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포트폴리오

[ 논설위원 칼럼 ] 하나님 앞에 바르게 서기 위해서 지혜로운 건축자 되어야 할 때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12월 09일(목) 10:38

최근 우리나라는 의료 혁명과 생활 환경 개선으로 인해 수명이 1백세를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의 생명은 1백세를 살 수 있게 되었는데 한창 일할만한 나이 50대 중반에 은퇴하여 나머지 40년을 쉬는 것으로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를 두고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오래 죽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기의 인생에 대하여 '라이프 포트폴리오'를 작성해야 한다고 한다.

'포트폴리오'란 'port'는 무엇인가를 들고 이동하는 것을 뜻하고 'folio'는 종이 한 장을 반으로 접어 4면이 된 것을 말한다.

무엇인가를 나누어 이동한다는 말인데 이 말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 직업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단어'로 쓰이게 되었고 나중에는 자기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업, 중요 관심사 같은 것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경제용어에서 투자의 포트폴리오란 말은 투자자가 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를 고려하여 투자 위험을 분산시킨 자산의 묶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라이프 포트폴리오라는 말은 자기 인생 전체의 계획표를 만들어 산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요즘처럼, 50대까지 현역에서 일하고 그 후 남은 은퇴시간을 아무 할일 없이 단순하게 연장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 인생 전체의 계획표를 만들어 산다는 말이다.

사실 은퇴라는 말은 좋은 의미에서 평생 열심히 일한 다음 여생을 충분히 보상받으면서 여가와 함께 쉰다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도 건강하고, 더 일할 수 있고 자신의 역량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는데도 억지로 밀려나와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말로 의미가 달라져버렸다.

은퇴라는 말이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인 흐름이라면 우리는 이것을 맞이할 준비를 잘해야 할 것이다. 아직 건강하고, 무엇이든지 할 역량이 충분한데 지금까지 일하던 터전에서 나오게 되었다면 그로 인한 충격과 심리적인 변화가 대단히 클 것이다. 따라서 은퇴 후에 자기에게 닥쳐올 심리적인 변화와 경제적인 부담을 잘 계산하여 자신의 미래를 잘 계획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바로 이것이 '라이프 포트폴리오'이다.

마치 입시생이 여러 유형의 문제를 미리 풀어보고 준비할 때, 다가올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처럼, 자신의 라이프 포트폴리오를 잘 준비한 사람이 자신의 은퇴 후의 삶을 윤택하고 가치 있는 삶으로 준비하게 될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은퇴 전에 자신의 노후를 준비해야 인생의 노년이 평안하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자기 자산을 잘 관리하는 것 외에 두 가지 더 준비해야 한다.

첫째는 심리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잘 아는 일이다. 아무리 자산을 잘 준비해도 자기의 위치를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없다.

기성세대와 젊은이들과는 언제나 벽이 존재했지만 근자에 그 정도가 대단히 커져 버렸다. 대단히 큰 문화적인 갭(Gap)이 생긴 것이다. 자신의 남은 삶을 잘 준비한다는 것은 이렇게 큰 갭으로 벌어진 젊은 세대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자신의 노련한 경험을 그들, 곧 다음 세대에 잘 나누어 주는 것이다. 이것을 에릭슨은 다음 세대를 향한 관심, 곧 성숙성(Generativity)이라고 했다.

다음세대와의 간극을 좁히는 것은 먼저 세상을 살았던 앞선 세대들의 몫이다. 자신의 경험이나 가치, 자기의 주장만을 강조하는 것은 고집이지 더 이상 자랑이 될 수 없다.

다음세대와 잘 어울릴 수 있고 자신의 경험을 조화 있게 나누는 것이 참 지혜요, 자신의 성숙성을 다음세대에 전하는 좋은 전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준비해야 할 포트폴리오는 '믿음의 포트폴리오'이다. 곧 자기 인생의 믿음 계획표이다.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이 땅을 떠나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반드시 하나님 앞에 서게 된다.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라고 히브리서 기자는 말한다.

은퇴 이후를 준비하지 못하면 노후가 초라한 것처럼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설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 인생의 결국도 초라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언제 하나님 앞에 설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늘 그날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내 남은 삶을 어떻게 해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까를 연구하고 실천해야 한다. 마지막 날, 믿음의 포트폴리오가 준비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는 클 것이다. 우리 모두 자기의 남은 날과 다가올 그날 하나님 앞에 바르게 서기 위해 지혜로운 건축자와 같이 자신의 삶을 잘 기획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황해국목사ㆍ세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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