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심,관상,집중!

[ 예화사전 ] <48>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12월 29일(수) 12:33

서체 중 가장 아름다운 서체는 궁체다. 궁체는 공주, 옹주들이 시집갈 때, 수레에 싣고 갈 책을 필사하기 위해 지밀궁녀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한글서체다.

지밀궁녀들은 다른 궁녀들보다 어릴 때부터 선발된 총명한 자들로, 오랜 기간 필사법을 익혀 양성된 고급인력들이다. 오직 필사하는 데만 전력투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궁체에는 그들의 땀과 정성이 그대로 살아있기에 더욱 소중히 여겨지는 것이다. 비단 궁체만이겠는가!

상페테스부르그에는 세계 3대 성당 가운데 하나인 이삭 성당이 있다. 2차 대전 중 3백만 명이 희생된 소련. 그 중에 1백만 명이 상페테스부르그에서 죽었다.

이들은 3년간 포위된 채 독일과 항쟁하면서 기아와 병으로 죽었다. 항복하지 않았던 그들은 독일 공습에 이삭 성당이 희생되지 않도록, 검은 천을 모아 덮었다. 맹추위에도 입고 있던 속옷까지 벗어 천을 모아 덮었다고 전해진다.

그토록 애정을 가지고 성당을 지키려고 했던 것은 금 1백kg이 들어간 황금 돔 때문이 아니라, 황금 돔 아래 그려진 성화, 높이가 1백m 이상 되는 천장 벽화 때문이었다.

이 성화는1818년부터 40년간 공사감독을 맡은 몽페랑의 감독 하에 화가 한 사람이 10년간 거꾸로 매달려 그렸다. 현장 여건은 아주 열악했다. 수십 km 밖에서 가지고 온 높이가 21m, 무게가 60t이 넘는 72개의 돌기둥들이 세워져 망치와 정으로 다듬어지고 둥글게 연마되면서 나오는 소음과 돌가루를 10년간 마시면서 그렸다니!

결국 화가는 성당 완공 후 1년도 못되어 세상을 떠났지만, 러시아인들 가슴 속에 진정한 예술혼이 무엇인가를 남겨주었다고 하겠다. 그렇다! 아름다운 일들의 이면에는 피눈물 나는 땀과 노력들이 서려 있다.

올 하반기 신대원에서 '기독교영성공동체' 과목을 개설하여 공주 '씨튼 영성의 집'을 탐방한 일이 있다. 관상기도로 유명한 수도원인데, 원장님의 안내를 받아 학생들과 함께 수도원 내 '미로기도의 길'을 돌 때에, 계룡산 어디에선가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당학교에서 꽹과리를 치는 소리라고.

그래서 한 학생이 물었다. 향심기도에 방해가 되지 않느냐고. 대답인즉 기도에 몰입하면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비단 기도만이겠는가?
내 삶 어디에 한 길로 집중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소중하다. 왜냐하면 아름답고 귀한 결실이 그 끝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재남 / 목사 ㆍ아름다운동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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