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탐방 9. IVP

[ Book ]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01월 18일(화) 19:32

기독지성 양성 위해 달려온지 33년

진보와 보수 양진영으로부터 존경받는 지도자인 레슬리 뉴비긴은 지난해 한국에서 출간된 '교회란 무엇인가(IVP)'에서 교회의 하나됨과 통일성을 강조했다. 이는 이념논쟁으로 사분오열된 한국사회는 물론 2013년 WCC 총회를 앞두고 의견 일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교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12일 만난 IVP 신현기대표는 이러한 뉴비긴의 주장을 근거로 들며 "진정한 복음주의자라면 복음주의와 다른 전통의 기독교를 부정하지 않는다"며 "교회 내에서 서로 다르다고 듣지 않는다면 다른 종교와 같다. 세상에 화해의 복음을 선포하겠다는 교회가 자기들끼리도 최소한의 화해조차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기모순일 것"이라고 했다.

   
▲ 1987년 시작돼 문서운동가들의 만남의 장으로 자리매김한 IVP 문서학교.

IVP는 한국기독학생회(IVF)에 속한 기독교 출판사로 지난 1956년 한국 IVF가 창립된 이후 22년만인 1978년 기독 지성 양성 및 문서사역 활성화를 위해 설립됐다. 이후 성경 연구서, 통전적 복음주의 신학 도서, 기독교 세계관과 문화, 학문과 신앙의 통합, 평신도 신학 및 일상생활의 영성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7백 여종의 도서를 발간했다.

30여 년간 IVP가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도 적지 않았다. 설립 초기 정기간행물 '복음과 지성'을 출간하며 기독교적 지성의 필요성을 대두시켰고 폴 스티븐스의 저서를 통해 '평신도 신학'이 소개한 이후 목회자 중심의 전통적인 한국교회에 평신도 운동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헨리 나우웬, 제임스 휴스턴, 유진 피터슨 등을 국내에 소개한 것도 IVP였다.

또한 지난해 '제자도'를 끝으로 사실상 저술 활동을 마감한 존 스토트의 도서 대부분이 IVP를 통해 한국에 보급됐다. 독서를 꺼려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70여 종의 소책자를 발간했는데 이중 '내 마음 그리스도의 집'은 IVP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스타벅스 세대를 위한 도서목록',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을 위한 청년도록' 등 IVP에서 펴내는 도록을 보면 타 출판사와 뚜렷이 구분되는 점이 한가지 있다. IVP의 도서 뿐만 아니라 출판사를 불문한 양질의 도서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는 것. 24년간 문서학교를 통해 2천여 명의 문서운동가를 배출하고 서적전시회(Book Table), 독서캠페인 등을 진행한 것도 문서운동의 베이스캠프라는 정체성 때문이었다.

신현기대표는 "문서운동은 단순히 책을 만드는 것을 넘어 새로운 생각을 품고 하나님 나라 사역에 동참하는 사람을 키워내는 일"이라며 "정보 홍수의 시대에 좋은 책을 가려 읽는 능동적인 독서가 매우 중요하다. 균형잡힌 독서를 돕기 위한 무료 도서목록인만큼 당연히 다른 출판사의 책들도 담았다"고 했다.

   
▲ 신현기대표.
1987년 처음 시작된 '문서학교'는 문서운동의 비전과 독서법, 글쓰기, 서평 쓰기, 책 소개법, 서적 전시회 운영법 등을 나눌 수 있는 만남의 장. 2011년 문서학교는 오는 2월 10∼12일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열릴 예정이다.

'출판계 불황'이란 화제를 꺼내자 신 대표는 '자기 혁신'을 말했다. "출판인의 입으로 출판계 불황이란 말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책을 내는데 독자들이 읽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고 독자들이 우리 책을 사줄 정당성을 볼 수 있도록 해야죠. 마치 독자들이 출판계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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