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에 가시 있던 바울 생각나게 한 작품, 진실성 돋보여"

[ 제12회 기독신춘문예 ] 제12회 기독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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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1월 11일(화) 17:08
   
예선을 거쳐서 본선에 오른 작품은 모두 10편이었다. 열편의 소설들 수준이 고르다는 게 이번 응모작들의 특징이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할 때는 꼭 마치 무엇 무엇과 같다는 '비유'로 말했다. 시나 소설 등 문학작품도 바로 그 비유의 예술이다. 비유를 통해서 진리를, 주제를 구현하는 것 그리고 예술적인 표현양식의 미적 아름다움을 드러내 주는 것이 소설인 것이다.

10편의 본선작품 중에 눈에 띄는 단편은 '길 위에서'와 '보헤미아의 숲' 그리고 '물꽃'과 '페이퍼 커트' '다섯 손가락의 비밀' 등이다. '길 위에서'는 평소 여러 편의 습작을 마스터한, 세련된 작품이다. 나무랄데 없다. 다만 소재 자체가 진부해보인다는 게 흠이다.

'보헤미아의 숲'은 '나'와 '형'과 얀 후스의 보헤미아 숲을 통하여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프로세스를 그린 작품인데 얀 후스의 소설이란 이야기 부분이 이질적이고 동화되지 못해 작품성이 떨어진게 아닌가 싶다. 신선하고 지적인 문장과 표현들이 돋보였다.

'다섯손가락의 비밀'은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다. 첫 째는 단편이 아닌 중편 분량이란 점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내용이 소설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부제가 말해주듯 어느 젊은 목사님의 자전적 수상(隨想) 기록이었다. 내용은 재미있고 다양해서 잘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마지막까지 남아 우열을 다툰 작품은 '물꽃'과 '페이퍼 커트'였다. <물꽃>은 류마티스를 앓고 있는 어느 전도사의 고통스런 생활단면을 감동적인 필치로 그려낸 소설이었다. 어찌보면 소설이 될수 없는 단순한 줄거리인데도 작품 구석 구석에 쩌릿한 경련같은게 전해지도록 그려나가는 '진실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이에 비해 '페이퍼 커트'는 리얼리즘적인 소설이었다. 임신한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를 교회 안팍에서 권사와 교회학교 반사인 내가 하나 하나 사실여부를 밝혀나가는 과정과 그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 외면하다가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잘 드러낸 작품이었다. 다른 어느 작품보다 정확하고 간결한 문장을 구사하며 소설적 갈등을 구축해가는 솜씨가 있고 탄탄한 구성력까지 가지고 있어 당선에 손색이 없어보였으나 한가지 흠이 있어 제외되었다. 그 여자 아이가 임신하고 출산한 아기의 아버지가 근친(近親) 중 하나라는 설정이 문제가 된 것이다.

주님은 사도 바울의 몸에 가시를 넣어주었다. 그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걸 아시면서 고쳐주시지 않은 것은 자고(自高)할까봐서였다고 바울은 고백하고 있다. '물꽃'을 당선작으로 뽑으면서 사도 바울의 아픔을 떠올렸다.
  / 심사위원  유현종ㆍ이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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