하게 한 후 10여 명을 선발하여, 훈련소 수료 전 날 함께 이야기하는 일회적 집단상담이라 할 수 있다.

일회성의 만남이지만, 군복을 입은 목사이기에 가능한 공식적인 목회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성경에 나타나는 예수님과의 만남의 사건도 한번 만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않았던가? 신병교육대를 맡고 있는 사단 목사에게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지혜롭게 적용되어야 할 사역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만남들을 "꼭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에게 어떤 불이익이 있을 것입니다"라는 강제성이 있었다면 아무리 특권처럼 여겨지는 훈련병들의 들어주는 사역은 정말 버겁고 힘든 고역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삶의 보람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사단목사의 특별한 은총이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이들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훈련병 집단상담 후에 기록한 몇 명의 글을 선택하여 발췌해보았다.

"제 인생 22년에 비해 2시간이라는 시간은 굉장히 짧은 시간인데 이 2시간의 힘이 비관을 긍정으로 만들어 냈다"

"처음 군에 와서 몇 주간은 정말 눈을 감은 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고 막막하여 군에 온 것을 후회하였다. 빨리 이 순간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오늘 이 황금 같은 시간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에 금이 간 것 같고, 안보일 것 같은 현재와 미래가 아주 조금씩 보일 듯 희미하지만, 이것은 곧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군 생활 하는 동안 21년간 닫혔던 나의 눈이 뜨였으면 한다"

누군가가 "왜 당신은 아직 군에서 목회하십니까? 당신의 목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역이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내 사역은 들어주고 기다려주는 사역입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가장 큰 즐거움을 느끼십니까" 다시 묻는다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장병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세상은 내가 경험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안전하고 따듯하고 살만한 곳이구나를 경험하는 순간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군에 처음 들어온 장병들이 목사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아주 의미 있는 중요한 경험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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