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나우웬 (Henry Nouwen)의 설교세계 <上>

[ 연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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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3월 22일(화) 19:00

헨리 나우웬(Henri Nouwen, 1932-1996)이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미치고 있는 영향은 매우 크다. 42권에 달하는 (앞으로 그의 유고가 정리돼 더 출판하게 됨) 그의 저서의 상당 분량이 한국의 개신교와 가톨릭 출판사들에 의하여 번역, 출간된 사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미국에서도 1994년에 3천4백 여 명의 개신교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헨리 나우웬은 그들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두 번째 사람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3위를 차지했었다.

나우웬의 어느 하루 일과를 보면, 그는 조찬 기도회에서 가톨릭 해방신학을 따르는 신부들과 신도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오전에는 에큐메니칼 NCC계열의 모임에서 강연하고, 오후에는 복음주의자들의 집회에서, 저녁에는 퀘이커 교도들이 모임에서 설교하고 있다. 이것은 그가 구교와 개신교, 진보와 보수, 근본주의와 복음주의 등의 구분을 초월하여 수많은 크리스천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우웬은 한 주간에 전 세계로부터 50개 이상의 강연 요청을 거절해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그의 메시지를 듣기 원했는데, 이것은 그의 영성의 삶이 첨단 기술문명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신앙 여정의 길잡이가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네덜란드에서 가톨릭 신학교를 다닐 때, 그는 앞으로 탁월한 신학자와 설교자가 될 것이라고, 교수들과 동료 신학생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많은 저서 중 설교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는 것은 그가 예일대학교 신학부 교수 시절에 저술한 '창조적인 목회'(Creative Ministry)의 제 2장에서이다.

"문명세계와 자유국가에서 사람들이 설교를 들어야 한다는 일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은 없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그는 청중에게 전혀 들려지지 않는 현대 설교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청중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설교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대화적인 자세이다.
설교자는 청중과는 다른 세계에서 살아서는 안 되며, 그들의 삶에 관계성을 가지고 참여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우웬은 자신의 메시지를 들은 청중에게 많은 개인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슈퍼스타급에 속하는 설교자들은 메시지를 전한 다음 곧 그 장소를 떠나지만, 그는 집회가 끝난 다음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메시지를 들은 사람들과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곤 했다. 필립 얀시(Philip Yancey)는 크리스쳐니티 투데이(Christianity Today)의 컬럼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성에 관심을 가진 어느 청년이 유진 피터슨(Eugene Peterson)과 리처드 포스터(Richard Foster), 그리고 헨리 나우웬에게 어떻게 충만한 영성의 삶을 살 수 있느냐고 문의 했을 때, 유진 피터슨과 리차드 포스터는 영성에 관한 좋은 도서를 소개하는 것으로 그쳤다. 그러나 나우웬은 그가 살고 있던 데이브레이크(Daybreak)공동체에 그 청년을 초청하여 그와 함께 한달 동안 기거하며 영성의 삶을 배우라고 초청했다."

헨리 나우웬은 고요한 서재에서 연구하고 묵상만 하는 설교자가 아니고, 이웃과 대화적인 관계성을 가지고 살면서 항상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기 원했다. 설교자가 회중과 관계성을 가지고 대화적인 자세로 살지 않을 때에, 설교자는 청중이 전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 문제를 제기하거나 묻지 않는 질문에 대답하는, 청중의 삶과 연관성이 없는 설교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교자가 청중과 관계성를 가지고 대화적인 자세로 삶을 살아갈 때, 그의 메시지를 들은 청중들에게 "목사님의 메시지는 바로 제가 처하고 있는 상황을 향한 이야기였습니다" 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설교자가 자신의 삶의 체험을 청중들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설교자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하라는 말은, 설교자의 개인적인 걱정이나 염려, 가정이나 질병의 문제, 설교자가 가지고 있는 어떠한 유혹이나, 콤플랙스(complex)를 청중들에게 이야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설교자의 체험에 청중들이 공감대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설교자가 신앙의 여정에서 경험하는 의심과 믿음, 두려움과 희망, 고통과 기쁨, 실패와 성공, 그리고 영적인 메마름과 뜨거운 성령의 임재 들의 체험을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칼 로저스(Karl Rogers)가 말한 것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What is most personal is most general)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설교자가 항상 청중과의 관계성을 가지고 대화적인 자세로 메시지를 준비하고 전할 때, 청중들에게 잘 받아들여지는 설교가 될 수 있으며, 또한 설교자가 자신의 진지한 복음의 체험을 청중들과 나누게 될때, 회중들은 설교자의 체험 속에서 자신들이 살아온 삶의 경험을 발견하고 공감하며, 영적인 통찰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청중이 영적인 통찰력을 가지게 되면,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자유 가운데 따르는 제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고 나우웬은 말한다. <계속>

계지영 / 목사 ㆍ 영남신대 설교학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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