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들이 한국교회의 미래를 이끈다고?"

[ 교계 ] 한기총 대표회장 직대에 또 변호사 선임. 충격. "한국교회 뼈깍는 자성 필요" 여론 확산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1년 04월 05일(화) 14:14
   
▲ 지난 1월 20일 열렸던 한기총 정기총회에서 논란 끝에 대표회장에 인준된 길자연목사가 소란 속에서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길 목사는 이날 이후 불과 2달여 만에 대표회장 직무정지가 되는 수난을 겪게 됐다. 사진/장창일차장
법원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길자연대표회장에 대한 직무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직무대행에 감리교에 이어 또 다시 변호사가 선임되는 사태가 발생, 한국교회 큰 충격에 빠져 들고 있다.
 
법원은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대행에 법무법인 로고스의 경영대표인 김용호변호사를 선임했으며, 이에 따라 김 변호사는 임시총회 소집 등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현안들의 최종 결정권을 갖게 됐다. 지난 3월 31일, 한기총 사무실에 첫 출근한 김 변호사는 "양쪽을 두루 만나 의견을 청취하겠다"면서, 중재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지만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연합기관의 장을 평신도 법조인이 이끌게 된 사실 만으로도 한국교회사에는 오점을 남겼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김 변호사는 온누리교회 안수집사이며 앞서 감리교 감독회장 직무대행도 변호사임을 볼 때 교회의 지도력이 법무법인으로 연이어 옮겨진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다.
 
무엇보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그동안 교회 내에서 자구책을 마련해 스스로 문제를 풀지 못하고 세상 법정으로 끌고간 지도자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특히 사법부가 교권 갈등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법조인을 직무대행으로 선임하는 것이 해결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일종의 '학습효과'가 생긴 것은 앞으로도 '법조인 교회 지도자'들이 얼마든지 재등장 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 예상할 수 있는 수순은 '임시총회 개회 후 길자연목사에 대한 대표회장 인준'이다. 길자연목사의 대표회장 당선무효 소송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법원이 길 목사의 당선에 대해선 판단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임시총회가 열려 첫 안건으로 길자연목사의 인준건이 상정된다면 대표회장직 회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설상가상 격으로 지난 1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칼빈대 이사회에 길자연목사에 대한 총장직 해임을 요청한 일은 대표회장직 인준을 기다리는 길 목사측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보니 고소인측에서는 길 목사가 애초에 한기총 대표회장의 자격이 없었다는 점을 부각해, 대표회장 선거를 아예 처음부터 해야 한다는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한기총을 둘러싼 현안은 대표회장을 둘러싼 논란 외에도 부지기수다. 무엇보다 사회언론에서까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집중보도를 하고 있는 한기총 금권선거는 전대 회장들까지 관련성 여부를 엄중히 조사해 금품을 준 자와 받은 자 모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와 함께 한기총 해체를 촉구하는 시민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현상도 한기총으로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이미 월드비전이 한기총에서 탈퇴했고 이외에도 몇몇 NGO들이 탈퇴를 검토하는 등 한기총의 좌초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형편. 만약 주요 교단들이 행정보류 등의 절차를 거쳐 한기총과 거리두기에 나설 경우 한기총은 회복을 위해 필요한 동력을 아예 상실해 버릴 수도 있다.
 
한 교계인사는 "한기총이 개신교인들의 대표요, 아버지와 같은 인자함을 갖고, 더 나아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함께 점차 쇠락하는 한국교회를 새롭게 재건할 건강한 지도력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너무도 많다"면서, "금권선거, 자리다툼 등 그동안 문제가 됐던 모든 부분들을 이번에 제대로 수술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한기총이 존립을 고민해야 할 때가 곧 온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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