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성탄절인가?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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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22일(수) 15:47

전운이 감돌고 처처에 환난과 기근의 소식이 있음에도 어김없이 성탄절을 맞았다. 주님이 오신 신학적인 이유들 때문에 당연히 성탄의 의미를 세상을 향해서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집중시켜야 하고, 우리가 피부로 체감하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오히려 더 강조해야 할 당위성도 있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문자대로 그리스도께 찬양이 집중되고 예배가 모아지는 크리스마스였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로마 황제가 신이어야 하는 시대에 만왕의 왕 예수님의 탄생과 예수님이 구주라는 사실은 두 살 미만의 남아들을 모두 죽이게 할 만큼 통치자의 위기감은 심각했으리라. 자기가 다스려야 할 영역에서 또 다른 통치자의 출현을 어떻게 용납할 수 있었겠는가? 진리가 뭐냐고 묻는 통치자가 다른 차원의 나라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우리는 육신으로 오셨던 예수님이 이제는 예수님을 구주라고 고백하는 모든 성도들 속에 성령으로 임재함을 믿고 고백하는 사람들이다. 하비콕스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성령체험은 지식의 문제도 아니고, 의지의 문제도 아니고, 감정의 문제도 아니고, 과학의 문제도 아니다. 이것은 원초적 신앙의 문제이다. 그런데 신앙생활에서 이런 기초가 무시되고 성탄의 정신이 대 사회학적인 차원으로만 접근한다면 하늘 보좌를 버리고 성육신 하신 성탄절에 주님의 나라 개념을 개인적으로는 어떤 의미로 이해시켜야 될 것인가?

하나님의 나라를 하나님의 통치권으로 이해하고 하나님의 다스림으로 이해할 때, 성령이 말씀으로 감동하시고 권면하시고 다스리고 통치하시는 영역이 개인이든 가정이든 교회에서든 그 다스림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을 '주여'라고 부르면서도 성령의 역사와 감동하심을 소멸하고 자신의 경험, 지식, 가치관을 신앙생활의 양보가 되지 않는 근간으로 삼고 고집스럽게 그것을 보수적인 신앙정도로만 안다면 고백과는 상관없이 이미 자신이 주인인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지 않은가? 그게 아니라면 처음부터 예수님을 영접도 안했고 성령님을 모시지 않았음에도 착실하게 교회 생활했다고 얻은 직분이라고 한다는 건 너무 큰 비약이지 않겠는가? 

교회가 하나님의 교회이고 피로 값 주시고 사신 주님의 몸 된 교회라고 믿는다면 어떻게 하나님의 교회를 섬기는 직분자들이 성경적인 가르침이나 기도를 통한 성령의 감동이나 교단 헌법이 정한 기준을 무시하고 섬길 수 있는지, 그 법에 의해서 항존직원이 되었고, 그 법을 지키겠다고 서약을 해놓고 우선순위에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마인드로 접근을 하고 세상적인 가치기준이나 판단의 잣대로 교회를 이끌고 가려고 한단 말인가?

필자는 항존직원을 선출하기 전 3년 동안의 통계를 당회에 제시한다. 세례교인의 의무는 감당하면서도 최소한 매일 새벽기도회에 참석해서 성경을 한 장씩은 읽고 짧은 시간이라도 주님과 교통하는 사귐을 가지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자여야 한다는 게 평소 목회소신이다. 성경을 안 읽으니 주님의 뜻을 모를 것이고, 기도하지 않으니 성령의 감동이나 교통의 체험이 없을 터인데, 직분은 맡았으니 감당은 해야겠고 결국은 머리를 굴려 세상적인 지식, 경험으로 하나님의 교회를 섬긴다는 게 도대체 가능한 이야기냐는 논리 때문이다.

바울은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다"라고 단언 한다(롬8:9~10). 한국교회가 위기라고 걱정하는 소리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그 진단이 여러 학문적인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필자는 한국교회의 위기가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교회의 항존직원이 되는 것이라고 본다. 크리스찬 아닌 사람이 교회 안에 있을 리도 없고 항존직은 더구나 말이 되는 예기냐고 힐난하겠지만 시끄러운 교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얼마든지 그럴 가능성이 있는 걸 어쩌겠는가?

올 크리스마스는 산타가 주인이 돼서도 안 되지만 우리 주님께서 성령님으로 우리 가운데 임재하심을 체험하고 감사하며 찬양하는 개인적으로도 기쁨이 충만한 성탄절이기를 기대해 본다.

곽종복 / 목사 ㆍ 지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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