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 어려운 옛 습관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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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07일(화) 18:36

얼마 전 수영장을 다녀오는 집사님과 길에서 만났다. 미안한지 요즘 무슨 운동을 하는지 내게 물었다. 물론 늘 하던대로 "숨쉬기 운동 밖에는 안 한다"고 답했는데 그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며칠 후 3개월용 입장권 두 장을 내밀면서 사모님과 수영을 하라고 권면했다. 농촌 중소도시에서 테니스를 하다 임지를 옮긴 동역자도 있었고 볼링을 하다 임지를 옮긴 동역자도 있는데 수영은 괜찮은 건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은 아내와 함께 가서 등록을 했다. 아내는 수영복을 전혀 입어본적도 없으니 당연히 초급반에 들어갔고 나는 고급반을 갈 건지 중급반을 갈 건지를 망설이다 겸손한 맘으로 중급반을 선택했다.

TV에서 수영선수들이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시합하던 레인이 연상될만큼 너무 깨끗하고 분위기 좋은 수영장에서 준비체조가 끝나고 수영을 시작했다. 그런데 한 2~3분 했을까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고 수영코치가 내게 오더니 호통을 쳤다. 여기는 중급반들이 하는 곳이니 초급반 코스로 가라며 그쪽을 가리켰다. 코치가 가리키는 그곳에는 어설프게 생긴 초보자들이 여러 가지 색깔의 네모 판을 하나씩 들고 발차기 연습을 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게 보였다. 아니 나를 그리로 가라고?

사실 나는 신학교를 가기 위해 고향을 떠나기까지는 걸음걸이와 수영을 거의 같이 시작한 관록(?)을 가지고 있는 바다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이미 해변에 있는 작은 돌섬을 오가는 처절한 훈련을 통해 동네 형들에게 수영법을 전수받았고 모범적으로 훈련받은 나는 그 후 작살을 들고 물속에 들어가면 몇 마리씩 좋은 횟감을 잡아가지고 나올 정도의 실력을 소유하게 됐다. 지금도 여름철에는 몇 시간씩 물에서 나오지 않고 수영도 하고 작살도 하는데, 아니 날보고 초급반으로 가라니.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많은 생각을 하면서 결국 초보레인에 들어갔고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발차기라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얼마나 발목과 허리가 아프고  숨이 차고 힘이 드는지 중간에 몇 번을 쉬고서야 끝까지 갈 수 있었다. 기초가 그렇게 중요했던 것인데 여태껏 기초 없는 수영을 내 스타일대로 했다는 자성이 생겼고 그 다음부터는 코치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연습을 했다. 그런데 숨이 차고 힘이 들면 자꾸만 옛 수영습관이 나오는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대단한 옛 수영실력이 정통 수영을 하는 데는 큰 지장이 되고 그 습관 때문에 진전이 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지나니 되려 백지였던 아내가 나를 훨씬 앞지르는 상황이 되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교인들의 모습이 너무나 소박하고 정겹고 사랑스럽다. 너무 열심히 봉사하고 애착을 가지고 충성하는데 교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너무 개성이 강한 자기중심적인 초신자들을 본다. 혼자 동분서주 하다가 제풀에 주저앉는 성도들도 보이고,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했다는데 아직도 킥판을 잡고 발차기만 하는 것같은 제직들도 보인다. 나름대로는 교인들에게 인정받는 중직자들인데도 옛날 습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해서 믿음의 진보가 보이지 않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 교회에는 그게 섬김의 자세이고 사명 감당하는 직분자의 도리인 것처럼 후배들에게 가르치고 영향력을 주려는 믿음의 선배들이 없는 게 감사할 뿐이다. 때가 되면 그들도 믿음의 도리, 섬김의 도리를 알 것이고, 그때 제자리로 돌아오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해야 할 텐데…. 요즘도 가끔 고향에서 나에게 엉터리 수영을 가르쳐주며 너무나 당당하고 영웅같이 군림하던 선배들이 생각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교회생활도 그렇게 하지는 않는지 궁금해하면서.

곽종복 / 목사 ㆍ 지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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