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광'에서 '전도왕'으로

[ 아름다운세상 ] 영화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확장 꿈꾸는 문명숙대표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03월 22일(화) 16:51

   
▲ 문명숙권사(상도중앙교회).
12년 전 꿈속에서 예수님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에게 다가오셨다. "내게로 오라 내게로 오라 내가 너를 좀 쓰리라." 안아주시는 품이 너무 따뜻해서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리던 찰나 눈이 번쩍 떠졌다. '아 꿈이구나….'

꿈은 깼지만 '예수님'이란 단어가 한동안 지남철처럼 그의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문 사장이 내 태신자야"라며 이끄는 12층 권사님을 따라 교회를 처음 찾은 그는 몇년새 전도왕이 됐다. 꿈속에서만 봤던 예수님을 항상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해서 자랑하다 보니 어느새 그렇게 됐다.

"'전도왕'이란 타이틀은 좀 그래요." 지난 14일 만난 상도중앙교회(박봉수목사 시무) 전도팀장 문명숙권사(56세)가 말했다.

"처음에는 전도가 뭔지도 모르고 예수님이 너무 좋아서 함께 골프치던 친구들부터 교회에 데려가기 시작했어요. 예수 믿고 처음 5년간은 새벽기도 1등하고 싶은 마음에 3시면 교회에 갔구요. 전도는 새벽마다 부르짖은 것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었죠."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20년간 횟집을 운영한 그는 예수님을 믿기 전엔 전도왕이 아닌 '골프광'으로 통했다. 한창 수산시장이 호황이던 그 시절, 그땐 골프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마냥 즐거웠다.

그런 문 권사에게 요즘 새로운 취미가 하나 생겼다. 바로 영화보기. 지난해 그는 영화사 메이플러스의 대표가 됐다. '마지막으로 제대로된 영화 한번 만들어보자'는 각오로 좋은 제작자를 위해 기도하던 김진홍PD를 만나 영화판에 뛰어들게 된 것.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를 물었더니 하나 둘 소개하는 것이 모두 최신작이다. 영화사 대표가 되기전까지 영화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는 얘기다. "남편도 영화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제가 어떻게 영화를 만드는지 신기하게 생각해요. 갑자기 영화사 대표가 될 수는 없는건데… 하나님이 하시니까 가능한 일이었죠."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다루지 않고선 흥행하기 어려운 요즘 영화계에서 신앙을 지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 문 권사가 대표가 된 후 영화사 사무실의 일상이 달라졌다. 문 권사는 출근하면 기도부터 하고 업무를 시작하도록 직원들에게 신신당부했고 틈틈이 함께 예배를 드린다.

   
▲ 40일 기도의 흔적(?).
영화와의 인연에 대해 그는 "하나님의 강권적인 역사였다"고 말했다. "요즘엔 아파트에 들어가서 전도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아무리 많이 전도해도 1년에 백명이잖아요. 근데 영화 한편마다 평균 6∼70명을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에게 복음을 전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는 기자를 위해 이내 보충설명이 뒤따라붙는다. "아니, 영화 한편 만들 때마다 6∼70명의 사람들을 4∼5개월씩 매일 만난다구요." 과연 10년간의 전도왕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머릿속이 '전도'로 가득찬 사람인가 싶다.

첫 영화 '회초리'의 제작과정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여름 강원도 철원의 한 예절학당에서 진행된 촬영기간 중에도 문 권사는 주일이면 1부 예배 마치자마자 2시간을 달려 스텝진과 함께 예배를 드렸고 평일에도 비가 올때면 촬영 대신 예배, 성경공부를 진행했다. 유난히 비가 많이 왔던 여름, 예정보다 한달 더 촬영이 지연되면서 비용은 더 지출됐지만 예배를 4번 더 드릴 수 있어서 감사했단다.

처음에는 지루하다고 빈정대던 이들도 마지막날에는 "제작팀이라면 보통 흥행에만 관심을 갖는데 한사람 한사람 진심으로 챙겨주시는 데 감동을 받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지금은 당시 스텝진의 절반 이상이 교회에 나간다. 오는 5월 스승의 날을 전후해 전국 2백여 개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인 영화 '회초리'를 위해 문 권사는 최근 40일 작정기도를 마치고 곧바로 20일 다니엘 기도에 돌입했다. "기도하며 만든 영화니 잘 돼야 한다"는 생각때문이다.

   
▲ 직원들과 예배드리는 모습.
"회초리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요? 너무 많아요." 감사한 이들의 얼굴을 하나 둘 떠올리던 문 권사가 담임 박봉수목사의 이야기를 꺼내며 머쓱한 웃음을 짓는다. "제가 덜렁댄다고 할까 좀 다혈질이기도 하고 그래요. 3년 전쯤 목사님께 크게 실수했던 일이 있었는데 그때 정말 지혜롭게 사랑으로 덮어주시는 것을 봤어요. 두고 두고 감사했는데… 이렇게 말하면 목사님에게 전해주시는 건가요?"

'십계'같은 기독교영화는 아니지만, '예수'의 '예'자도 나오지 않는 일반 상업영화지만 그는 앞으로 만드는 영화를 통해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는 것을 꿈꾸며 기도한다. 누구나 '예수님이 정말 살아계신가봐. 교회 좀 다녀볼까?'라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 말이다.

"우리 다같이 '회초리' 좀 맞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영화 '회초리'는 어린 훈장 딸과 학동이 된 아버지의 감동 스토리를 담고 있다. 한국 고유의 매 '회초리'를 소재로 한 영화의 배경은 '학당'이다. 주인공은 전직 권투 선수 출신 아버지 한두열(안내상 분)과 그의 숨겨진 딸 송이(진지희 분). 사랑하는 여자 희주를 보호하려다 머리를 다치고 식물인간이 된 두열은 5년만에 기적적으로 깨어났지만 딸의 존재를 알지 못한채 절망감에 빠져 멋대로 살아간다.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학당에 들어온 아버지와 깐깐한 훈장 딸의 화해와 사랑 이야기가 진한 감동의 눈물을 자아낸다.
   문 권사는 "자극적인 영화가 흥행하는 때 가정의 회복을 다루는 메시지가 마음에 쏙 들었다"며 "예수 제대로 믿지 않으면 회초리 맞는다고 경각심을 주고 싶다"고 했다. 영화에서 회초리는 초심으로 이끄는 나무를 상징하는데 그에게 있어 신앙의 초심은 예수님의 십자가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주님의 십자가만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이 시대 교회들, 우리 다같이 회초리 좀 맞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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