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더 깨끗해 졌다

[ 연재 ] 위기탈출을 위한 정보통신의 변화 읽기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1년 05월 02일(월) 21:46

'한국교회에 자성, 개혁,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 '한국교회의 위기'라는 말, 요즘 참 많이 듣는다.
 
과연 한국교회는 점점 부패해 현재의 위기상황에 이르렀을까? 이 기사는 '그렇지 않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얼마전 '신라호텔 한복 출입금지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당시 호텔 대표가 당사자를 찾아가 사과했고, 일부 언론은 '직원의 착오로 일어난 해프닝'이라는 호텔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그런데 격양된 여론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불과 하루만에 강력한 여론이 형성됐고, 그 힘은 단번에 이 사건을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렸다.
 
효과는 확실했다. 호텔은 사회적 지탄 속에 위기를 맞았고, 국민들에겐 우리 것을 지키는 데 무관심했음을 뉘우치게 했다.
 
그러나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처리 과정에서 밝혀진 거짓말이 호텔의 진실성에 흠을 냈으며, 기모노를 입은 일본인들의 행사 사진은 호텔의 정체성까지 무너뜨렸다.
 
이 사건은 교회가 사회 언론에 오르내리며 그 존재의미와 역할을 의심받는 최근 모습과도 비슷해 보인다.
 
신라호텔이 드레스코드를 적용한 것은 지난 2009년이라고 한다. 일부 교회 또는 지도자가 모범이 되지 못한 것은 그보다 훨씬 전의 일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들어 갑자기 문제가 드러나고 사회적 이슈로 확대되는 이유는 뭘까?

최근 위기를 맞은 것은 이 호텔과 교회뿐이 아니다. 일부 언론인, 연예인, 정치인, 재력가들도 곤욕을 치르고 있으니 이들을 함께 생각해보면 좀더 빨리 해답을 찾을 수도 있겠다.

한 때 그들은 뉴스의 생산자였고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이었다. 요즘 자주 언급되는 교회나 목회자들도 그랬다. 그런데 최근 뉴스 생산의 주체가 바뀌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고가의 장비나 전문기술 없이도 누구나 뉴스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운 생산자들의 눈에는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다른 것이 특종이다. 게다가 수많은 눈이 쉴틈없이 뉴스를 찾아다니고 있으니 비밀이 드러나고 이슈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 교회는 얼마나 변해야 잃어버린 권위와 도덕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사회 언론은 '교회가 점점 부패해간다'고 말하지만, 교회의 역할, 제도, 구조 등을 보면 교회는 점점 깨끗해지고 있다. 우선 돈선거나 권력다툼 등 전체에서 0.1%도 차지하지 않는 부분이 교회를 대변하는 현실부터 개선해 나가야 한다.
 
한때 교회는 이 0.1%를 지적하는 사람들을 '안티'라고 불렀다. 그때는 극소수였고 힘도 약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 명의 안티 기독교인이 어떤 문제를 소셜 네트워크에 제기하면 순식간에 그 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리고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여론화된다.
 
안티에 대응하려면 교회도 온라인 상의 움직임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그 방향은 예전처럼 안티를 공격하고 자신의 허물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깨끗해지기 위한 쪽이어야 한다.
 
교회도 '신상털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무언가를 숨겨놓거나 은밀히 처리하는 일은 점점 더 통하지 않게 될 것이다. 교회가 권위와 도덕성을 되찾으려면 이젠 깨끗함을 넘어 투명해져야 한다.
 
교회가 위기에 처한 원인은 정보통신의 발달에서 찾으려고 했던만큼, 교회의 투명함을 위한 교계 인터넷 전문가들의 조언을 정리해 봤다.

 
● 안티와 '친구'를 맺어라
 
모르는 사람끼리는 서로를 비난하기 쉽다. 그러나 친구는 다르다. 소셜 네트워크의 '친구' 또는 '팔로워'도 지지, 격려, 나눔의 역할을 갖는다. 기독교인 친구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안티적 성향을 보일 확률이 훨씬 낮다. 교회는 많은 좋은 일을 한다. 최근 한 교회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소셜 네트워크 팀을 구성하고 이를 알리기 시작했다.
 
 
● 수치로 말하라
 
'이웃과 함께하는 교회', '선교하는 교회' 등의 문구로 교회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 예산의 극히 적은 부분만 이웃 또는 선교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면 조만간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되지도 모른다. 최근 홈페이지에 교회 예산부터 목회자 사례비까지 상세히 공개하는 교회들이 생겨나고 있다. 정확한 수치를 제공하고 교인 및 이웃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면 그만큼 더 깨끗해 질 수 있다.

 
● 리더의 삶을 공개해라
 
목회자 개인의 삶은 베일에 싸여 있는 경우가 많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평신도들의 삶과 생각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교인들은 목회자가 교인, 심지어 대중의 본이 될만큼 정직한 삶을 살고 있는가에 관심을 갖고 있다. 목회자들에게도 분명 어려운 시간들이 있다. 교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고뇌와 상처들까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이웃과 공유해보면 어떨까.

 
● 주민의 이름으로 일하라
 
대부분의 교회 일은 당회가 결정하고 교인들이 실천에 옮긴다. 수익이 발생해도 교회가 사용한다. 때로는 이웃을 위한 프로그램조차 그렇다. 교회는 이제 결정과 추진의 주체를 평신도 또는 이웃들에게 이동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장소, 편의시설, 자원봉사자를 제공하는 것으로 교회의 역할은 충분하다. 이웃과 연계되지 않는 교회만의 프로그램으로는 점점 인정을 받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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