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지진 1주년, 달라진게 없다구요?

[ 선교 ]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1년 02월 14일(월) 18:21
1년 전인 2010년 1월 12일 오후 4시 53분(현지시각). 중미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에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했다.
 
수도 포르토프랭스 남서쪽 15㎞에서 발생한 지진은 순식간에 사망 15만명, 부상 25만명, 이재민 1백50만명(아이티 정부 발표 기준)이라는 단일 재해로는 상상하기 힘든 큰 피해를 불러왔다.
 
라틴아메리카 경제개발을 지원하고 있는 미주개발은행(IDB)은 재건 비용을 1백40억달러(약 16조원)로 추산했고, 미국 1억6천만달러, 일본 7천만 달러, 한국 1천만 달러 등 각국 정부와 민간 단체들의 긴급지원이 이어졌다.
 
신속한 사태 파악과 모금운동에 힘쓴 한국교회도 본교단 36억3천만원을 비롯해 예장 합동 30억원 등 사상 최고액을 모금하면서 구호뿐 아니라 재건에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러한 지원이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 이뤄지면서 교회들의 이웃사랑을 재확인한 희망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본교단의 경우 그동안 중국,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인도, 필리핀 등지에서의 국제 구호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선교사 및 국내 NGO들과 협력을 모색했고, 다양한 국제사역을 펼쳐 온 월드비전, 컴패션 등도 축적된 역량을 발휘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갔다.
 
지금 아이티의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재건은 얼마나 이뤄졌을까.
 
아이티 사람들의 생활 수준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거나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는 보고가 많다. 지난해 10월 3차 모니터링을 위해 현지를 다녀온 총회 사회봉사부 관계자들은 "주요 도로나 관공서를 중심으로 복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개인 주택이나 마을 도로는 거의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아이티에서 귀국한 한국교회희망봉사단 해외사업국장 이인수목사는 "많은 지원이 있었지만 표시는 나지 않는다. 서민들이 받은 혜택은 미미하며, 집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언제 주택을 갖게 될지는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재민들은 생활하는 캠프는 대부분 상하수도 시설이 없으며 전기 공급도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대통령 선거 부정의혹으로 촉발됐던 폭력시위는 잠잠해졌다. 그러나 당선자를 확정하는 결선투표가 오는 16일로 예정돼 있어 약간의 불안감도 감돈다. 겨울이지만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올라가 일교차도 큰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폐허가 된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떠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유입이 늘어났다. 국민 다수가 '그래도 그곳에 가야 구호품을 얻을 수 있고, 물건이라도 팔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다.
 
식량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도시 재건은 꿈일지도 모른다. 현장에 투입된 실무자들은 엄청난 피해 규모 앞에 좌절해야 했다. 또한 아이티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극심한 가난, 기반시설 부족도 이들을 지치게 했다. 일방적인 후원약속 취소는 사업 차질로 이어졌고, 여름엔 40도에 달하는 더위에 시달려야 했다. 10월부터는 콜레라가 퍼져나갔다.
 
아이티의 지난 1년은 참 힘든 기간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현장 실무자들의 노력과 한국교회의 아이티 재건 사업이 바르게 평가받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1년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특히 교회조차 유형적인 결과에 집착한다면 사업은 중단될 수도 있다.
 
한국교회는 분명 '강도만난 이웃에 대한 순수한 사랑'으로 아이티 재건에 뛰어들었다. 구호 전문가들은 "이 첫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와함께 "한국교회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교단은 최근 아이티 지원을 '현지인 또는 현지 단체들과의 협력 방식'에서 '직접 파송한 선교사를 통한 추진'으로, '토지와 건물 구입 및 운영 중심 프로젝트'에서 '이재민들을 정상 생활로 복귀시키는 프로그램 지원'으로 전환했다. '재건 사업을 위해서는 신뢰 구축이 우선돼야하며 이는 장기간의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기본 입장도 세웠다. 여러번의 시행착오와 모니터링을 통해 아이티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의 국제 구호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희망봉사단 이인수목사는 "지금 아이티에 필요한 것은 학교와 병원 건축보다 남아 있는 기존 시설들을 잘 운영하기 위한 재원인 것 같다"며, "한국교회와 몇가지 개인적인 깨달음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먼저 아이티 지원은 기분 또는 관계에 의해서가 아니라 실제적인 사실에 입각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다수의 구호 주체가 있는만큼 경쟁심과 조급함도 경계해야 한다.
 
후원자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일부 후원자들은 현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지역의 경험을 토대로 동일한 결과를 요구하고 있다.
 
수용력도 필요하다. 한국교회의 구호에 대한 경험과 정보력은 유엔 등 국제 기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목사는 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 각국 구호 전문가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청취할 것을 강조했다.
 
보통 재해 구호는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특히 국제구호의 경우 언어, 민족성, 현지법 등 너무 많은 변수가 있다. 한국교회는 지금 아이티 재건을 통해 낯선 세계를 만나고 돕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총회 사회봉사부 총무 이승열목사는 "아이티를 살리는 방법은 내부 시민 사회가 독자적인 회복력을 갖도록 지원하는 것이 관건이다"라는 서울대 최갑수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외부 도움에 의존적인 그들이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독일교회 디아코니아 및 사회선교의 아버지 격인 요한 힌리히 뷔헤른의 정신을 소개했다.
 
"그곳에 진정한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서는 희생과 헌신을 가지고 도움의 대상을 찾아 실제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절망과 상처, 영적 타락, 인간성 상실로부터 구원해 온전케하고, 참된 평화와 건강한 사회,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도록 하는 구원의 사랑을 지녀야 한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