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 예방, 교회가 나서야

[ 마이너리티 리포트 ] 도박중독자 수 급증, 교계 대책 시급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12월 08일(수) 10:36

지난 2006년 개봉했던 영화 '타짜'의 한 장면. 한 대학교수가 병든 아내의 병원비를 들고와 보도방(몰래 운영되는 도박장)에서 다 날린 후 힘 없이 걸어가자 이를 불쌍히 여긴 주인공이 불러 돈을 주며 "이 곳에 다시 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타일러 보내지만 그는 곧바로 다시 도박장으로 향한다. 이를 혼내려는 주인공을 여주인공이 막아서며 유명한 대사를 날린다. "알잖아. 지금 저 사람 하나님도 못 말리는 거."
 
최근 도박중독의 문제가 연예인 신정환 씨의 사건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전에도 한차례 도박으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그가 공인임에도 불구하고 두번째 똑같은 문제를 일으킨 것만 봐도 한번 도박의 수렁에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짐작케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신 씨는 첫번째 도박사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도박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청년 도박중독 크게 늘어나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원희목 의원(한나라당)에 따르면 '연도별 도박 관련 진료실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5년부터 5년간 20대에서 50대의 청ㆍ장년층 도박중독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도박과 관련 의료기관으로부터 진료를 받은 총인원은 2005년 2백10명에서 지난해 6백12명으로 무려 1백91.4% 증가한 것. 특히 전체 진료인원 대비 90%대를 차지고 있는 청ㆍ장년층 진료인원은 2005년 1백88명에서 지난해 5백65명으로 2백.5%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5년간 진료건수는 2005년 3백92건에서 2009년 1천6백66건으로 3백25% 늘었고, 총 진료비도 2005년 1억2천4백만원에서 지난해 4억9천1백만원으로 2백96.8%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박빚으로 인해 목숨을 끊는 이들도 적지 않다.
 
또한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강원정선경찰서 및 강원랜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원랜드가 개장한 2000년부터 2010년 8월까지 정선군 관내에서만 37명이 도박중독으로 고통받는 자신을 비관하거나 불어난 빚을 갚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랜드 카지노 도박중독관리센터의 중독예방 및 치유상담 건수도 2006년 2천9백12건에서 2009년 6천4백86건으로 2.2배 증가했고, 올해는 지난 6월 말까지 이미 2천9백89건을 기록해 도박중독 문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은 이러한 통계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걸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니다. 강원랜드 내 중독관리센터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도박중독자의 약 30%가 크리스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숫자는 대략적인 수치가 아니라 도박중독자들이 상담차 찾아오는 경우 종교란에 표시를 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한 숫자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기독교인들마저 도박중독에 빠져 허덕이는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교회는 무엇을 도울 수 있을까?

# 강원도 카지노 도박중독자의 30%가 기독교인

현재 교계를 통틀어 가장 활발하게 도박중독자들을 위해 사역하는 이는 본교단 강원노회의 방은근목사(태백중앙병원 원목)다. 그는 지난 10년간 국내의 대표적 도박시설인 강원랜드에서 도박중독자들을 돌보고 도박예방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사북에서 광부로 일한 경험이 있는 그는 광부들이 퇴직금을 가지고 도박을 한 후 다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보고 지금과 같은 사역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거의 매일 강원랜드 카지노에 가서 '엄마, 아빠 도박하지 마세요'라고 적힌 띠를 두르고 찬송을 부르며 예방활동을 펼친다. 카지노 밑에는 25인승 버스를 주차시키고 신앙서적과 기독공보 등을 가져다 놓고 도박 빚으로 노숙신세가 된 이들에게 커피, 샌드위치 등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처음에는 카지노측으로부터 협박과 폭행도 수차례 당했지만 이제는 그가 본교단 소속 목사인 것을 확인하고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는 않는다고.
 
그가 도박중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그는 단연코 '예방'을 꼽는다.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좀처럼 헤어나올 수 없고, 헤어나온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이미 정신적 재산적 피해가 엄청나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와 함께 지역의 목회자들이 연대해 도박중독자 돌봄 및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현재 강원도 지역에서 도박 반대운동을 펼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지역의 어떤 교회라도 교인들 가족 중 몇 명은 도박산업과 연관된 직업을 가지고 있어 교회 설교 중 도박에 관한 부정적인 메시지를 하거나 교회 내에 도박반대 플래카드를 걸 경우 일부 교인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인근 지역의 목회자 및 성직자들과 '도박을 걱정하는 성직자들의 모임'을 결성하고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사실 도박 근절 운동을 위해서 강원도의 목회자는 목회를 그만둘 각오를 해야할 정도의 분위기라고 한다. 그 또한, 최근 도박중독자 돌봄 사역을 위해 목회를 하던 고한남부교회의 목회를 아내인 유운옥목사에게 넘기고, 태백중앙병원 원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계에서는 도박중독자 돌봄 및 예방 사역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아 재정적으로 항상 힘든 것은 물론이다.

# 도박중독 관련 사역자에게 관심 가질 때

본교단 사회봉사부 인권위원회(위원장:홍승철)는 지난 11월 29일 강원도 도박중독자 돌봄 사역 현장을 방문, 도박중독의 폐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이를 위한 사역을 하고 있는 목회자들을 위로했다. 이 자리에서 인권위원회는 플래카드를 들고 함께 일일 사역에 동참했으며, 본교단 교회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권위원회에서도 다방면으로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이날 방 목사와 함께 카지노에서 사역을 한 인권위원장 홍승철목사(동광교회)는 "직접 카지노 현장에서 현실을 체험해보니 도박 중독의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 지, 또한 이들에 대한 예방이나 치료 차원의 사역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게 됐다"며 "지금까지 우리 교계가 도박중독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던 것을 반성하고 총회 인권위원회를 중심으로 해서 타교단 인권위원회와 연합해 이 지역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도박업체인 강원랜드에서는 자체적으로 도박중독관리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모기업의 재정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현실의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는 사역은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교계의 관심은 더욱 중요한 실정. 가톨릭의 경우만 해도 사역자간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 도박중독으로 인한 자살 시도자를 치료 후 생활전선에 복귀하기까지 비교적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교계의 경우는 사역자들이 호주머니를 털어가며 하기 때문에 도박중독자 및 자살시도자를 위한 쉼터 등의 필수 시설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도박중독자 돌봄 사역자들은 본교단 교회뿐 아니라 총회적으로도 관심을 갖고 사역자에 대해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눈물 어린 호소를 하고 있다.

# 다음은 도박중독의 위험신호(한국도박중독자가족모임 제공)

- 절제하기를 맹세하지만 돈을 따든 잃든 그만 두지 못한다.
- 전에는 잃었지만 이번만은 많이 딸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진다.
- 도박에 미쳐 책임감을 상실한다.
- 과도한 술, 약물, 수면 등으로 현실을 도피하려 한다.
-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거나 소홀히 한다.
- 가정이나 사회생활에 관심이 없어진다.
- 도박을 끊으려는 생각이 없고 도박 없는 삶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의지로 도박을 끊을 수 있다고 장담하면서도 계속적으로 도박으로 인한  문제를    일으킨다.
- 도박으로 귀가시간이 늦어지고 밤샘이 잦아진다.
- 도박할 시간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거짓말을 자주 한다.
- 급한 도박 빚만 갚아주면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도 또 도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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