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이것을 빠뜨렸네

[ 젊은이를 위한 팡세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12월 22일(수) 15:49

젊은 그대들이 아무런 구김 없이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행복하네. 우리의 단신(短身)이 민족의 유전자의 탓이라 생각했었는데, 그대들이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세계의 건아들과 어깨를 겨루면서 국위를 선양하는 것을 보노라면 실로 자랑스럽기 그지없네. 가난과 전쟁과 질병 따위에 관한 이야기는 동화에 나온 이야기처럼 생각하고 오늘의 풍요로운 문화를 만끽하는 그대들을 지켜보면서 달라진 세상을 새롭게 보게 되네. 직장을 찾을 때에도 그 일터에서 제시한 보수와 환경을 먼저 챙겨보고, 자신의 몸을 던질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철저히 계산해보는 그대들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실감하는 바일세.

그러나 때로는 그대들에게서 이상향을 향한 도전의식이 결여되고 어려움을 뚫고 나가는 강렬한 의지가 보이지 않을 때가 종종 있네. 그리고 고결한 정신세계보다 눈앞에 보이는 물질세계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그대들이 땀 흘리고 있음을 보게 되네. 맑고 올곧은 정신으로 정치와 사회와 경제의 흐름을 쳐다보지 못하게 하는데 큰 공을 세운 3S(screen, sports, sex) 정책의 올무에 걸려 허우적거림을 보일 때가 지나칠 정도일세. 더욱이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을 예배해야 할 의무의 행위를 선택사항으로 돌리고, 자신의 육체적인 욕구를 따르는 그대들의 발길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네.

생각해보면 어찌 이것이 자네들의 책임이겠는가? 이 모두는 아름답게 이 땅에 태어난 자네들을 기르고 교육을 시킨 부모 된 사람들이 져야할 책임임을 통감하고 있네. 우리나라가 세계의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들어있음을 자랑하지만, 사실은 많은 것을 놓쳐버리면서 여기까지 달려왔네. 솔직히 자네들을 키울 때 그대들의 부모는 가난에 시달리면서 굶주림을 면하는 길이 우선 급하여 고결한 정신의 유산 따위는 뒤로 하였네. 나의 세대는 굶주리더라도 바른 길을 걸어야 한다는 교훈이 우선이었는데, 자네들에게는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최우선의 삶의 과제라고 가르쳤음을 실토하지 않을 수 없네. 신앙과 삶의 조화는 주일 예배 현장에서나 살아났을 뿐 그 외의 장소에서는 힘을 잃고 있었네. 새벽마다 찾았던 기도회에서는 소원성취, 무병장수,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주시옵소서'가 기도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었네. 결국은 물질만능과 배금주의가 나의 삶이 찾는 최상의 목적지가 되는 것처럼 자네들에게 보여주었네.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아야 한다는 설교를 수없이 들었었지만 열악한 환경을 벗어나려는 의지 앞에서 그 말씀은 힘을 잃고 있었네. 이제야 곧 나의 아집과 망상과 단견(短見)의 소치가 얼마나 심각했었는가를 깨닫게 되네. 실로 부끄러운 고백일세.

오늘에야 키케로가 '의무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돈에 대한 욕심은 피할 일이다. 부를 사랑하는 것만큼 협량(狹量)하고 또한 비천한 정신은 없다"고 했던 말이 눈에 뜨이면서 정신을 가다듬게 하네. 그리고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라는 말씀의 뜻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네.

이제 젊은 그대들의 도움 속에 살아야 하는 세대에 입문하자 지난날의 과오가 무엇인지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네. 그대들이 올바르게 살아야 하는 바른 신앙과 정신을 뒤로하면서 '쌀밥에 고깃국'만을 그대들에게 먹이고 싶어서 근시안적인 가치관을 앞세웠던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머리를 숙이네. 훗날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그대들을 키우고 교육시켰던 노령의 세대를 부디 용서해주시게나.

정장복총장 / 한일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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