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교회, 북 변화 읽어야

[ 선교 ] 북한 선교 위해선 '경제 상황, 후계 구도, 대외 관계' 등 종합적 분석 필요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0년 12월 22일(수) 14:26
지난 1994년 7월 북한의 김일성주석이 사망하자 전쟁이 일어날 듯한 분위기가 잠시 전국을 휩쓸었었다. 당시 강원도 철책선에서 복무하고 있던 기자와 동료 군인들은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그때 기자에게 용기를 주었던 말이 있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제 막 입대한 이등병의 주장이었다.
 
신학교를 휴학하고 들어온 그는 "전국의 산과 기도원에서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기에 전쟁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의 주장은 일리가 있었고, 기자는 그 말을 진심으로 믿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기독교인들은 여전이 국민들에게 그런 용기를 주고 있을까.
 
"전쟁은 일어납니다." 지난 8일 본보에는 '남한 사회와 종교계가 회개하지 않으면 전쟁은 일어난다'는 익명의 글이 도착했다. 발신인은 자신이 그렇게 판단한 이유에 대해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헌신의 실종 △기독교인들의 세속화 △지도자들의 부패와 무책임 △가정의 파괴와 부도덕성 △북한 동포에 대한 무관심 △죄에 대한 허용이 만연하기 때문이라고 제시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금 북한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일 한 일본 언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이 3년 내 주민들이 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이미 김일성 탄생 1백주년인 2012년을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대국이 되는데 가장 중요한 기반은 경제력이다. 현재 북한의 경제회복 방향은 식량 증산과 외자유치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당장은 경제문제보다 후계구도 안정에 전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화폐개혁도 후계자의 통치 강화를 위한 통제경제체제 회복을 위한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급속한 시장화에 따른 신흥 상인계층의 성장을 막고 이들과 결탁하는 반사회주의적 흐름을 무너뜨리려는 시도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혁은 실패로 끝났다. 북한도 시장화의 흐름은 막을 수 없었다. 지난달 한 교계 세미나에서 통일연구원 조민 박사는 "북한 주민들도 이제는 누구나 개인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북한을 돕기 위해서는 △경제상황 △후계구도의 안정 △중국과의 밀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 현 상황에서 진정 북한 동포들을 돕는 길은 무엇일까.
 
북한 시장은 생산은 없는 유통 중심의 교환 시스템이다. 그리고 교역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북한의 무역에 있어 중국이 차지하는 부분은 지난 2008년 73%에서 지난해 78.5%로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주 국경지역인 중국 단동을 다녀온 한 선교 전문가는 중국인들을 통한 지원을 소개했다. 현재 중국교회도 북한 주민을 위한 몇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인에 비해 교류도 훨씬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는 "그래도 상인들을 통해 들어간 물건들이 시장을 형성하고 주민들의 생계를 유지시켜주는만큼 중-북 교류 확대를 위한 중국교회와의 협력도 좋은 지원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한가지는 중국의 한인 사역자들을 통한 지원이다. 연평도 포격 이후 북한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반감이 고조되면서 많은 지원이 중단됐다. 중국 사역자들은 "선교와 남북의 관계는 별개"라고 말한다. 특히 지도층과 서민으로 양분돼 있는 북한의 사회구조를 생각할 때 지도층의 문제를 서민 지원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남북 교회의 교류 강화도 중요한 대안이다. 올해 통일 20주년을 맞는 동ㆍ서독 교회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개신교협의회(EKD)라는 하나의 교회를 결성하고 예배의 형식, 성서과 찬송 등을 동일하게 유지해 나갔다. 또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민간 차원의 교류 협력에 앞장선 것은 통일을 앞당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후계 체제가 안정되는 동안 정국이 불안할 수는 있지만 민중혁명이나 쿠테타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한국교회도 현 북한 정권이 장기화될 것을 감안한 장기적인 지원과 협력 방법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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