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이 있는 곳, 땅끝이라도 나서는 평화의 일꾼

[ 아름다운세상 ] 분쟁지역 찾아 그리스도 평화 전하는 '개척자들'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1년 02월 09일(수) 09:55
   
▲ 경기도 양평의 공동체 앞에서 함께 한 개척자들 멤버들과 방문자들.

"오늘은 코트디부아르, 제주도의 강정마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지난 1월 12일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개척자들(The Frontiers)'의 공동체 '샘터'를 찾았을 때는 정오 기도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미 마무리가 되어가는 기도회에 뒤늦게 들어갔기 때문에 기자는 이들이 무엇 때문에 코트디부아르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분쟁지역과 해군기지건설로 갈등을 겪고 있는 제주도의 강정마을을 위해 기도하는지 알지 못한 채 중언부언(重言復言)하며 기도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도회에 참여한 이들의 기도는 기자의 그것과 같은 막연한 기도가 아니었다. 이들에게 코트디부아르와 강정마을의 문제는 피부에 와 닿는 자신들의 아픔이었고 가족의 일처럼 가슴 아픈 그런 생생한 사건들이었다.

#1993년 기도모임으로 시작

기자가 만난 '개척자들'은 히브리서 11장에 나오는 것처럼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는' 종류의 사람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고통 당하는 인류를 구하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 인생의 1~2년은 지구촌 최악의 현장에서 봉사하자'며 공동체를 꾸린 사람들이다.
 
'개척자들'은 원래 1993년 송강호박사(당시 청년부 담당전도사)를 중심으로 보광중앙교회(김병복목사 시무)에서 세계를 위한 기도모임을 열면서 시작됐다. 세계의 아픈 현실을 돌아보며 인류의 평화와 고통 받는 이들을 기도하고, 더 나아가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우리의 기도를 몸소 실천할 수 있게 해달라며 송강호박사와 청년들은 매주 월요일 밤마다 울었다.
 
이들의 순수한 열정은 곧 기도에서 행동으로 옮겨졌다. 1994년 르완다 전쟁이 나자 송강호박사는 청년 2명과 함께 평화를 위해 더 구체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내전으로 위태로운 아프리카로 떠났다. 생전 처음 겪는 내전과 그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모습은 이들로 하여금 점점 더 평화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게 했다. 계속해서 기도회를 이어오던 1998년 보스니아 내전이 일어나자 송강호박사는 또 다시 코소보 지역으로 향했다. 송 박사는 역사적 인종적 종교적으로 뿌리 깊은 갈등을 가지고 있는 발칸반도를 체험하면서 아시아의 분쟁지역을 떠올리게 됐다. 아시아의 발칸이라 불리는 인도네시아였다.
 
아니나 다를까 보스니아에서 돌아오자마자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유혈 분쟁이 일어났다. 1999년 이 소식을 접한 송강호박사와 청년들은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9월 동티모르에 도착하자 국토의 80%가 포화 속에서 새까맣게 타버린 상태였다. 이때 송강호박사는 폐허 속을 걸으며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세계의 용기있는 청년들을 초대해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살면서 재건, 화해, 평화를 이뤄가게 하자.'
 
'개척자들'은 동티모르에서 평화캠프를 열고 청년들을 초청했다. 한국과 동티모르, 독일 등에서 청년 78명이 몰려왔다. 청년들은 세미나, 재건활동 등을 통해 기쁨과 평화를 경험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동티모르에서 시작된 평화캠프등 해외활동은 파키스탄, 인도네시아로 그 범위가 점차 넓어졌다. 각 지역마다 평화학교를 열어 평화교육, 평화도서관, 영어 및 컴퓨터 교육, 학교와 마을센터 건축과 같은 중장기지역 개발활동들을 진행해갔다. 또한 동티모르에서는 가족을 만나러 갈 수 없는 이산가족들을 찾아 영상편지를 찍어 전달해주기도 하고, 비무장지대에서 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의 가족들을 만나게 하는 메신저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개인의 이익보다 인류의 정의ㆍ평화

 
동티모르에서 5년간 사역을 하고 지난해 귀국해 샘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박윤애간사는 영남신대를 다니다가 동티모르를 위한 기도모임이 있다는 말에 2000년도부터 개척자들의 기도모임에 참석하면서 사역에 동참한 케이스다. 왜 그렇게 위험한 곳에 목숨까지 내어던지고 갔냐고 질문하자 그녀는 "동티모르에서 열린 평화캠프에 참여한 후 오히려 내가 얻은 게 더 많아 사역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인생의 몇년 정도 최악의 현장에서 봉사하기로 한 것뿐"이라며 자신의 사역을 당연한 것으로 이야기했다.
 
박 간사의 말 속에 녹아 있는 '개척자들'의 정신은 그들이 명문화 해 놓은 10대 강령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 몇 개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우리는 가족이나 부족, 민족이나 국가의 이익보다 인류의 정의와 평화를 더욱 소중히 여긴다.
 - 우리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심각한 갈등과 분쟁, 재난과 기아 사태에 응답하고 동참한다.
 - 우리는 화해를 위한 희생을 감수한다.
 
가족의 이익보다 인류의 정의와 평화를 더욱 소중히 여기고, 화해를 위해 희생을 감수한다는 강령은 목숨을 내건 전적인 헌신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기에 숭고함마저 느껴졌다.
 
"우리가 꿈꾸어야 할 세상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드는' 평화의 미래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이를 위해 현재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를 지키는 것은 말과 병거가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우리를 지키는 유일한 분이 하나님이시고 만약 하나님이 우리를 지키시지 않으시면 그 결과까지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오로지 하나님 한분만 의지해야 해요."
 
송강호박사의 이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은 비단 기자에게 뿐일까?

   
▲ 평화학교에 참여한 카슈미르 지역 아이들.

# 개척자들은?

'개척자들'은 지난 1993년 '세계를 위한 기도모임'으로 시작된 단체다. 이들은 분쟁과 재난과 굶주림 등의 상황에 내버려진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평화와 화해를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평화학교'를 운영하고 UN과 NGO, 선교사 등과 협력해 삶의 터전을 일으키고 희망과 화해를 위한 용기를 주는 일에 전력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도 매주 월요일 나들목교회에서 '세계를 위한 기도모임'을 갖고 있으며, 경기도 양평에 '샘터'라는 이름의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살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본교단 총회 사회봉사부(부장:김점동, 총무:이승열)와 인도네시아 긴급구호 지원활동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에서의 청소년자원봉사센터 건축 및 운영과 긴급구호활동을 통해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이뤄가는 일에 함께 협력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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