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특집 - 한국교회 선거문화 바꿔야 한다

[ 연재 ] 언론이 주목하는 한국교회 선거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11년 05월 26일(목) 15:44

 한국교회가 도마위에 올라와 있다. 벌거 벗은 채로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기독교는 특성상 다른 종교에 비해서 외부에 노출되는 정도가 크다. 따라서 교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줄 수밖에 없다. 사회는 교회에 거는 기대치가 높다. 어느 사회보다도 정직해야 하고, 정의로워야 하며,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바램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교회 모습은 더럽다 못해 썩어 악취가 나고 있다고 말한다. 추한 모습 그대로이다. 최근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둘어싸고 벌어진 사건들이 한국교회의 단면이라고 단정 짖기도 한다. 그 중심 내용은 선거 문제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모임을 대표하는 지도자가 있기 마련이다. 교회 또한 이런 저런 모임이 있다. 그 각각의 모임 마다 대표자가 있고 이 대표를 세우기 위해 선거를 한다. 대부분 서로 양보하는 것이 미덕으로 알고 실천하고 있지만 유독 목사ㆍ장로들이 모이는 교회 연합활동에는 치열한 경선과정을 거쳐 대표자를 선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세인들로부터 손까락질을 받을 만한 일들이 일어 나고 있다. 본보 5월 특집에서는 이같은 한국교회의 잘못된 선거문화가 바른 선거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한국교회 선거문화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기획했다.

 1. 한국교회 선거 현실

 총회 개회를 앞두고 전국에서 모여든 총대들과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부총회장에 출마한 후보자의 비서로 일하고 있는 한 목사가 한 장로와 마주했다. 총회가 열리는 교회 사무실 옆에 마련된 작은 방이다. 이 장로는 은퇴를 얼마 안 남겨 놓은 교단내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 장로의 손에는 손가방이 들려져 있었으며, 후보자의 비서 목사가 속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내 건네주자 가방에 넣고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사라졌다. 이날 돈을 건네줬던 후보는 부총회장에 당선되었으며, 1년후에는 교단을 대표하는 총회장에 취임을 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대표회장 선거와 관련된 내용이 한 공중파 방송에 보도됐다. '한기총 돈선거 10당 5락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내용은 10억원을 쓰면 대표회장에 당선되고, 5억원을 쓰면 낙선한다는 내용으로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는 내용으로 기획됐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이미 공개적으로 "돈을 써야만 대표회장에 당선되더라"고 밝힌 인터뷰가 방영된 바 있다. 인터뷰 당사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표회장에 출마해서 돈을 안쓰니까 떨어지더라. 그래서 다음해에 재출마 하면서 돈을 쓰니까 당선됐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오고가던 교계의 금권선거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한기총 대표회장은 1년 임기로 매년 선거를 치른다. 또 각 교단의 교단장도 1년 임기(감리교 감독회장은 4년)로 역시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대부분의 교단이 부총회장이 자동으로 총회장을 승계하는 제도를 선택하고 있어서 사실상 부총회장 선거가 총회장을 선거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방송에서 보도한 내용대로라면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를 위해 매년 10억원 이상이 뿌려진다는 것이며, 본교단을 비롯해 굵직한 교단의 선거도 같은 내용으로 치러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때 한국교회는 매년 최소 50억원 이상이 선거비용으로 사용된다.
 여기에 후보자가 난립할 경우 한 명이 10억씩만 선거비용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한 교단에서 몇 10억원이 공중 분해되어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본교단에서 부총회장 후보로 출마한 바 있는 인사의 증언에 따르면 선거 운동을 위해 총대들을 만나면 일단 식사 비용이 들어가고 거마비조로 봉투를 전하는 것이 관례화 되어있다. 이 거마비의 액수는 총대 개인의 인지도에 따라 다른데 최근들어서는 적게는 30만원에서 50만원까지이며, 특별한 인물일 경우에는 그보다도 더 큰 금액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한 후보가 총대 1천명을 만난다(직접 만나기도 하지만 중요 인물들을 만난서 전달하기도 함)면 30만원씩 거마비를 건낼 경우 3억원이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자리를 2, 3차례 가질 수밖에 없다고 당사자들은 토로한다.
 이러한 돈 선거의 중심에서는 결국 돈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있다. 지난달 21일 열린 서울노회에서는 총회 금권 선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회원들간에 선거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이 터져 나왔다. 총대로 선출되는 순간부터 부총회장으로 입후보한 선거 운동원들로부터 연락이 오고 돈이 들어왔다고 고발했다.
 후보자들의 입장에서는 또 그들만의 고충을 이야기 한다. 스스로 입후보를 선언하고 선거 운동을 시작하기도 하지만 주변에서 입후보를 부추기는 경우도 종종있다. 그리고 입후보 의사가 알려지는 순간부터 수시로 연락을 해오고 찾아 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부총회장에 입후보했던 또 다른 인사는 "평소 안면도 없었던 분이 찾아와서 정보기관에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이번 선거에 도움을 주겠다는 말을 하고 지지자 1백명을 확보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면서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아무말 없이 나가 버렸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으니 다른 후보한테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던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선거 브로커가 선거철만 되면 나타난다는 것이다. 후보자들은 결국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들에게 금품을 전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들의 힘(?)은 "당선시키지는 못하더라도 떨어지게는 할 수 있다"는 것. 결국 당선을 목적으로 출마한 후보자들은 이들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며 실태를 고발하듯 하소연 한다.
 한국교회의 선거 문화 실태는 이미 공중파 방송에서도 주목을 할 만큼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어 놓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적인 인맥관계로 얼키고 설켜 있어 문제의 고리를 끊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경험해 본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공공연하게 돈이 오고가는 현장을 보고도 누구하나 나서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문제를 삼는 쪽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까지 있다. 선거를 관리하는 위치에 있는 기구도 수수방관만 한다. "다 아는 처지에 그런일로 원수가 될 필요가 없지 않냐"고 반문한다.
 과연 한국 교회의 추악한 선거 문화는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 얼마나 더 창피를 당해야 하나? 자정의 노력이 없으면 결국 밖으로부터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을 두려워 해야하지 않을까. 그 때는 개인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의 문제이며, 하나님의 나라 확장을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 분명하다. 이보다도 오고가는 선거 자금이 교인들의 피땀이 배어 있는 헌금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박만서 mspark@pckworld.com

