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에게 정의를!"

[ 교계 ] 정대협, 20돌 맞이해 다양한 행사 개최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11월 23일(화) 13:36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공동대표:윤미향 윤순녀 한국염, 이하 정대협)가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기념 수요시위, 국제심포지엄, 문화제 등을 열고 한국과 일본 정부에 조속한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 지난 17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944차 수요시위.

지난 1990년 37개 여성단체와 개인이 모여 결성된 정대협은 2년 뒤인 1992년 1월 8일부터 일본대사관 앞에서 정기수요시위를 열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 17일 20주년을 기념해 열린 제9백44차 수요시위에는 국내외 지지자들과 취재진 등이 몰려든 가운데 김복동, 길원옥, 이순덕, 이용수, 김순악, 이옥선, 강일출 할머니가 맨앞줄에 자리해 1시간 반 가량 진행된 시위에 동참했다.

김복동할머니(85)는 "20년전 건강했던 할머니들이 이제 늙고 병들어 머리가 하얗게 샜다"며 "과거에는 우리나라가 약해서 당했지만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서 발언대에 선 이용수할머니(83)는 "우리는 더러운 위안부가 아니다. 엄연히 엄마 아빠가 지어준 이름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한명이라도 더 살아있을때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말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문제해결에 앞장설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나도록 문제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있어 한국교회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공동대표 한국염목사는 "위안부 문제를 기독교의 가치와 직접 연결시켜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심지어 교회여성들 중에도 (위안부는) 더러운 여성이라는 생각을 갖는 경우가 있는만큼 인식개선이 시급하다"며 "역사관 건립은 과거의 역사를 담는 것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전세계에 존재하는 전시하 여성폭력이 중단되기 위해서라도 위안부 문제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 이용수할머니가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촉구하며 일본대사관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한 목사는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기금 모금,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전국교회 서명에 대한 청원안이 95회 총회를 통해 통과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이 총회, 노회를 넘어 개교회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본교단 총회는 제95회 총회 개회예배를 통해 모아진 헌금 1천4백67만7천원을 지난달 정대협에 전달한 바 있다.

20주년 기념 수요시위 현장에서 만난 고환규목사(서울관악노회 공로)는 "비가오나 눈이 오나 눈물의 외침이 있는 이곳이야말로 보편화된 인권의 현장이다.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막상 와보면 너무 외롭다"며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역사관 건립에 힘써야 한다. 다음세대를 세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제9백44차 수요시위에 이어 정대협은 지난 18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창립 2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을 가졌다. 중국, 일본, 미국, 독일 등에서 발제자들이 초청된 가운데 참석자들은 정대협의 지난 20년을 돌아보고 향후 활동 계획 및 방향을 논의했다. 지난 19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기념문화제에서는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한국정신대연구소, 워싱턴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재독한국여성모임 등이 감사패를 수상했다.

   
▲ (맨 좌측부터) 한국염대표, 김복동할머니 등이 20주년 기념 케익을 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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