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해 고민할 여유 주자

[ 입시사교육바로세웁시다 ]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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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2월 28일(월) 16:01

지난 1월 핀란드와 덴마크 두 나라 교육을 탐방하고 돌아왔다. 이번 탐방을 통해 가장 인상깊게 본 곳은 덴마크에 있는 애프터스쿨이었다. 애프터스쿨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에 1년 과정으로 운영하는 기숙형 대안학교였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자신의 인생이나 진로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싶거나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친구들과 깊은 사귐을 갖기를 원하는 아이들이 선택하는 과정으로 덴마크 아이들의 40%가 이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그러니까 덴마크 교육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에 아이들이 쉬면서 자아를 발견하고 미래를 탐색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과정을 제도적으로 마련해놓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하나님이 우리 인생에게 주신 자연적인 인생의 주기표에 의하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또래의 나이에 사춘기를 겪게 되어 있다. 즉, 이 시기에 자신이 누구이며,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부모로부터 독립된 자아를 형성하며, 이성을 포함한 다양하고 넓은 관계를 추구하게 된다. 이 과정을 제대로 거쳐야 건강하고 책임감있는 어른이 된다. 이 과정에서 좀 방황할 수도 있지만 이 방황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그런데 과도한 입시 체제는 아이들의 사춘기를 빼앗아 가버렸다. 중고생 시기에 다른 것에 조금이라도 시간과 여유를 쏟게 되면 경쟁에서 뒤쳐진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공부에만 몰아넣고 있다. 그 결과 중고생 시기에 사춘기를 제대로 겪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고,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도 전혀 하지 않은 채 부모가 짜주는 틀을 따라 대학에 진학을 한다.

그 결과 요즘 대학생들은 중고생 때 제대로 겪지 못한 뒤늦은 사춘기를 보내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성찰없이 선택한 전공이 자신과 맞지 않아 진로를 바꾸느라 자신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있다. 그나마 이 대학 시기에도 취업 준비 하느라 제대로 사춘기를 겪지 못해 결혼 후에도 부모로부터 제대로 독립하지 못해 가정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아이들이 제 나이에 사춘기를 겪게 해줄 필요가 있다. 하나님이 정한 그 시기에 맞는 인생의 과제들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우리나라 중고생 시절의 입시 경쟁이 약하여 아이들이 학교 공부를 하면서도 충분히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시기에 맞는 감수성을 개발하며 인생의 여러 고민들에 정직하게 직면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덴마크와 같이 별도로 1년의 과정을 배정하여 이런 기회를 주는 것도 참 지혜로운 방법이다.

최근 기독교 대안학교 설립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교회들이 많다. 대안교육을 생각하면서 굳이 공교육의 틀을 그대로 따라 할 것이 아니라 덴마크의 애프터스쿨과 같은 아이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단기 과정을 구상해 보는 것도 매우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정병오 / 좋은교사운동본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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