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골 골짝 빈들에도 갈 곳이 없어요"

[ 교계 ] 넘쳐나는 신학생, 수용할 수 없는 교회 ... 매년 5백명이 전임지 못구해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11년 01월 06일(목) 09:19

A 전도사는 내년 2월에 신학대학원 졸업을 앞둔 목사후보생이다. 대학원(Th.M) 과정에 합격을 하고 입학을 앞두고 있는 상태이다. 결혼을 해서 아이가 한명 있고 그동안 아내가 아이를 돌보면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겨우 생활을 했다. A 전도사 또한 신학교 재학중에는 교육 전도사로 활동하면서 학비는 충당했다.

그런데 A 전도사는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고민에 빠졌다. 지난 9월 이후부터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청빙공고와 신문 등에 실린 청빙 광고를 빼놓지 않고 보지만 마땅히 이력서를 제출할 수 있는 교회가 없다. 청빙 공고 내용의 제목 자체가 '부목사 청빙'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교육전도사'이다. A 전도사가 희망하는 자리는 '전임 전도사'이다. 그러나 '전임 전도사'로 청빙공고를 하는 교회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간혹 공고가 되더라도 '목사 혹은 전도사'로 자격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사실상 A 전도사가 이력서를 내 볼 만한 교회는 없다. 그남아 몇군데 찾아서 이력서를 제출해 봤지만 면접이라도 볼 수 있는 기회 마져 주어지지 않았다. 연락이 온 한 교회에서는 대외적으로 전도사로 지위는 인정해 주고, 역할을 교육부서에서 교육전도사(파트타임)로 일해 줄 수 없냐는 것이었다.

본교단은 헌법에서 '목사 후보생'이란 명칭으로 신학대학원 재학생과 졸업생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헌법 제2편 정치 제5장 목사 제38조 목사 후보생에 따르면 "목사직을 희망하는 자로서 노회의 자격심사를 받고 그 지도 아래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전도사이며 개인으로는 그 당회 아래 있고 직무상으로는 노회 아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A 전도사는 목사 후보생의 자격으로 졸업 후에는 교회에서 목사 후보생의 자격(전도사로 전임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부여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한편 A 전도사가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서는 2년간 전임전도사로 시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A 전도사는 전임 사역지를 구하지 못할 경우 안수 시기도 늦춰질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가정을 돌 보는 일에도 많은 문제점이 야기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A 전도사와 같은 입장에 처한 신학대학원 졸업생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목회 현장의 분석이다. 최근 신문에 부목사 청빙 광고를 낸 바 있는 B 교회 담임목사는 "교역자 청빙 광고를 내면 보통 7, 80통의 이력서가 들어 온다"면서 "이번에 청빙 광고를 낸 이후에도 이력서가 셀 수 없을 정도로 쌓였다"고 말한다. 이 모든 이력서의 주인공들은 목사 안수를 받았다. 부교역자를 청빙하는 데에 있어서 '목사'로 자격기준을 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이 담임목사는 "전도사의 경우 목사 안수를 받을때까지 기다려 줘야 하고, 목사 안수를 받고 나면 이미 시무 기간이 2, 3년이 지나버려 더이상 교회에서 시무하기다 어려운 상태가 될 뿐만 아니라, 교인들 사이에서도 교구를 담당하는 교역자가 목사냐, 전도사냐에 따라 미묘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담임목사로서 전임 전도사를 교역자로 청빙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하며, "목회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전도사 보다 이미 목사 안수를 받은 교역자를 청빙하는 것이 편리하다"고 귀뜸한다.

본교단의 교세 통계를 보면 2009년말 현재 교회수는 7천9백97개이고, 목사는 이 두배 가까이 되는 1만 4천9백97명이다. 그리고 한해동안 증가한 교회 수는 1백29개 인데 반해 목사는 5.3배나 많은 6백84명이다. 실질적으로 교세가 증가하지 않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산술적으로 계산하더라도 1년에 목사가 5백명 이상은 사역지를 찾지 못하거나 풀 타임으로 일하는 완전한 사역지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2009년말 현재 본교단의 무임목사는 1천20명으로 전체 목사의 6.8%에 이른다

본교단에서는 매년 8백여 명의 목사 후보생을 배출하고 있다. 이 목사 후보생들이 순탄하게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 사역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매년 8백개의 전임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A 전도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전임 전도사가 들어가야 할 자리를 이미 안수를 받은 목사들이 채우고 있다. 그만큼 목회자의 순환이 이루어 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현실은 감안해 본교단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신대원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사 후보생을 위탁 교육하고 있는 신학교들이 학교 운영을 내세워 학생 수를 줄이기 보다는 조금씩 늘려 나감으로써 오늘의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는 지적이다.

졸업생들은 당장 급한대로 일단 조건과 관계 없이 교회가 제시하는 대로 준전임 형식이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 파트 전도사로 부임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남아 교회들이 안수를 받을 수 있도록 서류상 전임 교역자로 이름을 올려 주는 경우가 있어 목사 안수를 받는데까지는 무리가 없다. 현재 법으로는 교육 전도사 경력 4년이면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는 조건도 한숨을 돌리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모든 관계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교회 성장과 교역자 수급에 맞춰 목사후보생을 선발해서 교육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볼맨 소리를 하는 한 목사 후보생은 "아골골짝 빈들에도 지금은 가고 싶어도 갈 곳이 없어서 못간다"고 한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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