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샤갈, 피카소와 함께한 오후

[ 문화 ] <美술관을 가다> 메트로폴리탄, 뉴욕현대미술관, 보스턴미술관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02월 15일(화) 10:12
1929년 시작된 '경제대공황'으로 은행과 회사들이 문을 닫고 많은 사람들이 직장과 집을 잃었다. 뉴딜 정책으로 유명한 미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문화예술가들을 적극 지원하며 절망에 빠진 국민들을 위로하는 데 힘썼다.

   
▲ 뉴욕 맨하튼 5번가 뮤지엄 마일(Museum mile)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은 언제나 전세계 관광객들로 붐빈다.

그래서인지 오늘날 미국의 어느 도시에 가도 박물관, 미술관 등이 잘 발달돼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뉴욕 맨하튼의 경우 박물관 및 미술관의 보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 뿐만 아니라 숨겨진 명소들도 많다. 이곳에는 체험학습을 나온 교사와 어린 학생들의 모습도 종종 포착된다.

지난 1월 27일 보스턴미술관, 시카고미술관과 함께 미국의 3대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www.metmuseum.org)을 찾았다. MET이란 애칭의 메트로폴리탄은 맨하튼 5번가 뮤지엄 마일(Museum mile)의 중심에 위치해있는데 그 명성만큼이나 웅장한 규모를 뽐내고 있다. 요금을 지불한 뒤, 티켓 대신 주는 배지를 달면 하룻동안 출입이 자유롭다. 온종일 머물러도 시간이 짧다고 느낄 이들을 위한 배려다.

가장 인기있는 곳은 19세기 유럽 회화 전시실(2층)로 그 시기 유럽의 역사가 교회의 역사이듯, 역시나 성서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다. 고흐의 '삼나무(Cypresses)'나 고야의 '돈 마누엘 오소리오 만리케 데 수니가(Don Manuel Osorio Marique de Zuniga)', 로댕의 '신의 손(Hand of God)', '생각하는 사람(The thinker)'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보는 것도 큰 기쁨이었다.

   
▲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뉴욕현대미술관.
며칠 뒤 방문한 뉴욕현대미술관(www.moma.org, MOMA)은 현대미술전시관 답게 MET과는 내부 전시물은 물론 외관부터 차이가 났다. 교과서에서나 봤던 잭슨 폴락의 작품들, 소아마비 여성의 희망을 그린 미국 근대 작가 앤드류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Christina's world)'는 반가움을 자아냈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 앞에 서자, 절로 고요한 평안이 찾아오는 것만 같았다. 앤디 워홀과 함께 미국 팝 아트를 대표하는 리히텐슈타인의 '볼을 가지고 있는 소녀(Girl with Ball)', 샤갈의 '골고다(Golgotha)', 피카소의 여러 그림 또한 MOMA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들이다.

마지막으로 눈길을 헤치고 장장 6시간을 달려 보스턴미술관(www.mfa.org, MFA)을 찾았다. 기록적인 폭설을 기록했던 지난 1일에는 관람객이 많지 않았던 탓에 마치 홀로 작가들과 독대한 듯한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지난 2009년 서울에서 열린 르느와르전에 초청됐던 '부지발에서의 춤(dance at Bougival)'과 건강 악화와 빈곤, 딸의 죽음으로 자살까지 시도했던 고갱의 후기작품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Where do we come from? Where are we? Where are we going?)'는 감동 그 자체였다.

한편 세례 요한의 잘린 목을 들고 있는 살로메를 그린 그림은 MET에서 본 것과 매우 유사했다. 미주리 새인트루이스에 있는 미술관에서도 비슷한 작품을 발견했는데 알고보니 많은 화가들이 동일한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17세기와 15세기의 무명 작가(Unidentified artist)가 그린 'The Taking of Christ', 'Christ as the Man of sorrows'는 각각 예수님이 잡히시던 날 밤과 근심어린 표정으로 십자가 앞에 앉은 예수님의 모습을 묘사했는데, 모두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을 보면 인간적인 예수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당시로선 큰 파격이었을 거라는 짐작을 가능케했다.

   
▲ 예수님이 잡히시던 날 밤을 묘사한 작자 미상의 작품. 인간 예수의 슬픈 표정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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