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 예화사전 ]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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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3월 22일(화) 18:52

1980년대 초, 미국 워싱턴주 킨 카운티 마을에 의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젊은 여성들이 연쇄적으로 행방불명되는 사건이었다. 얼마 후 사라진 여성들은 강과 숲속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검시 결과 여성들은 모두 강간을 당한 후 살해되었음이 밝혀졌다. 경찰은 범인을 추적하던 중 희생자들과 트럭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일을 하던 청년이 사건에 관련되어 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그를 용의자로 지목하게 되었다. 그러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하여 사건은 미궁에 빠진 채 20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다.

세월이 흐르면서 법의학이 놀랍게 발달하여 DNA 감식을 통하여 범인을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미해결 상태로 덮여져있던 이 사건의 수사도 재개되었다. 경찰은 당시 용의자였던 페인트공에 대한 DNA 검사를 실시하였고 용의자가 범인임이 판명되었다.

마침내 공판일이 되었다. 재판관이 차례로 48명 희생자들의 명단을 읽어 내려갔다. 희생자의 가족들은 그동안 덮여졌던 사건을 다시 기억하며 슬픔과 분노로 오열했다. 그러나 살인마는 공판 내내 아무런 반응도 없이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다. 전혀 죄를 뉘우치는 것 같지 않았고, 유가족들에게 미안해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런 그의 뻔뻔한 태도에 더욱 분노했다.

마지막으로 재판관이 희생자 가족들을 향하여 범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 하라고 하자 한 백발신사가 일어났다. 그 노신사는 살인마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하나 밖에 없는 내 딸을 죽인 당신을 용서합니다. 그 이유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용서하라고 가르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바위처럼 흔들림 없던 살인마가 주저앉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렇다. 문제의 심각성이나 강도에 상관없이,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용서하라'고 말씀하고 계신다. 우리가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상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도 아니고, 그를 품을 만큼 긍휼과 사랑이 많기 때문도 아니다. 다만 '용서하는 것'이 주님의 뜻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심판의 권리가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있음을 말씀하고 계신다.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 하시고, 또 다시 주께서 그의 백성을 심판하리라 말씀하신 것을 우리가 아노니"(히 10:30).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온전히 나를 주장하사 주님과 함께 동행함을 만민이 알게 하옵소서."(찬송가 425장 4절)

손신철 / 목사 ㆍ인천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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