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교회의 화해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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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3월 23일(수) 15:23

일찍이 레바논 출신의 기독교 정치가요 철학자였던 찰스 말릭은 대학을 변화시키는 일이야말로 한 사회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학이 한 나라의 문명의 핵심이며 지도자 양성을 통해 미래 사회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제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교회가 온 세상을 얻었다고 해도 대학을 잃는다면 결국 세상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감스럽게도 그가 우려했던 일이 우리 사회와 교회 현실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학이 종교적 토대를 상실하면서 학문세계가 세속화되고 젊은이들과 지성인 사이에서 기독교의 위상이 급격히 약해지고 있다. 기독교 이념 위에 설립된 기독교대학에서조차 종교생활은 웃음거리가 되고 선교적 열정은 소멸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책임은 대학과 교회 양쪽 모두에게 있다. 먼저, 교회는 반지성주의 신앙문화로 말미암아 지성사회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믿음과 은혜란 이름으로 몰상식과 비역사성, 그리고 반민주적 태도가 정당화되고 있다.

젊은이와 지성인들 가운데 안티 기독교 성향이 강하고 교회 이탈자가 많은 것도 그와 무관치 않다. 한편, 대학은 자기 존재의 뿌리인 교회로부터 멀어질 뿐만 아니라 반기독교 문화형성에 앞장서고 있다. 주일학교 때 교회를 열심히 다니던 학생들조차 대학에 들어가면서 신앙으로부터 멀어지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제 대학과 교회는 서로 불신하고 미워하는 관계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역사는 그 반대의 사실을 보여준다. 대학과 교회는 상호 밀접히 관련된 사회조직체들로서 서로 협력하는 가운데 둘 다의 발전을 이루었다. 학문공동체로서 대학은 중세 수도원이나 대성당에서 생겨났다. 당시 교회는 성직자를 양성하고 교회를 황제권으로부터 지키는데 도움이 되는 법률가들을 양성할 목적에서 대학을 세우고 후원했다.

대학교수들은 대부분 성직자나 수도사였으며 교육은 철저하게 종교적 바탕 위에서 인문교양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교회와 대학의 협력은 중세 유럽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신대륙에 정착한 미국 청교도들 역시 목회자를 양성하고 기독교 국가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사회정치적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을 설립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역사도 마찬가지 아닌가. 우리나라 최초의 고등교육기관들은 선교사들이 세운 기독교대학들이었으며, 그 설립목적은 복음전파는 물론 나라의 독립과 사회발전에 필요한 기독교 세계관을 지닌 인재의 양성에 있었다.

오늘 한국사회는 물질문명의 발전 속도에 한참 뒤지는 정신문명과 도덕수준으로 인해 사회적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학은 점점 세속화되면서 직업훈련소나 전문인양성소로 변해가고 있다. 한편, 교회는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내면적으로는 이탈자가 늘어나고 사회적 이미지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그 결과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은 급속히 약해지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교회와 대학의 관계가 다시 정상화되어야 한다. 교회와 대학이 화해하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미움을 극복해야 한다. 대학은 반기독교 태도를 바꾸고 교육에서 종교성을 회복해야 한다. 교회는 대학을 신뢰하고 정신적으로만 아니라 물질적으로 후원해야 한다.

과거 우리 역사를 보면 대학이 영적으로 부흥하면서 교회가 성장했고 사회문화가 발전했다. 세계 역사를 보더라도 '위대한 선교의 세기'라 불리는 19세기는 대학의 영적 부흥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었다. 한국교회가 사회를 변화시키고 세계선교에 공헌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대학에 사랑과 관심을 보여야 한다.

조용훈교수
한남대 기독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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