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장에게 제일 좋은 컴퓨터 선물해야"

[ IT강국, 선교강국 ] 7.사람들 속에 들어서는 선교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04월 06일(수) 15:00
   
▲ 만야 크로보지역 교회 지도자반을 마치고 IT수료증을 들고 찍은 교회 지도자들.

남아프리카에 위치한 칼라하리사막 위를 지나던 경비행기에서 조종사가 콜라를 마시다가 빈 병을 떨어뜨리고 지나간다. 그때 마침 그 밑을 지나던 부시맨이 하늘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 콜라병을 주어들고 마을로 들어온다. 곧이어 이 콜라병은 다른 부시맨들의 도구를 제치고 그 단단함과 매끈함 때문에 선호도 1위에 오르게 되고 이는 마을의 분쟁의 씨앗이 된다. 보다 못한 부시맨이 구름이 자욱한 신들의 계곡에 가서 불화의 요인이던 콜라병을 다시 신들에게 돌려주고 귀향하자 마을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온다. 영화 부시맨의 스토리다.
 
19세기 초까지도 원시문명 단계에 있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부족들에게 단단하고 성능좋은 벌채칼을 선물로 가져다 준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수 천년을 이어온 전통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 쇠가 귀했던 원시부족민들에게 잘 드는 쇠칼은 권위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유럽인들이 전해 준 벌채칼은 부족들의 전통칼에 들어있는 경륜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고 말았다.
 
원주민들 입장에서도 복음전도자들이 가지고 온 호의의 선물이 자신들의 기존사회를 무너뜨리고 있기에 그들이 가져온 복음 역시 거부하고 있음을 깨닫는데는 수 십 년이 더 걸렸다. 선교사들이 활자로 된 성경책을 가지고 왔을 때는 전통 부족민들에게는 그 어떤 것 보다 더 큰 충격이 있었다. 오직 구전의 전통을 가진 이들에게 서양의 글자라는 도구는 부족사회 질서를 송두리째 뒤바꾸어 놓는 충격이었다. 선교사들이 가져온 교육이라는 제도는 어떤 면에서 전통사회의 오랜 지적 권위를 무너뜨리는 역할을 했다. 아프리카에 온 서구 선교사들은 왜 부족민들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이들이 거부하는지, 자녀들의 학교교육을 왜 싫어하는지를 깨닫는데 또 다시 긴 세월을 보냈다.
 
이제 또 다시 이런 사람들에게 IT를 통해 선교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긍정과 부정의 효과를 동시에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IT를 활용한 선교는 기존의 사회질서를 무너뜨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그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 접근성이 용이하다고 위계 질서의 가장 아래있는 어린 학생들부터 가르치면 반드시 전통사회의 저항을 받는다. 아직도 추장의 세습 소유지인 지역에서 사냥한 고기와 수확물을 제일 먼저 추장에게 바치는 전통이 있는 가나사회에서는 추장에게 먼저 제일 좋은 컴퓨터를 선물해야 한다. 일반인이 추장보다 더 나은 것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전통마을에서 교육을 진행하기가 무난해진다. 학교에서도 교사들보다 학생들을 먼저 가르쳐서는 안된다. 학생들이 교사들보다 많이 알게 되면 학교전체가 혼란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일반학교 교사들이 IT강사의 수업을 보조하면서 배우도록 하여 자연스럽게 교사의 권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가르칠 때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되었다. 수감자들을 먼저 가르치려고 하니 교도관들이 난리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수감자들이 교도관보다 더 많이 알고 있으면 교도관들의 권위가 서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교도관들 과정을 따로 더 수준높은 것으로 실시했다. 지역교회도 교인들보다 지도자들에게 먼저 기회를 줘야했다. 그런 시행착오에서 나온 것이 'TOT(Training of Trainers)'과정이다. TOT과정은 전통사회의 윗 자리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먼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그 아래에 위치한 보다 많은 집단구성원들에게 선교적 접근이 쉬워진다. 이런 원리를 잘 활용했을때 기존사회의 적극적인 호응도 얻어 낼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전통사회의 구조를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현지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들어서서 마치 오래전부터 계속 살았던 사람처럼 선교하는 또 다른 선교의 원리였다.
 
어느 한 지역에서 잘 되는 선교가 다른 곳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 경우는 그 지역의 사회적인 요인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가 선교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선교사가 시간을 두고 선교지의 사회적인 요소들을 차근차근 겸손한 마음으로 배우고 익혀 나가야 한다고 본다.

이명석 / 총회 파송 가나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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