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문상'이 뭔가요?"

[ 교계 ] 환영받지 못하는 기독교문화상품권, 활성화 위한 대안 마련 시급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05월 17일(화) 14:19
   
기독교문화상품권의 홍보 포스터. 이제 이마저도 쉽게 볼 수 없게 됐다.

서울의 한 중형교회. 가정의달을 맞이해 성경퀴즈대회를 준비하던 교회학교 교사들 사이에서 냉랭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대회 시상품을 두고 젊은 교사들과 장년층 교사들의 의견이 엇갈린 것. 나이가 지긋한 한 교사가 기독교문화상품권의 구입을 제안했지만 젊은 교사들은 "아이들이 싫어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학생들 사이에서 '문상'이라고 불리우는 일반 문화상품권의 구입을 주장하던 청년들은 "교회가 어떤 곳이냐. 아이들을 교육하는 곳 아니냐. 칼로 죽이는 게임을 하게 할 수는 없지 않냐"는 중년 교사의 설득에 못이겨 이번 대회에 한해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오는 10월이면 기독교문화상품권이 발행된지도 10년이 되지만 이렇듯 교회 내에서는 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기독교서점협의회, 한국기독교출판협회, 한국기독교용품제작사협의회 등 3개 단체는 지난 2001년 10월 기독교문화상품권(이하 기독교 문상) 발행을 위한 기독교문화비전(이사장:서원식)을 설립했다.

각각 50%, 40%, 10%의 비율로 출자금을 마련하고 이사를 파송하는 형식으로 공동 운영해왔지만 지난 10년간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교회로부터 외면을 받는 것은 물론 수익면에서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 초기에는 연간 1억원까지 수익을 창출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실질적인 마이너스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 문상'은 당초 기독교서점으로 성도들을 이끌자는 취지에서 발행됐지만 사실 그 저변에는 '기독교문화 부재'에 대한 문서선교인들의 깊은 고민이 자리잡고 있다.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사라고 상품권을 줘도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는데 사용하는 것을 보고 기독교서점에서만 통용되는 상품권을 만들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 기독교문화상품권 1만원권. 전국 3백80여개 기독교서점을 가맹점으로 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서점협의회 박성대 사무국장은 "겨우 겨우 운영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면서도 "처음부터 수익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기독교문화운동을 일으키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기 때문에 출자를 더 해서라도 살려야 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타 회사와 제휴를 맺는 등 활용처를 늘려가야 하지만 오락적인 요소를 가미하다보면 '기독교문화 활성화'라는 초기 취지와 멀어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한국기독교출판협회 최승진 사무국장 역시 "교회 안에 제대로된 문화가 없다. 책을 선물하는 문화부터 먼저 조성되야 기독교 문상도 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을 더했다.

현재 '기독교 문상'의 보급은 기독교서점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으며 신앙도서 뿐만 아니라 찬양음반, 성화액자, 기독교 용품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전국 3백80여개의 기독교서점이 가맹점으로 이곳에서 구입과 사용이 모두 가능하다.

기독교문화비전에서는 1년에 한번씩 우수 판매 서점을 시상하거나 연말 연시 등 특정 기간 동안 할인 판매를 실시하는 등 기독교 문상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인 가운데 이렇다할 개선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주는 정성 받는 기쁨, 성장하는 신앙'이라는 홍보 문구대로 향후 '기독교 문상'이 정상궤도에 오르려면 "크리스찬들에게 호소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 이상의 대안이 시급히 마련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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