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가 안겨준 교훈

[ 젊은이를 위한 팡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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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1월 05일(수) 11:53
오늘은 사랑하는 젊은 그대들에게 30년 전 초등학생이었던 나의 막내가 안겨준 교훈을 들려드릴까 하네.
학교 수업 후 쉬는 시간이었다네. 귀국한지 몇 달 안되어 아직도 우리말에 익숙하지 못했던 막내가 나름대로 큰 맘 먹고 선생님에게 커피 한잔을 드리면서 "선생님, 이것 쳐 잡수세요"라고 했었다네. 그 말에 너무나 당혹한 선생님은 어머니와의 면담을 요청하여 내 막내의 언어생활에 대한 상담을 하게 된 적이 있었네. 우리 부부가 창피를 톡톡히 당한 사건이었네. 문제는 비정상적인 언어가 바로 부모로부터 습득되었다는데 있었네.

아시는 대로 가정마다 그 품격과 취향에 따라 언어의 수준과 형태가 있기 마련이네. 우리 부부도 남들과 차이가 없는 인간들인데, 목사의 가정이라는 것 때문에 함부로 저속한 언어를 사용할 수 없다보니 참으로 인간의 맛이 없는 듯하여 우리만의 독창적인 구수한 농담을 만들어 사용한 적이 있었네. 그 중에 하나가 마실 것이나 먹을 것을 아내에게 줄 때면 "여보! 이것 쳐 잡수세요"라고 말하면서 '설탕, 케첩, 소금, 꿀'같은 필요한 단어는 아주 속삭이는 듯 사용하였네. 그리고는 함께 웃는 시간을 젊은 시절에 즐기곤 했었네. 옆에 있는 어린 자식은 아직 어려서 못 알아들을 것이라 믿고 부담 없이 그렇게 수년을 지냈었네. 그런데 아이는 목사인 아빠가 사용하는 그 말이 예의바른 언어로 믿고 선생님에게 그러한 실수를 범하여 망신을 당하게 된 것이었네.

그 후 아이들의 언어습득에 대한 글을 찾아 읽어보았네. 초기에는 말을 배우는 속도가 느려서 생후 17개월 정도 까지는 '엄마', '아빠'와 같은 가장 기초적인 단어 50개 정도를 배우고, 두 살이 될 때는 매우 빠른 속도로 하루에 10개에 가까운 단어를 익히게 된다고 하네. 한 달이면 최소한 1백20개의 단어를 익히게 되는데, 이때 익힌 단어는 매우 오랫동안 간직하게 된다는 보고서를 읽게 되었네. 특별히 아이들은 시각과 청각이 기능을 발휘할 때부터 그 모방 능력이 탁월한 본능을 발휘하게 된다고 하네.

조심하시게나. 자네들의 곁에 있는 자녀는 나이의 고하를 막론하고 그대들의 모방자이며 무서운 감시자일세. 그래서 뜻이 있는 부모는 자식들이 곁에 듣고 있을 때는 철저하게 순화된 말을 존대어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아예 존대어를 사용하는 것을 많이 보았네. 매우 잘한 일로 여겨지네. 자네들이 결혼 전부터 남자를 오빠라 부르면서 남자는 여자에게 반말을 여자는 남자에게 높임말을 사용하더니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도 그 언어습관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을 볼 적마다 속이 펀치 못하네. 꼭 두고 보시게. 자네들의 자녀들도 똑같이 거친 남존여비의 언어를 그대로 모방하고야 말 것이네.

이 나라의 왕실과 그 주변을 보여주는 영화나 드라마를 유심히 보시게. 왕실이나 선비, 양반들이 부부간에 순화된 언어와 존대어를 사용하였네. 그리고 평민들이나 머슴살이를 하는 가정에서는 부부지간에 남존여비의 막말이 흔하였네. M. 홉킨스의 "언어는 사상의 그림이며 사본이다"라는 말을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네. 자녀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부모의 사상과 신분을 그대로 나타내는 복사본이네. 한번 복사된 언어의 교정은 매우 어렵네. 그것이 눈을 뜨고 귀가 열려 일찍부터 배웠던 언어이기 때문일세. 교육의 장에서 만나게 되는 젊은 학생들의 언어와 행동을 보면서 예측해본 부모의 신분은 매우 적중함을 경험하고 있네. 언어란 개인의 인격과 살아온 삶의 발자취 일뿐만 아니라 그 가문과 부모의 신분까지 알게 하는 지름길이네. "언어는 정신의 호흡이다"라는 피타고라스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내 정신에서 순화된 아름다운 언어가 내 가정에서 먼저 이룩되어야 우리 주변에 평화의 꽃이 피게 됨을 부디 유의하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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