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느끼는 행복한 목회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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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3일(화) 17:30

매 주일 마다 껌을 손에 들려주는 권사님이 계신다. 그 권사님은 본인이 섬기고 있는 56년 된 교회의 초창기에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창립 멤버이다. 그 권사님의 연세는 90세이다. 그러나 나이에 걸맞지 않게 너무도 정정하시다. 그 권사님이 자식과 같은 목사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매 주일마다 예배 후에 손에다 꼭 쥐어주는 껌 한통에서 느끼게 된다.

매 주일마다 주는 껌을 미처 다 소비하지 못해 수북이 쌓이면 그 껌을 교회학교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껌에서 바나나 우유로 품목이 바뀌었다. 매주일 마다 2부 예배 후 3부를 준비하고 있을 때 노 권사님은 당회장 실을 두드리고 들어오신다. 그리고는 바나나 우유 한통을 빨대와 함께 가방에서 꺼내 주시면서 "너무 작아서 미안합니다"하며 놓고 나가신다. 어느 때 보면 유통기간이 지난 것을 주실 때도 있다. 노인들은 유통기간 같은 것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냥 주는 것 자체를 즐기면서 작은 정성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때는 바나나 우유를 따끈하게 데워서 가방에 넣어 식지 않게 가져오기도 한다. 그리고 연세가 고령의 할머니인데도 수줍은듯 몸을 꼬며 애교스러운 모습으로 책상위에 그것을 조심스럽게 놓고 나가시는데 그 뒷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게 보였다. 바로 그 모습 속에서 주님의 사랑의 손길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어느 때는 심야기도회 때도 바나나 우유를 가지고 와서 설교를 하기위해 앉아있는 의자 옆에 가만히 놓고 가신다.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도 그 노 권사님의 정성을 뿌리치지 못하고 먹게 된다. 그리고 빈 우유 통을 심야기도 후에 쓰레기통에 버리기 위해 의자 옆 좌석에 놓으면 어느새 그 우유 통이 사라진다. 아마도 그 노 권사님이 그 빈 통을 노리고 있다가 기도시간에 가만히 다가와서 그 빈 통을 가져다 버리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너무도 자상하고 사랑이 많은 권사님이시다.

며칠 전에는 은퇴한 안수집사님이 주일 2부예배가 끝났을 때 당회장실로 찾아 오셨다. 그리고 종이 팩을 건네주면서 설명을 하였다. 시골에 가서 메뚜기를 잡았는데 그것을 볶고 간을 맞춰서 반찬을 만들었다고 하였다. 옛날 가난했을 때 먹었던 메뚜기 반찬이 이제는 별미처럼 귀한 것이 되었는데 은퇴 안수집사님을 통해서 옛날의 추억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값으로 따지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그 정성이 얼마나 귀한가? 은퇴 안수집사님의 그 작은 정성이 마음을 넉넉하고 훈훈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진한 감동을 갖게 해 주었다.

그 밖에도 성도들의 이런 저런 사랑 때문에 행복감에 젖어 들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아! 나는 행복한 목회자이다'라는 자족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성도들의 사랑을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게 되는 것을 더욱 기뻐하고 있는 것이다. 변함없는 하나님의 사랑, 다함이 없는 하나님의 은혜, 끊임없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감읍해 하면서 '내게 주신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할꼬?'하는 행복한 신음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생을 다 바쳐서 주님께 충성을 하되 죽도록, 죽을 만큼 충성을 다해야 되겠다는 마음의 다짐과 결단을 하며 봉사의 손을 힘 있게 불끈 쥐어보는 것이다. 사랑을 느끼는 행복한 목회로 하나님께 감히 영광을 돌려드리고 싶다.

김원영 / 목사 ㆍ 서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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