 2. 뿌리까지 부패

 "한국교회의 총체적 위기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이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지도자'라고 꼽고 있다. 그러나 총체적 위기는 지도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한국교회 전체가 문제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를 꼽는다면 '선거 문제'를 들 수 있다.
 교회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모임들이 있다. 그 모임들마다 조직을 갖추기 마련이다. 모임 중에는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주목을 받고 빛이 나는 곳에는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며, 연말이 되면 좀더 편하면서 빛(?)이 나는 조직에 포함되기를 원하기도 한다. 교회 규모가 클 수록 이같은 현상이 더욱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좀 더 담임목사와 가까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기도 한다.
 총회 총대로 나오는 장로 중에 상당수가 '실업자'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같은 결과를 교회로 확대하면 교회 시무 장로 중에 직업이 없는 장로들이 상당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생활을 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교회로 출근을 하는 장로도 있다.
 경제적 능력이 있어서 생활에 불편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교회내에서 직업을 구하기 위해 맴돌기도 한다. 교회 사무장 자리를 놓고 장로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교회 마다 직원 채용 원칙을 교회밖 제3의 인물로 고수하는 경우도 있다. 교회가 연관되어 있는 각종 시설이 있는 경우에는 경쟁이 더욱 더 치열하다. 인사권이 담임목사에게 있는 경우에는 더욱 더 친담임목사 인물(?)이 되기 위해 경쟁을 하기도 한다. 서울의 한 대형 교회의 경우 교회에서 운영하는 복지기관장을 놓고 장로들 간에 경쟁을 벌여 교회가 어려움을 겪는 일까지 있었다.
 이러한 경쟁은 곧 교회마다 갖는 항존직 선거에서 나타난다. 교회내에서 항존직이 계급화 양상을 보이면서 선거는 더욱 더 치열해 지고 있음을 보게된다.
 대부분의 교회들이 항존직을 임명하기 위해서 선거를 하고 있다. 본교단 헌법에 따르면 항존직은 장로와 집사, 권사이며 장로는 설교와 치리를 겸하는 목사와 치리만을 하는 장로로 구분하고 있다. 목사의 경우 청빙절차 과정에서 위임목사는 공동의회 출석회원 3분의 2이상, 임시목사의 청빙은 제직회 출석회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부목사는 제직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문제는 항존직중 교인들의 투표(공동의회에서)로 선출하는 장로와 집사, 권사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교회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로는 공동의회에서 총 투표수의 3분의 2이상을 득표해야 하며, 집사와 권사는 강회의 결의로 공동의회에서 투표수의 과반수를 득표해야 한다.
 중ㆍ소형교회의 경우는 교인들 간에 서로 안면이 있기 때문에 투표를 통해 항존직을 선출하는 데에 크게 어려움이 없지만 대형교회의 경우 특정한 인물이 아니면 공동의회에서 정해진 수의 득표를 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자격조건을 갖춘 인물들 간에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교인들 사이에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하고 상처를 남기거나 때로는 교회가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교회들 마다 선거철이 되면 선거운동을 금하는 규정들을 내어 놓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T교회의 경우 선거가 시작되면서 교인들에게 득표를 목적으로 전화를 하거나 식사를 대접하는 일은 금하도록 광고를 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회 K목사는 "선거 일정이 교인들에게 알려지면 후보로 거론되는 교인들이 남ㆍ녀 선교회, 각종 자치회 등을 찾아 다니며 식사를 대접하는 일이 공공연하게 이루어 지고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이같은 선거운동을 저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선거가 끝난 후에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말한다.
 교회의 선거가 잡음이 없이 깨끗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는 결과에 따라 교회가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H교회의 경우 자격조건을 갖추지 못한 인물이 선거 운동을 통해 장로에 선출되면서 교회가 양분된 가운데 수 년 동안 갈등을 빚고 있는 모습에서 이같은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노회장 등을 비롯해 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노회 선거는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노회는 정치만 남았다"는 지적이 쉽게 받아들여 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노회에는 크게 두 번의 투표가 있다. 하나는 부노회장(일부 노회에서는 노회장도 투표로 결정) 선거와 총회에 파송되는 총대를 선출하는 투표이다. 대부분의 노회들이 학연 지연 등등으로 4분5열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선거를 앞두고 계파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 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합집산이 진행되면서 비정상적인 정치가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세력을 확보하지 못한 후보자의 경우 물량공세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교회 규모는 큰데 노회내에서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 돈으로 선거를 치르는 일들이 더욱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노회 때가 되면 노회원들의 모임이 잦아지기 마련이고, 이 곳을 찾아다니는 후보자들의 씀씀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노회 선거는 계보 즉 정치그룹 간에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집안 단속(?)과 함께 캐스팅보트 역할이 가능한 집단과 손을 잡기 위한 정치가 치열하게 전개된다. 그러면서 임원 자리를 약속하는 매관매직도 서슴치 않고 이루어 진다. 결국 노회의 역할을 감당하기 보다는 자리 싸움을 위한 정치만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전락했다.
 노회장 선거와 함께 이루어지는 총회 총대 선거는 이미 짜여진 각본에 의해 이루어 지는 경우가 많다. 정치 세력들간에 나누기 식의 요식행위로 투표를 진행된다. 이미 내정된 회원들의 명단이 쪽지로 돌기 일쑤이다.
 A노회에 소속한 P목사는 최근 봄노회가 끝나면서 "노회에 희망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며, "노회가 발전을 위해 정책을 논의하고 사업을 계획하는 것은 뒷전이고, 선거하는 일에만 모든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노회내 각 정치 그룹의 리더격인 소수에 의해 노회가 좌지우지 되고 있다"면서 "이들은 교회를 돌보기 보다는 노회 정치와 총회의 정치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고 비난한다.
 어느 조직이든지 대표자를 세우기 마련이며, 이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이 선출과정에 돈이 오고가고, 정치적 이합집산으로 인한 인물 내세우기식이 되어서는 않된다. 조직을 바르게 이끌 뿐만 아니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을 선출하는 정직한 선거가 바닥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박만서mspark@pckworld.com

