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극복하는 목회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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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2월 22일(화) 15:21

목회하면서 대입수능시험에 실패하여 재수하는 학생들을 만나면 그들의 좌절과 상실감에 깊이 동감하지 못한 채 '참 안됐다' 생각하고 그저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 아들이 대입수능시험 치르던 날, 평소답지 않게 시험장 앞까지 태워주고 허깅(hugging)하고 들여보냈다. 그 날 저녁 가채점을 하고 난 아들의 결과를 보고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인지 절망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본인이 가장 힘들었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도 잠시 평정을 잃었다. 그래도 아이는 놀랄만큼 다음 날을 준비했고 그런 아이가 불쌍하기까지 했다. 아들은 재수를 선택했고, 남들보다 1~2달 앞서 시작된 고통 앞에 힘들어 했지만 견디고 있다.

며칠 전 재수 성공을 위한 대형학원의 설명회에서 유명강사의 재수성공의 노하우를 들었다. 그는 이번 수능성적은 실수가 아니고 그것이 실력임을 인정하고, 겸손하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내 아들의 상황이라 듣는 것이 불편했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신과 모의고사가 평지에서 뛰는 넓이뛰기라면, 수능시험은 절벽을 사이에 두고 뛰는 넓이뛰기고, 그 두려움 때문에 떨어진 분들이 지금 여기에 모인 학부모, 학생들입니다"라는 강사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더 중요한 것은 고3때는 걱정만 하고 책장만 넘기는데, 재수하는 여러분들은 정신을 차리고 통찰력을 가지고 책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면 심한 우울과 무기력과 두려움의 시간이 닥쳐옵니다. 그러나 그 우울과 무기력,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그럴 때 일수록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것입니다. 남보다 더 열심히, 남보다 더 부지런히 공부하는 것이 여러덜의 재수를 성공으로 이끄는 길입니다."

그런데 그 속에서 '어떻게 하면 47년, 최고 재수학원의 노하우를 목회에 접목할까'라고 고민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최근 크고 작은 교회마다 갈등과 두려움이 엄습해 오고 있고 문제 또한 끊이지 않고 들린다. 때로는 교회지도자들 간에 겪는 갈등으로 에너지소비가 대단하다. 이 목회적 두려움을 극복하는 비결은 뭘까? 기억하라! 간섭하는 그 분은 천사다. 그 분의 개입 없이 내 마음 대로 하면 하나님의 칭찬은 적다.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목회, 그것이 장로교회 목회의 장점이다. 이것이 내가 감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회가 나를 관리해주고, 당회가 적당히 브레이크를 밟아주기에 사역에서의 코너링도 무난히 잘 돌고 있다.

지금 목회가 두렵고 어려운가? 혹시 세상에서 세일즈를 하는 방법으로 사역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 분을 향한 끊임없는 존중과 신뢰가 있는지, 말씀과 기도를 중심으로 사역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친구는 가끔 푸념처럼 "뭐 즐거운 일 없나?" 묻는다. 그런 친구의 말을 들으며 난 속으로 중얼거린다. "즐거움은 언제나 가까이 있다네." '주와 같이 길 가는 것 즐거운 일 아닌가?'는 늘 찬송하여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정답은 그것밖에 없다. 찬송가처럼 즐겁게 열심히 사역하며 사람들 속에서 그분의 불꽃을 발견하는 것이 진정한 목회이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목회일 것이다.

무리들로부터 쫓기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신을 붙잡으려는 사람들로부터 피해 언덕과 골짜기로 쫓기고 쫓기다가 더 이상 숨을 곳이 없게 되자, 지친 나머지 붙잡힐 각오를 하고, 한 동굴로 숨어들었다. 그를 쫓는 자들도 잘 아는 곳이었지만 그곳 밖에 숨을 곳이 없어, 동굴로 들어간 그는 곧 자신이 붙잡혀 죽게 될 것이라고 삶을 체념했다.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거미 한 마리가 동굴 입구에서 거미줄을 치기 시작했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동굴 입구에다 멋지게 거미줄을 쳤다. 잠시 후, 그를 쫓던 사람들이 동굴 입구에 도착했으나 입구에 쳐진 거미줄과, 그 거미줄이 뜯겨지지 않고 원형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는 그가 동굴에 들어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갔다 생각하고 돌아가 버렸다. 그는 극한의 위험에서 구출 받은 뒤, 동굴에서 나와 이렇게 외쳤다. "하나님이 계신 곳은 가는 거미줄도 두터운 방벽이 되고, 하나님이 없는 곳에서는 아무리 두터운 방벽도 한낱 거미줄일 뿐이다!" 예수 믿는 것 때문에 큰 환난을 당했던 '프레더릭 놀란'의 이야기이다. 이렇듯 하나님은 자기를 믿는 자에게는 피난처가 되어 주신다.

권위영 / 목사 ㆍ 서울숲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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