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바꾸는 '미션'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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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1월 05일(수) 11:50

언어는 너무 중요하다. 민수기 14장 28절에 "여호와의 말씀에 나의 삶을 가리켜 맹세하노라 너희 말이 내 귀에 들린 대로 내가 너희에게 행하리니"라 했고, 예레미야 23장 10절에 "저주로 인하여 땅이 슬퍼하며 광야의 초장들이 마르나니"라 했다. 언어의 힘이 이 정도로 놀라운 파워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이것이다. 언어가 바뀌지 않으면 신앙도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필자는 지난 호에서 밝힌 것처럼 교인의 절반 이상이 영구임대 아파트 거주자다 보니까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고 이분들은 진실을 진실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사고의 구조를 가진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오래 전에 치과의사인 본교회 안수집사가 교회 앞 빌딩으로 병원을 옮기고 인테리어를 아주 고비용을 들여 해놓았다. 이 안수집사는 생활보호대상자는 하루 5명만 받으면 되는데도 오는 대로 다 받아 주는 자비로운 의사였고 비싼 재료를 강요하기보다는 의료보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사용해서 값을 최대한 낮춰주는 좋은 의사였는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런 어려운 환자들의 치아 상태를 진단하고 가장 저렴한 치료방법을 열심히 설명해주고 최소의 금액을 제안해주면 그 환자들은 "알겠습니다. 가서 준비해 다시 오겠습니다"하고 가서는 다시 오지 않는 것이다. 처음엔 왜 그럴까 그 이유를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인테리어 상태만 보고 지레 짐작으로 '이 병원은 바가지를 씌워서 비싼 비용을 뽑겠구나'하고 선입견을 가졌던 것이다. 이 기막힌 현실을 여러 번 경험하고 나서 안수집사가 토해 놓은 말은 "우리 목사님은 이런 곳에서 어떻게 목회를 하고 계신가?"였다.

그런데 바로 그런 교인들이 은혜를 받고 대부분 중직자가 되었으니 하나님의 은혜가 놀라울 뿐인데 중직자가 되고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게 있었다. 언어였다. 새벽예배에 교회 차량을 타고 잠깐 오는 사이에도 다른 교인을 험담하는 일이 종종 있어서 운행을 맡은 교인이 시험에 들 정도였다. 그래서 기도 끝에 시도한 것이 있었는데 우선 건강 팔찌를 교인 수 대로 사서 하나씩 나눠주고 '험담의 영을 추방하라'는 설교를 연속 시리즈로 강단에서 외치면서 교인들에게 미션을 주었다.

"날마다 입에서 부정적인 언어가 나올 때 무조건 팔찌를 빼서 반대편 손으로 옮겨라. 그리고 자기 전에 오늘 몇 번 옮겼는지 세어보고 다음날엔 한 번 씩이라도 줄여가되 4주 동안 계속하라"는 내용이었다. 3일이 지나자 아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교인들이 한결 같이 하는 말이 "내 말 수가 확 줄어버렸어요"란다. 그렇게 4주가 지나자 이번엔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를 스쳐갈 때도 바꾸라는 미션을 주었고, 다음 4주 후엔 완전히 반대로 "입에서 긍정적인 말이 나오면 바꾸고 그 숫자는 날마다 늘여가라", 그리고 그 다음 4주 후에는 "머릿 속에 긍정적인 생각이 지나갈 때도 바꾸라" 였다. 이 미션을 16주 동안 계속했다. 그리고 이 미션이 끝난지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필자의 오른 손목엔 예배 시간에 가운을 입어도 보이도록 건강 팔찌를 착용하고 있다. 무언중에도 '언어의 정화는 계속 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미션을 통해 언어의 변화가 온 교인도 많았는데 그러나 사고뭉치(?) 교인들은 여전히 언어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니 이 노릇을 어쩌면 좋으랴.

교인이 프로그램으로 바뀌고 교재로 바뀐다면 목회가 얼마나 신나고 즐거울까? 그런데 그것으로 되지 않는다는 여기에 목회자의 딜레마와 야곱의 씨름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오늘도 우리의 목회는 오직 주님만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성욱 / 목사 ㆍ 예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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