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길어 올리기 감독: 임권택 /2011, 15세

[ 말씀&MOVIE ] 편하게 살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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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3월 30일(수) 14:58

성경에서 말하는 신앙전통의 단절과 그 결과를 가장 잘 말해주는 본문은 사사기다.

하나님은 당신의 행위가 자자손손 기억되기를 원하셨고 또 이를 위해 각종 기념비를 세우고 또 절기를 제정하셨지만, 하나님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살아있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자기의 뜻과 판단에 따라 살아갔다.

신앙전통은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말과 행위에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성가실 정도로 그들을 통제해 불투명한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기도 한다. 전통의 이런 양면성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긴장관계를 잘 유지해야 진가를 발휘한다.

그렇다면 이런 균형관계는 어떤 경우에 깨지는가?

바로 사람이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만 살게 될 때다. 번거롭거나 혹은 시대에 뒤진다고 해서 당장 편하고 쉬운 방식으로 살기를 추구하다보면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신앙전통이며, 이렇게 되면 결국 자신도 모르게 하나님을 떠나게 마련이다. 이것이 사사기가 주는 교훈이다.

임권택감독의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 올리기'를 기독교적인 맥락에서 이해한다면 위와 같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임 감독은 이 영화에서 천년의 세월을 의연하게 버틸 수 있는 한지를 복원하는 일을 소재로 삼고 있는데 한지의 역사와 가치를 지루할 정도로 되새기는 장면으로 인해 영화의 중심맥락-우리가 그동안 너무 마음편한 대로 살아왔기 때문에 귀한 한지의 역사를 송두리째 잊게 되었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때로는 필요에 의해, 때로는 편리하다는 이유로, 때로는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이다 보니 어느새 한지는 우리 문화사에서 사라지게 될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한지에 대한 우리의 무심한 태도는 몇 가지 암시적인 장면에서 분명하게 표현되고 있다.

첫째는 조강지처와 첩의 비유에서 둘째는 아내를 두고 편하다고 생각한 여자와 정을 통했던 필용 셋째는 남편의 외도로 인해 뇌졸중으로 쓰러져 몸의 일부가 마비되어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내의 모습 그리고 넷째는 10년 넘게 한지공예에 매달린 아내의 내공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다가 뒤늦게 시청 한지과로 전직하면서 한지의 우수성을 알게 된 것 역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경우에서 우리 곁의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산다는 것을 환기시켜준다.

이 영화는 우리의 신앙전통들 가운데 무엇이 편의주의에 의해 사라져 가고 있는지를 깊이 반성할 수 있게끔 한다.

가까운 곳에 두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것들은 무엇일까? 손쉽게 물그릇에 담을 수 있는 달의 모습은 아무리 아름답다 하나 물과 함께 이내 사라질 뿐이다.

신앙인이 편의에 따라 삶을 살아가다보면 어느새 잃어버리거나 혹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복음이다.

오늘날 교회가 교회는 물론이고 세상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지나치게 맘이 가는대로 살고 또 시대의 흐름을 뒤쫓아 가기에 분주했던 교회의 모습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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