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가장 암울한 날"

[ 선교 ] 크라이스트처치시 또 다시 강진, 교회 피해도 심각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1년 02월 23일(수) 16:05

   
▲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시는 지난 22일 지진 직후 재난통제센터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사진은 크라이스트처치시 홈페이지.

지난 22일 오후 12시 50분경(현지시간) 뉴질랜드 남섬 북도부 크라이스트처치시(Christchurch city)에 리히터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했다. 
 
존키 뉴질랜드 총리는 이날을 '뉴질랜드의 가장 암울한 날(darkest day)'이라고 표현했으며, 외신들은 잇따라 사고 현장을 '생지옥'으로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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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현재 사망자수는 75명으로 알려졌지만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정부의 성명이 발표된 상태다. 도시에는 5일 간 비상계엄이 선포돼 중심부 통행이 금지되고 있으며, 시민들과 외국 관광객들은 모두 도시 외곽 또는 주변 도시로 이동중이다.
 
현재까지 교민 인명 피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22일 당일에만 20여 차례의 여진이 이어지는 등 계속되는 공포가 시민들을 엄습하고 있다.
 
본보에서 확인 결과 본교단 김진용, 박충성, 심상철선교사 가정은 모두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시 전체적으로 많은 교회들이 피해를 입어 앞으로의 사역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크라이스트처치시의 상징 격인 대성당의 첨탑과 내부 건물이 붕괴됐으며, 에이번강(Avon river) 주변의 옥스포드침례교회는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크라이스트처치 노회의 회관으로 사용되는 녹스교회도 지붕을 남기고 모든 벽이 파괴됐다.
 
현지 선교사들은 "시내 중심가의 벽돌로 지어진 주요 교회들의 첨탑이 거의 무너졌다"고 전했으며, 시내에 건물을 가지고 있는 한인교회 중에는 새소망교회(심상철선교사), 열린교회, 한인장로교회 등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학교나 마을회관 등 대부분의 공공장소들이 일시적으로 폐쇄되면서 이를 예배처소로 사용해 온 연합장로교회(박충성선교사), 크라이스트처치장로교회(김진용선교사), 마제스티교회는 당분간 모임을 갖기가 어렵게 됐다. 크라이스트처치시의 한인교회는 총 10곳이다.
 
총회 파송 박충성선교사는 이번 지진에 대해 "크라이스트처치시의 역사, 경제, 자존심이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말했다.
 
크라시스트처치시는 1850년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크라이스트처치칼리지 출신 이주자들이 '기독교 도시'를 꿈꾸며 마을을 형성한 곳이다. 이들은 제일 먼저 교회를 세웠고 교회를 중심으로 모든 건물을 설계해 나갔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안타깝게도 중심부인 멘체스터거리를 비롯해 곳곳이 관광객들을 위한 유흥가로 채워지고 있다. 시의 엠블럼에 등장하는 대성당 첨탑 그림에서는 원래는 있는 십자가까지 삭제됐다. 이번 지진으로 시는 많은 교회와 함께 초기 법원, 박물관 등 역사적 유적들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경제위기 이후 뉴질랜드 역시 자국인 우선정책을 펴나갔고 이민자와 유학생들은 감소 추세에 있었다. 이에따라 선교 거점 역할을 하는 한인교회들의 재정이 약화됐으며, 지난해 9월 지진까지 겹치면서 선교사들의 어려움은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이번 지진에 관광산업마저 완전히 중단되면 현지 사역자들은 다시 한번 큰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선교사들은 무너진 교회들을 보며 크라이스트처치 시민들이 철저히 회개하고, 처음 도시가 세워질 때처럼 한마음으로 교회와 이웃의 집들을 재건해 나가기를 기대했다.
 
지난해 규모 7.0의 강진을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이 이겨내면서 '재난에도 끄떡없는 도시'라고 자부해 온 크라이스트처치시. 더 작은 6.3의 지진에 그들의 자존심은 무너져 내렸다. 우수한 보험 제도를 자랑하던 정부는 공식적으로 외국 원조를 요청한 상태다.
 
현재 크라이스트처치시에는 생필품과 식료품이 매우 부족하며, 부상자들을 돌보기 위한 의료진과 복구팀의 지원이 절실하다. 또한 한국 교민과 유학생, 선교사들도 서로를 위로하며 안전한 곳에 모여있는만큼 이들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과 지원이 준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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