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짓게 하는 사람들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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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3월 29일(화) 18:04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인간은 관계적 존재이다. 지금까지 목회의 길을 걸어오면서 생각할 때마다 미소 짓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지금도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그런 사람들이 힘이 되어서 여기까지 목회의 길을 걸어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이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전도사가 되어서 처음 목회할 때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 사시던 할머니 한 분이 새가족으로 등록을 하셨다. 뜨거운 여름날 할머니 댁에 심방을 갔다. 교회를 처음 나왔기 때문에 어떻게 심방을 준비해야 할지 모른다고 걱정을 하기에 정성껏 준비하시되 편안한 마음으로 준비하시라고 말씀드렸다.

심방예배를 마치고 부엌에서 준비해 두셨던 작은 상을 들고 들어오셨다. 상에는 주전자와 컵이 올려져 있었고 주전자에는 노란색의 음료수가 담겨 있었는데 할머니께서는 할아버지에게 약주를 데워서 드렸던 것처럼 환타를 따뜻하게 데워서 컵에 따라 주셨다. 뜨거운 여름날의 따뜻하게 데워진 환타! 정성을 다한 처음 예수님을 믿기 시작한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생각할 때마다 나를 미소 짓게 한다.

우리교회에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고 사랑이 많은 권사님이 계셨다. 성 권사님이시다. 아들은 장로로 며느리는 권사로 교회를 섬기고 있는 집안이다. 성 권사님은 명절이 지나고 교회에서 만날 때면 내 손을 꼭 잡고 한쪽 구석으로 데리고 가신다. 그리고 허리춤 호주머니에서 정성껏 접은 만원짜리 한 장을 꺼내서 수줍게 웃으면서 내 손에 꼭 쥐어 주신다. 목사님 맛있는 거 사 드시라고 용돈을 주시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갈 때면 어떤 때는 과일 몇 개 담아서, 때로는 애호박 한 개를 검정 봉지에 담아서 가끔씩 현관 문고리에 걸어 두신다.

한번은 권사님 댁에 심방을 갔다. 예배를 마치고 며느리 권사가 과일을 찾기 위해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당황한 모습으로 고개만 갸우뚱 거린다. 분명히 과일을 사다 냉장고에 넣어 두었는데 이상하다는 것이다. 웃음이 났다. 그리고 말했다. 권사님이 사다 냉장고에 두신 과일은 내가 오늘 아침에 이미 먹었습니다. 그리고 성 권사님을 쳐다보았다. 성 권사님이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를 여니까 과일이 있더란다. 그래서 과일이 담겨 있는 봉지를 꺼내다 우리집 현관에 걸어 놓았던 것이다. 지금은 세상을 떠나셨지만 가끔씩 권사님을 생각할 때 그 따뜻한 마음이 나를 미소 짓게 한다.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그렇게 살 순 없을까? 주의 사랑은 베푸는 사랑 값 없이 그저 주는 사랑, 그러나 나는 주는 것보다 받는 것 더욱 좋아하니, 나의 모습은 주님 닮은 듯하나 내 맘은 아직도 추하여 받을 사랑만 계수하고 있으니 예수여 나를 도와 주소서!'

이  땅에  주님을  닮아  살고자 하는 믿음의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좋은  분들이  있는 것처럼 나도 나를 만나는 사람들을 흐뭇하게 미소 짓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살고 싶다. 그런 모습으로 목회하고 싶다.

최태순 / 목사 ㆍ 대천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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