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이 필요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 연재 ] 기독교 대안학교 설립자들이 말하는 '교육과 하나님의 뜻'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0년 11월 18일(목) 13:21

   
▲ 기독교 대안학교인 데오스중고등학교 학생들.

"학교냐 교회냐?"
 
학창시절 우리를 괴롭혔던 이 질문은 언제나 사라질까. 얼마전 기자가 알고 있는 한 권사님은 '교회를 떠나겠다'는 자녀의 요청을 허락했다. 학교를 선택한 것이다. 기자 역시 대학입시를 앞두고 교회를 떠났었다. '하나에 집중해야만 더 잘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선택과 집중, 치열한 경쟁'이 성공의 지름길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았을까.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두 팀으로 나눠 경쟁시키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 어린이집은 청소할 때, 외부로 나갈 때, 자리에 앉을 때, 무언가를 배울 때, 간식을 먹을 때 등 거의 모든 상황에서 팀을 나누고 경쟁을 유도했다. 긴장한 아이들은 서툰 손놀림으로 움직였고, 그 과정에서 실수를 하거나 동작인 느린 아이들에게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긴 팀에만 특권이나 특혜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데오스 중ㆍ고등학교 이사장 강기호목사(드림교회 시무)는 이런 경쟁적인 교육에 대해 "애통하다"고 표현했다. 사교육 열풍, 조기 교육, 기러기 가족 등 이 사회가 만들어 낸 여러 교육 모델이 '신앙'을 등지고, '가정'을 분열시키며, '인성'을 파괴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강 목사처럼 학업을 위해 여러 중요한 가치들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대안적 교육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년 전 4명의 아이들로 시작한 데오스학교의 경우 올해 전교생이 50명을 넘어섰다. 교사도 2명에서 17명이 됐다. 강 목사는 자녀의 삶 전체를 중요시하는 부모들이 사회에서 좌절만을 맛보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이 획일적인 틀을 벗어나 창조적으로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지금도 대안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안교육도 '사회가 필요로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교육시설의 역할'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대안학교는 '돌봄'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데오스학교는 교사를 교실에 상주하도록 하고 개인차를 고려한 교육을 실시한다. 학부모, 교사, 학생들이 함께 '노력하는 공동체'를 이뤄가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
 
예향교회 양윤영목사는 2008년 대전에 예향기독학교를 설립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기본이 되는 것이 바른 기독교 영성"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기독교인조차 기독교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부모가 폭력, 음란물, 이기심 등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유해 요소들을 일일이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다. 그녀는 "학생들의 신앙이 성숙하고 비전을 품게 되면 이런 것들에 능동적으로 맞설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한 "한 주 1~2시간의 교회교육에 아이들의 신앙 전체를 맡겨두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가 지속적으로 신앙을 돌볼 수 있는 것이 대안교육의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처럼 신앙적이고 가족적인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는 학부모들도 고민이 없지는 않다. 아이들이 신앙교육을 힘들어하거나 기대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을 경우 대안교육을 포기하기도 한다. 또 비교적 많은 학비 역시 아직은 걸림돌이다.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하다가 지난해부터 전남의 한 대안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장동찬교사는 "부모가 교육의 지향점을 '엘리트'가 아닌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에 둔다면 많은 갈등이 해결될 것"고 전했다. 공부만이 행복의 열쇠라는 잘못된 암시로부터 해방되야 대안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윤영교장 역시 "부모들이 분명한 기독교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면 가정에서도 아이들을 잘 양육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모의 역할을 중시했다.
 
많은 학부모들이 '현명한 선택과 치열한 경쟁만이 성공의 길'이라는 사회의 암시에 흔들리고 있다. '하나에 집중해야만 더 잘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이겨낼 수 없다면 우리에게 주어지는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다.
 
대안교육을 택한 사람들은 "하나님은 당신의 자녀에게 많은 소중한 것들을 주셨는데 당신의 욕심이 학업을 제외한 모든 것을 버리게 만들지 않았는가"를 묻고 있다.
 
이들의 진정한 꿈은 대안교육이 필요없는 세상이다. 소수의 사람들이 경쟁을 통해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 가진 저마다의 소질과 가능성에 따라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세상이다. 어떤 것을 선택해도, 경쟁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사회의 지나친 경쟁 현상은 교회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유치원에서부터 혹독한 경쟁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바로 목회자이고, 교인들이니 이상한 일도 아니다.
 
교역자들이 경쟁하고, 교사들이 경쟁하고, 학생들이 경쟁하는 교회교육을 통해 진정한 섬김을 가르칠 수 있을까. 인성이 아무리 좋아도 공부를 못하면 '문제아', '반 평균 깍아먹는 아이', '불필요한 존재'가 되고, 성품에 문제가 있어도 공부를 잘하면 '모범생'이요 '리더'가 되는 세상이다.
 
기독교 대안교육자들은 "이제 교회가 희망"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하나님이 공부만 잘하는 사람을 원치 않으신다는 확신이 있어서이다.

받은 열 달란트 중 아홉 달란트를 묻어두고 한 달란트만으로 이윤을 남기려는 것이 오늘날 교육의 현실인 것 같다. 어린 시절 우리에게 많은 상처를 준, 그리고 우리 자녀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교육에 대한 치유를 이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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