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

[ 논단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05월 25일(수) 15:36

"밥 먹었냐?"처럼 따뜻하고 정겨운 말이 있을까? 어렸을때 어른들을 만나면 인사말이 "진지 잡수셨습니까?" 혹은 "식사 하셨습니까?"였고 어른들은 "밥 먹었냐?"가 대답이었다. 그만큼 먹고 사는 문제가 힘 겨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인사말이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떤이들에겐 아직도 '밥 안부'는 생명을 여쭙는 말이다. 노숙인들이나 무의탁 노인들 그리고 동남아 지역의 빈민들이 그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식 습관을 보면 너무 사치스럽다. 정이 많은 민족이라 많이 장만하고 실컷 먹고 남아야 한다. 호텔 뷔페는 5~7만 원이 넘고 한끼에 1~2만 원 정도로 해결하는 것은 보통이고 잔뜩먹고 잘 먹었다고 흡족해 한다. 그래서 얻어지는 것은 비만과 성인병 등이다. 다 먹지 못해서 쓰레기로 버려지는 음식물이 아마 1/3은 될것이다.

어느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연간 소비되는 농ㆍ수산물중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식량 수입국임에도 불구하고 귀중한 외화를 들여 수입한 소중한 음식물을 함부로 버리는 그릇된 과소비 풍조로 우리가 하루에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가 1만3천2백83톤으로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4조7천4백76억 원에 이른다.

 1가구(3.6인기준)가 연간 1백13만3천 원 어치의 음식물을 무분별하게 쓰레기로 버리는 것이다. 14조7천4백76원이면 상암월드컵 경기장을 73개 지을 수 있는 돈이라고 한다. 돈이라면 남기고 버리겠는가? 이러한 우리의 그릇된 식생활 문화와 낭비 풍조는 결국 국가적인 손실뿐만 아니라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국민경제를 어렵게 하고 또한 발생된 음식물 쓰레기의 처리에 따른 막대한 처리 비용으로 자치단체의 재정부담만 가중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가 사회적 골칫거리로 대두되고 있는 이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는 5초당 3명 1분당 34명 1일 5만여 명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반에 가까운 인종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것을 생각할 때 음식물을 남겨 버리는 것은 환경과 경제와 위생을 떠나 도덕적 차원에서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분에 넘치게 너무 많은 사치를 누리면서 생각없이 함부로 물자를 낭비하고 있다.

4년전에 캄보디아에 의료선교 차 나갔다가 시엔립에서 다일공동체의 어린이 밥퍼 사역에 동참하고 밥을타려는 초롱초롱한 어린이들의 눈망울이 늘 기억 속에 있었는데, 지난 4월 12~16일까지 남선교회전국연합회 임원수련회를 필리핀에서 하던 중 선교지를 방문해 격려하고, 마지막날 마닐라 외곽인 산부에나 지역에서 함해노회 파송의 박남수선교사가 매주 금요일에 진행하는 어린이 밥퍼 사역에 동참했다.

보통은 미화 1백불로 어린이 2백50명에게 밥과 반찬 한가지를 주었는데, 이날은 특별식으로 미화 2백불로 어린이 3백50명에게 밥과 반찬 그리고 과자와 사탕을 나누어 주었다. 이들은 하루에 두끼 밖에 먹지 못하기 때문에 오후 3시에 모여서 1시간을 율동하며 찬양하고 예배 드리는데 어찌나 잘 따라하고 경건히 예배를 드리는지 한국의 교회학교 예배와 비교가 되었다.

각자 집에서 밥그릇을 가지고 와서 받아가는데 그릇도 가지가지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밥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얼마나 먹고 싶을까만은 집으로 가져가서 그날 저녁을 식구들과 그것으로 한끼를 해결한다고 한다. 우리 일행들은 우리가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도 복이고 하루 세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가슴으로 느끼는 현장이었다.

음식을 타박하고 음식물을 버리는 행위가 하나님 앞에서 큰 죄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선교회 임원회에서는 모든 회의시 식사비는 일용할 양식 수준으로 하기로 결의했다. 주기도문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하였는데 일용할 양식은 사치와 낭비가 아닌 최소한의 생명유지를 위한 검소한 식탁이라고 생각한다. 한경직 목사님처럼 무소유의 아름다움을 배워서 우리의 것을 나눔으로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일용할 양식으로 함께 살아갈 날을 소망해 본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