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신학동향 ] 10. 문화신학
문화신학(culture theology)이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의 다층적 구조 속에서 영속적인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의미를 탐색하면서， 동시에 하나님 나라를 향한 실천적 삶을 지향하는 신학적 모색이다. 따라서 문화신학은 하나님 나라의 문화형성을 위한 현실 문화의 변혁(transformation)을 지속적으로 추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문화신학의 배경이 되는 문화의 다층구조를 구성하는 전통문화와 종교들， 포스트모더니즘， 소비문화 등은 신앙인들이 매우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야 할 분석과제라고 말할 수 있다.
문화신학의 새로운 과제
우리가 21세기적 정황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사회문화적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의 변화와 이에 따른 새로운 세대의 도래，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함의하는 사회문화적 파급력이다. 이것은 문화신학의 실천적 과제이자 영역인 문화선교의 방향과 전략 수립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2008년 한국사회를 강타했던 촛불집회와 그 이후의 문화변동의 과정 속에서 적어도 한국사회는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매체를 모국어를 사용하듯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새로운 세대) 세대의 부상을 목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의 폭발적 보급과 이에 따른 소셜네트워크의 파급현상은 새로운 세대의 소통방식인 '개방， 공유， 참여'로 상징되는 웹2.0의 소통방식을 사회적으로 급속히 확장시키고 있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방식과 소통은 한국사회의 발전과 성숙을 촉진시키는 촉매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성권위에 대한 거부와 저항으로 나타나는 포스트모더니즘과 결합되면서 안티 기독교 운동 같은 형태로 표출되기도 함을 주목하여야 한다.
문화신학의 실천으로서의 문화선교
이러한 위기 상황을 인식한 문화신학자들은 서구의 이머징 처치 운동과 일련의 문화현상들에 대한 해석을 통해 여전히 새로운 세대도 여느 세대와 마찬가지로 종교와 영성에 대한 욕구와 경험을 갈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예컨대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온 영화 '아바타'의 흥행 원인에는 3D라는 기술혁명 외에도 '생명'， '자연'， '연대'， '영혼'과 같은 유사 종교적 가치들의 공감이 그 배경으로 자리한다. 즉 다양한 장르의 문화현상에 종교와 영성 코드들이 활발하게 배경으로 상호 유통되고 있음을 주목하여야 한다. 여전히 종교적 의미와 상징들을 통해 소통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새로운 미디어 세대들에 대한 문화신학적 인식과 각성은 한국교회에게 문화선교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한다.
현대 문화신학과 문화선교의 핵심 과제는 소통(communication)으로 모아진다. 소통은 새로운 세대와의 문화적 형식을 통한 소통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공공영역에서의 소통도 의미한다.
전자가 다양한 문화적 형식과 콘텐츠(예를 들면 문화장르로서의 영화， 뮤지컬， 잡지 등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영역)를 통해 복음의 가치와 의미， 나아가 궁극적 지향점을 소통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책임 있는 공적 영역으로서의 교회가 공공(公共， public)의 영역에서 다양한 영역과 기관들과의 연대적 관계(예를 들면 NGO와의 협력)를 형성하기 위한 소통이다. 특별히 후자의 소통은 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공적 언어와 사회적 주제를 설정함을 통하여 교회의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세대와 세대 / 사회와 교회 간의 소통을 모색하는 각종 신문과 잡지발행， 교회 카페， 서울기독교영화제， 부활절 뮤지컬프로젝트 등의 문화생산에 참여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문화선교 실천을 의미한다. 아울러 지속되는 남북분단， 가속화되는 지구화로 인한 생명상실의 위기를 인식한 문화신학은 다양한 문화 장르를 통하여 표출되는 통일， 생명， 교육 등 한국사회가 직면한 공공신학(public theology)적 주제들에 주목하며， 하나님 나라 참여를 위한 실천을 시민사회와 함께 모색하고 있음도 교회는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임성빈교수(장신대， 문화선교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