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에 대한 소고

[ 논설위원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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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3일(화) 17:45

한 때 우리 사회에 많은 공감을 일으키며, 회자된 말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하는 말이다, 원래 노블리스는 '닭의 벼슬'을 의미하고 오블리제는 '달걀의 노른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닭의 사명이 '자신의 벼슬'을 자랑함에 있지 않고 '알'을 낳는데 있다고 하는 뜻일 것이다. 이 말은 우리 사회에서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 역사적 사명을 뜻하는 말로 닭의 벼슬로서의 명예(노블리스)를 누리는 만큼 의무(오블리제)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고, 지금도 그 의미를 받아들이는 자세에 변함이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반적인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이러한 분위기는 우리 교단뿐 아니라, 한국 기독교의 '본질'과 '정체성' 상실로 나타나고 있다.   

광진구에 있는 K종합대학 재단에서 수익사업을 통해서 대단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대학에서 재단 소유의 대지에다가 고층아파트를 건축하여 수 백여 세대를 분양했고, 더군다나 시니어 타워를 건설하여 4백여 세대를 분양함으로 큰 수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특히 시니어 타워는 일류 호텔에 비교해도 손색없는 시설로 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비즈니스가 대학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는 뜻일 것이다. 어느 분이 총장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과연 상아탑으로서 대학의 정체성과 본질에 맞는 이야기인지, 대학이 이제는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사업을 통해서 유지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대학' 본연의 정체성을 논해 보아야 할 문제들이다.

최근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에서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박사에 대한 동상을 모금에 의해서 건립하겠다고 하는 기사를 인터넷을 통하여 접하면서 무척 착잡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는 것에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한기총에서 세워야 하느냐는 것이다. 한기총이 어떤 기관인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더불어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기관이 아닌가? 그분은 초대 대통령으로서 정치인이었다. 그러므로 동상을 세우더라도 한기총이 나설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한기총이 이 일에 나선다면 그것은 기독교의 정체성을 상실한 것이다.

최근에 한 교회의 교단 탈퇴 및 번복 논란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내용 자체가 충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목사의 시무 정년 문제에서 불거진 일들인 것 같다. 70세 정년 연장은 지난 94회 총회 시에 투표에까지 부쳐진 내용이기도 하다. 목사의 시무 정년을 5년 더 연장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부결되었다. 담임목사의 은퇴정년의 문제로 교회가 교단을 탈퇴한다는 것은 목사의 본질과 교단 정체성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비판을 받고 있는 연합 사업에 대한 우리 교단의 자세와 입장과 관련된 내용도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한 개인의 지도력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교단은 한국 기독교 내에서 대형 교단으로서 차지하는 그 위상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 위상에 걸맞는 의무(오블리제)에 충실할 때 그 명예(노블리스)에 정당한 위상이 정립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장로교 정체성과 본질의 문제이다.

연합사업은 말 그대로 연합이다. 각 교단들이 파트너십으로 연합할 때, 기독교는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우리 통합 교단의 신학이나, 신앙, 역사의식을, 다른 교단들이 그대로 따라주어야 된다는 자세는 버려야 한다.

우리는 장자 교단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오블리제)을 다하고자 할 때, 노블리스에 정당한 위상이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강병만 / 목사ㆍ청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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