 3. 정책대결 없는 선거

 교단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이를 이끌고 나가야 하는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우선 총회에는 선출직으로 총회장(사실상 부총회장 선거)이 있고, 각 상임위원회와 부를 대표하는 장이 있으며, 총회본부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사무총장(대부분 교단에서는 총무)과 부서의 총무, 국장이 있다. 또 총회 산하 기관의 장과 신학대학교의 총장 등이 이사회 등을 거쳐 총회에서 인준을 받는 절차를 밟아 취임을 한다.
 이러한 과정이 선거로 진행되기 때문에 총회는 사실상 인선을 위한 선거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선거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잡음이 일어나고 있으며, 주요 요직의 경우 후보자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선거를 둘러싼 경쟁은 이미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리에 대한 전문성은 뒷전이고, 오직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한 경쟁(정치)만 남아 있다는 것이 지켜보는 이들의 평가이다.
 본교단의 경우 1년에 한번씩 열리는 총회를 앞두고 선거의 포문을 여는 것은 공천위원회이다. 각 노회장들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공천위원회는 그해 총대원들의 자리를 배치하는 중요한 업무를 감당하기 때문에 노른자 중에 노른자라고 할 수 있으며, 공천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그해 부총회장 선거 결과의 향방을 예측하기도 해 부총회장 후보들 사이에서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자리이다.
 그러다 보니 선거전은 점점 치열해 지는 양상을 띈다. 이미 선거에 앞서 유력한 인사간에 손을 잡고 자리를 나누기도 한다. 특히 실질적인 공천을 담당하는 위원회 임원과 소위원회를 대상으로 공천을 위한 로비 활동까지 이루어 지고 있다. 특정인사가 주요 요직에서만 계속해서 공천을 받거나, 이미 특정 부서를 거처간 인물이 1, 2년이 지나서 또 다시 그 자리에 공천을 받은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도 결국 로비 활동에 의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공천을 받은 인사들은 각 상임 부ㆍ위원회 선거에 깊이 개입하기 마련이다. 정치적인 역향력이 있는 인물은 3년조로 순회하는 부ㆍ위원회의 가는 곳 마다 부장과 위원장 등 임원을 도맡아 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부서장의 선거는 자리를 나누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상임부ㆍ위원회에는 각각 임원이 있고 실행위원이 있다. 또 산하에 특별위원회 성격의 위원회가 있다. 이 위원회는 전문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 식견을 갖춘 인사가 위원회를 담당하고 있지만 대외적인 활동이 많은 위원회의 경우 서로 위원장을 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이루어 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 총회 차원의 특별위원회의 경우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더 뚜렷하다. 총회 임원회에서 선임하는 특별위원회의 경우 부총회장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던 인물을 임명하기 위한 정치가 이미 관례가 되어 버렸다.
 J목사의 경우 총회 상임부서 부장을 하면서 임기 중에 부서 산하 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담당총무를 괴롭히는 일까지 있었다. 이 목사의 경우 다음회기에 공천된 다른 상임 위원회에서도 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모든 회의 때마다 문제를 만들곤 했다.
