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란 '어떤 나인가'에 대한 물음"

[ 인터뷰 ] 박이도시인, 50년 문학인생 담은 문학전집 출간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11월 30일(화) 18:40
   
박이도시인의 50년 문학인생이 4권의 책(박이도문학전집/창조문예사)으로 출간됐다. "여기서 조금만 올라가면 옛날에 살던 아파트가 있었는데 아직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60년 대 말 서울 시청에 출입할때(현대경제신문-현 한국경제신문-에서 10여 년간 기자생활) 기자 아파트에 살았었거든요. 갓 결혼하고 이화장이 내려다보이던 그 아파트에서 첫 아이를 낳았는데…."

지난 19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청년 시절을 회상하며 세월의 변화를 절감하는 듯 했다. 그리고는 불쑥 "요즘 이상한 일을 하나 하고 있는데"라며 수줍게 '배비장전' 대본을 꺼내들었다. 그는 "벤치에 서서 신문읽다가 들어가는 단역이겠거니 했는데 '주인공'"이라며 "학생때 교회에서 성극한 이후론 처음인데 밤잠이 안온다"고 했다. 오는 15∼16일 문학의집에서 열리는 연극 무대에 서기 위해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그에게 시(詩)란, '자기 표현'이자 "'어떤 나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시를 쓰는 일에 대해서도 △내적으로 우러나오는 것 △자연 경관, 만나는 사람 등 외부로부터 영향받는 것 등에 대해 부지런히 '자기다운'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식구들이 외출하고 혼자 있을때 내 세상인 듯 글이 참 잘 써져요." 그가 서재에서 창작활동에 몰두할때면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커피와 음악. 특히 고전 클래식을 즐겨 듣는다고 했다. "마음 속에 탈선, 자유 등에 대한 생각이 스쳐가기도 했지만 평생 교직에 몸담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절제해야 했어요. 그 덕분에 신앙이 보호됐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이번에 문학전집을 출간하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시를 다 읽어봤다며 "초기에 쓴 시들은 왜 그렇게 장황한지…. 이야기식으로 써본다고 하긴 했지만 너무 길더라. 10여 년전부터서야 시가 좀 짧아진 것 같다"고 했다. 정제된 언어로 시를 쓰고 자신을 비워오면서 이제는 시인의 인생이 절제미로 채워져가는 것인지도.

   
▲ 박이도시인.
시인은 (며칠 뒤 일어날 일을 예견이라도 한듯) 인터뷰 중간 중간마다 나라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이념갈등이 심각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 해방, 한국전쟁 등 사회 속에 던져진 개인사를 담고 있는 시('약속의 땅')를 쓰기도 했다. "어렸을때 이북에서 월남했기 때문에 공산주의를 체험적으로 알아요.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행동으로 뒤집어 엎는데서 시작하는 것이 바로 공산주의에요." "평범한 서정시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이지만 사회에 대한 풍자를 담은 민담시집을 기획했던 일도 있다. "시인의 상상력이라는건 기본적으로 사회 정의, 자유를 꿈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론가들은 그를 가리켜 '신앙시인'이라고 평하기도 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절기시 외에) 한번도 '신앙시'라고 생각하고 쓴적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체 '신앙시'란 무엇일까? 그는 "성서의 말씀을 확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답했지만 "신앙을 홍보하는 수단은 아니다"라고 했다. "십자가, 예수님 등 시 안에 신앙적 장치를 삽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에요. 진짜 내 속으로부터 우러나온 언어들인지가 중요하지요. 그렇게 기독교적인 세계관이 나도 모르게 나타나는거죠."

"신앙적 차원에서 영혼이 천국가길 희망하는 복선이 숨어있는" 13번째 시집의 서시 '어느 인생'도 그렇다. '이제야 내 뒷모습이/ 보이는구나/ 새벽 안개 밭으로/ 사라지는 모습/ 너무나 가벼운 걸음이네/ 그림자마저 따돌리고/ 어디로 가는 걸까(어느 인생)'

"지상의 모든 허물이 벗어지고 천국으로 가는 것은 최고의 이상이자 꿈입니다. 나중에 흙 속에 묻히고 싶어요. 무덤 위에 나무 십자가가 삭아서 없어지면 나는 없어지는 것…, 사라지는 것이지요.”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