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바른(?) 기독교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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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5월 24일(화) 15:29
C 집사님은 최근 우리교회의 '전도왕'이다. 오랫동안 아내의 기도와 권유에도 신앙을 완강히 거부하던 분이었는데, 드디어 5년 전에 주님을 영접했다. 그런데 그 후로는 먼저 믿은 사람을 부끄럽게 할 만큼, 또 사업이 우선인지 아니면 전도가 먼저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전도하고 계신다.

그런데 지난 두 달 전, 필자가 이 집사님을 뵙자고 했다. 이유는 이 집사님이 최근에 지하철이나 시장에서 스피커를 이용하여 대중전도를 하신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만나서 자초지종을 들으니 때때로 공공장소에서 대중을 상대로 하여 큰 소리로 전도한 것이 사실이었다. 필자는 이 집사님께 간곡하게 말씀을 드렸다. 앞으로는 공공장소에서 많은 대중을 상대로 하는 전도는 지양하고, 일대일의 관계전도나 인격적인 전도에 힘을 쏟았으면 좋겠다고……. 잠시 실망한 것처럼 보이던 집사님은 필자의 의도를 이해하시고 앞으로는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하셨다. 참 감사하다.

언제부터인가 한국교회는 국민의 공공의 적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최근 일부 교회와 교계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심각한 윤리적인 일탈은 당연히 비난의 대상이 되어 마땅하다. 그러나 교회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구원의 유일성' 혹은 '배타성' 이외의 부분에서 일반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기만 하다.

그 중에 하나가 전도하는 방법에 있지 않을까? 그동안 우리는 명동이나 도심지에서 확성기를 이용한 전도를 많이 보아왔다. 과거 일제 강점기에 최권능목사님이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면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영접하는 역사가 일어났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이 시대에도 통할까?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닫게 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 기독교는 이렇게 세상 사람들에게 무례하게 접근해도 되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약 20년 전, 필자가 Y 교회에서 교구전도사로 사역할 때, 어느 주일인가 강릉에 주소지를 둔 젊은 아가씨가 새신자로 등록하였다. 거리상 심방은 못가고 교회에서 면담을 하였다. 내심 이 먼 거리의 교회에 등록한 것이 못마땅하여 가까운 교회에 다니라고 권면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 아가씨를 만났다. 그런데 만나서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필자가 이러쿵저러쿵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 아가씨는 유치원 교사였는데 옆자리에 친구를 태우고 승용차를 운전하다 그만 사고를 내 친구가 죽고 말았다. 한동안 춘천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이 신앙이 없던 아가씨를 어떻게 Y 교회의 청년들이 알게 되었고, 꾸준히 방문하여 위로하면서 교제를 나눈 것이 계기가 되어 출소 후에는 그 먼 거리를 마다않고 그 청년들이 소속된 교회에 등록을 한 것이었다. 당시 주일예배에 참여하기 위해 비행기나 고속버스 비용으로 월급의 대부분을 지출하고 있다는 이 아가씨의 말에 필자는 더 할 말이 없었던 기억이 새롭다.

'꿩 잡는 것이 매'이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이 시대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만 이루면 된다는 생각이 넘쳐나고 있다. 전도에도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그러나 가장 가치가 있는 '예수 복음'을 전하는데, 사람들이 그토록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방법, 곧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를 외치는 방법으로 그들의 마음에 무슨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는 주님의 말씀을 어떤 방법으로도 전도하라는 말씀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부디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전도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예의 바른(?) 기독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석우목사 / 성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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