 결국 이러한 과정에서 막대한 금품이 오고 가고 있음을 보게 된다. 현실적으로 상임 부ㆍ위원장 선거를 감시할 제어장치가 없다. 그러다 보니 공공연하게 금품이 오고 가는 것이 현실임을 지적하는 한 총대원은 "총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선거와 관련된 전화를 수없이 받게 되며, 다양한 모임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그러나 부총회장 선거는 후보자들 간에 감시하고 총회 차원에서 관리규정이 있어 제동이 가능하지만 상임 부ㆍ위원회의 선거는 규제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면서 이를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고 표현한다.
 또한 부ㆍ위원장 선거는 후보자에 대한 검증 과정이 없음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별히 입후보하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부서와 위원회의 전문성과는 전혀 상관없이 투표를 통해 선발되기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러다 보니 부ㆍ위원회 사업과는 별도로 자신의 정치적인 역량만 키워나가기 일쑤다. 전문성이 없으니 사실상 부ㆍ위원회의 정책과 사업에도 참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바쁘게 사업을 추진해야하는 실무진들의 발목을 잡는 일까지 있다.
 부ㆍ위원장을 선임하는 선거 과정 만큼 각 부서, 총회 산하 각 기관의 실무책임자(총무, 사장)를 선임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특히 실무책임자는 상임직원(별정직)이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곤 한다. 실행위원회에서 1차 선임을 하고 제1인사위원회를 거쳐 총회 임원회의 승인을 받는 각 부 총무(훈련원 원감, 행정국장 포함)의 경우 실행위원회와 인사위원회를 거치면서 사실상 결정되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 이력서를 제출하면 관계자들을 찾아 인사하는 것이 관례화 되어 있는 형편이다. 이 과정에서 인사치례로 선물과 돈봉투가 오고 가고 있으며,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돈의 액수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한 해프닝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이력서를 냈다가 탈락이 되자 건네 줬던 돈봉투를 다시 돌려받는 사례도 발생한다.
 본교단은 매년 총회에서 부총회장을 선출하는 선거를 비롯해 각 부ㆍ위원회의 부장 위원장을 선출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또 임기 4년의 총회 별정직 직원을 선출하는 인선, 각 신학교 총장 선임 과정 등이 이루어 지고 있다.
 이밖에도 교단이 참여하고 있는 연합기관에서의 선거 등을 포함하면 인선을 위한 선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이 대부분이 후보자들간에 경선을 통해 이루어 지면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일이나 정책을 앞세우기 보다는 일부 인사들이 명예(?) 만을 앞세운 자리 욕심으로 과열선거를 더욱더 부채질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총회의 발전을 위한 정책과 사업은 뒷으로 밀어내고 '선거정치'만 남는 결과를 가져 오고 있다. 조직을 운영하는데에 있어서 이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을 세우는 것은 순리이다. 그러나 어떠한 인물이 대표자로 선발되느냐에 따라 그 조직이 발전할 수도 있고 퇴보할 수도 있다. 즉 얼마나 많은 애정과 열정을 갖고 조직을 이끄느냐가 성패를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본교단의 정책을 만들고 이를 집행해야 하는 사업부서의 대표자가 감당해야 할 역할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영광만을 내세우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정당당하게 승패를 가리지 못하고 권모술수와 금권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데에만 지도자들이 혈안되어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을 위한 자리가 아닌, 자리에 적합한 사람을 세우는 선거가 한국교회에 뿌리 내려져야 할 것이다.
  박만서 mspark@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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