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

[ 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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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3월 17일(목) 10:02

 
한 TV 인기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주인공 현빈(29)이 해병대전투병과 입대를 지원한 사실이 알려져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요새 세상의 '노블레스'는 연예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현빈이야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할 수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단어이다. 하지만 이 말은 사회지도층들이 국민의 의무를 실천하지 않는 문제를 비판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일찍이 14세기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의 도시 '칼레'는 영국에게 포위당한다. 영국의 거센 공격을 받다가 결국 항복하게 되고, 후에 영국 왕 에드워드 3세에게 자비를 구하는 칼레시의 항복사절단이 파견된다. 그러나 점령자는 "모든 시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누군가가 그동안의 반항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 도시 대표 6명이 목을 매 처형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칼레시민들은 혼란에 처했고, 누가 처형을 당할지를 논의했다. 이 상황에서 칼레에서 가장 부자인 '외스타스 생 피에르(Eustache de St Pierre)'가 처형을 자청했고 이어서 시장, 상인, 법률가 등의 귀족들도 처형에 동참하기에 이르러 다음날 처형을 받기 위해 교수대에 섰다. 그러나 왕비의 간청으로 왕은 죽임을 자처한 시민 6명의 고귀한 희생정신에 크게 감동되어 모두를 살려주게 된다.
 
감동적인 이 이야기가 역사에 의해 기록되어 전해지면서, 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 되어 오늘날까지 이 낱말을 흔히 사용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자기 만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의무의 실천이 중요하며, 그에 따른 도덕성을 요구하는 뜻으로 체감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나라를 통치하는 지도자는 물론이거니와 나라를 지키는 군인도, 나라 살림을 꾸려가는 정치가나 공직자들과 전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해당된다.
 
날이 갈수록 더욱 치열해지는 열방의 경쟁 속에 꿋꿋이 버텨 나가려면 맡겨진 책임과 의무를 충실하게 실천하면서,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행동을 하지 않고는 낙오되기 마련이다.
 
지구촌에서 단 하나뿐인 분단국에 살면서 북한의 3대에 이르는 어눌한 권력세습행태를 보면 더욱 그렇고, 생어금니를 뽑고 병역을 면제받은 인기가수와, 손가락을 잘라 병역을 면제받고 도백(道伯)에서 도중하차한 정치인, 국가발전과 국민생활안정의 책임과 의무를 망각한 채 당리당략을 앞세워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정치권의 무리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성자 간디도 아닌데, 인사청문회에서 공수(攻守) 입장만 바꾸었을 뿐 똑같이 검찰 수사를 받는 불신덩어리들끼리 마주앉아 끝도 없이 후벼파는 과정에서 불거진 지도층의 망가진 도덕성이 추하게만 보이면서, 만일 "예수님인들 그 자리에 앉았으면 온전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자신에게 맡겨진 책임과 도덕적인 의무를 다하면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사회와 이웃에게 아낌없이 환원한 귀한 분들의 감동어린 모습은 참 아름다운 이야기로 다가온다.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한 아들의 보상금 전액을 모교에 바친 어머니, '짠돌이'란 소리를 들으면서 평생 모은 5백억의 재산을 문화예술계에 넘기고 행복하게 웃는 원로배우, 국수로 끼니를 때워가며 평생 아끼며 부은 적금통장을 대학에 흔쾌히 헌납하면서 배우지 못한 한을 씻던 노점상 할머니의 모습 등 쉽고 흔한 권리주장을 앞세우기 보다는 힘들고 어려운 책임과 의무를 충실히 실천한 아름다운 행동과 모습으로 감동을 안겨준 이들의 이야기는 진정한 오늘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닐까?

조병해
장로ㆍ소망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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