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에서 神을 만나다

[ 인터뷰 ] 영화를 사랑한 신학자, 최성수목사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02월 11일(금) 16:48

소년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처음 극장을 찾았다. '미워도 다시 한번.' 그의 인생 첫 영화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세월이 흘러 감수성 풍부한 문학소녀였던 어머니는 여든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다. 이제는 아들이 어머니에게 영화 이야기를 들려준다.

   
▲ 최성수목사는 기독교 영화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힐 것과 교회내 영화를 잘 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지난 24일 얼마전 '영화를 통한 성찰과 인식 그리고 +a'를 펴낸 최성수목사를 만났다. "평범한 가정주부셨지만 어머니는 영화를 정말 좋아하셨어요. 저에게 꿈을 심어주셨죠." 그래서인지 이번에 출간한 책도 '여든번째 생신을 맞으신 어머니 권순기여사에게 바칩니다'는 내용으로 시작되고 있다. 정작 그의 어머니는 아직 이 책을 보지 못했다. 3월 3일 생일선물로 드리기 위해 꼭꼭 숨겨두고 있기 때문.

최 목사는 학부에서는 철학을, 독일에서는 조직신학으로 석사, 박사과정을 밟았다. 아무리 봐도 공부한 경력만으로는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다년간 프리랜서로 여러 기독교 잡지에 영화에 대한 글을 기고했으며 국내의 여러 대학에서 대중문화와 영화에 대한 강의를 해왔다. 탄탄한 실력을 보면 기독교영화 전문가가 따로 없다.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친 '독학파'인 그는 영화, 커뮤니케이션 이론도 독학으로 마스터했다.

신학자로서 영화를 택한 것은 어린 시절의 선명한 기억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영화에 대한 학구열은 목회적 관심에서부터 시작됐다. "2001년에 청년목회 사역을 시작하면서 문학을 도구로 사용했는데 청년들이 책을 잘 읽지 않더군요. '뭐가 문제일까' 고민하던 참에 청년들의 대화를 듣다가 영화를 많이 본다는 것에 주목했고 영화를 가지고 설교하기 시작했죠.”

그는 영화 '뷰티플 마인드'를 보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영화의 전반부에 대중에게 정신분열증 환자가 느낄 수 있는 세계를 보여주고 후반부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을 보며 그는 "영화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세계를 가시화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후 그는 신학을 이미지 언어로 변환시키는 작업에 빠져들었다. 남들이 영화 '밀양'에서 반기독교적인 정서를 읽을 때 그는 교회가 내적인 성찰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느꼈고,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폭력적인 장면에 인상을 찌푸릴 때에는 현실에 대한 방관과 책임 사이에서 고민하며 영화의 공공신학적 의미를 곱씹었다.

요즘 기독교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선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 최 목사는 "교회가 보고 싶어하는 것을 찍었기 때문"이라며 '칭찬일색'의 평가에 일침을 놓았다. "문화의 기능이라는 것 중에 하나가 자기 성찰인데 교회는 보고싶어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 거부하는 경향이 있어요." 최근 들어 목회자의 윤리문제가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그는 "앞으로 더 많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더이상 교회의 소통 구조는 하나가 아니고 모든 미디어에 오픈돼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우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지금까지 보려고 하지 않았던거죠."

현재 그는 무명의 후원자의 지원으로 '기독교영화미학'을 연구 중에 있다. '기독교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 지금까지 기독교영화라고 하면 성경의 내용을 소재로 하거나 간증(선교사, 순교자), 예수영화 등이 주로 회자됐다. 그는 "이제 기독교영화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일반 상업 영화라도 기독교 가치관으로 만들면 기독교영화가 될 수 있다"며 교회 내 영화를 잘 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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