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에도 생력화(省力化)가 필요하다

[ 논단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11월 18일(목) 10:28

교회마다 신년도 일꾼들을 세우느라 분주할 때다. 지금쯤 임명권자들은 인재를 찾아 새해에 어떤 일을 맡아달라고 의사를 타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믿었던 사람이 "못 하겠다"고 하면 퍽 실망하게 된다. 인재가 한정된 작은 교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교인들은 왜 교회 일 맡는 걸 기피하려 할까? 첫 째는, 일을 하기 싫어서다. 능력에 한계를 느꼈거나, 교회나 주위의 무관심으로 혼자 고생을 많이 해봐서 그렇다. 특히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은 좀처럼 회복이 어렵다. '겹치기' 사역을 하는 사람도 지치면 이렇게 된다.

둘째는, 그 일을 맡기가 어려운 사정이 있거나 신앙적 열정이 아직 부족해서다. 가족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그럴 수도 있다. 셋째는, 그 일이 자신의 능력이나 적성(은사)에 맞지 않아서다.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건 당사자에게는 고역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듯이, 인재의 발굴과 적재적소 배치는 교회 인사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인재를 잘 발굴하려면 당사자의 태도(의욕)와 능력(적성, 은사)을 살펴봐야 한다.

교회 인재에는 네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태도도 좋고 능력도 좋은 경우. 이런 인재는 즉시 발굴하여 일을 맡겨야 한다. 방치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둘째는 능력은 좋은데 태도가 나쁜 경우. 이런 인재에게는 일보다는 충전, 격려, 위로, 쉼이 필요하다. 셋째는 능력은 부족하지만 태도가 좋은 경우. 이런 인재에게는 일보다는 훈련의 기회가 필요하다. 넷째는 능력도 부족하고, 태도도 나쁜 경우. 이런 사람을 일에 투입시키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임명권자는 인재 풀(Pool)을 만들어 그들의 영성, 인격, 태도, 전문성, 능력 등을 평소 꾸준히 파악해야 한다. 잘못된 인재 등용은 본인, 함께 일하는 다른 사람, 그리고 조직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 바깥 세계에서 성취하지 못한 것을 교회 안에서 이루려는 사람, 신앙적으로나 신분상으로 정체가 분명하지 않은 사람,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도가 낮은 사람, 주위 사람들과 소통이나 협력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을 함부로 등용해서는 안 된다. 교회 유력자의 측근을 무리하게 중용하는 일도 다른 사람들의 의욕을 잠재울 수가 있다.

교회 사역자들은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이다. 자원봉사자들은 갑자기 그만 두라고 할 때 충격을 받는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려면 임명할 때 임기를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전문 분야의 임기는 일반 사역 분야와는 달라야 한다.

지친 사역자는 쉬게 해야 한다. 일반 사역 분야의 경우, 2~3년 사역 후에는 반드시 충전의 기간을 갖게 하는 것이 좋다.

그냥 쉬는 것이 아니라 1년 정도는 향후 담당할 업무 준비하기, 교회의 업무 전반에 대한 혁신 방안 마련하기, 새로운 사역 구상하기, 전문 분야에 대한 훈련받기 등을 수행하는 것이다. 업무의 특성, 개인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사역자들을 이 부서에서 저 부서로 일괄하여 옮기게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어떤 분야건 2~3년간은 같은 사람이 일을 해봐야 사역에 전문성과 일관성이 생긴다.

10년 전만 해도 교회에는 일할 사람이 많았다. 특히 여성 인력이 풍부했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오고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인력이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젠 교회도 '생력화(省力化)'에 나서야 한다. 생력화란 인적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소수 정예'의 경영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업무를 자동화(전산화)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발굴하여 적성에 맞는 일을 맡기고, 끊임없이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업무를 개선해야 한다.

서울의 어느 교회학교는 학생이 1천명인데 교사는 단 10명뿐이다. 아마추어 교사를 고도의 전문 프로페셔널로 생력화한 좋은 사례다.

조직에서 사람은 돈보다 귀한 자원이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이 귀중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필자의 견해로는, 교회 평신도의 70%는 자의든 타의든 교회 사역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그나마 참여하는 사역자들도 자신의 의욕과 창의성은 50%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교회의 리더들은 일할 사람이 없다고만 푸념하지 말고, 그 근본 원인부터 찾아봐야 한다.

이의용소장
文博ㆍ교회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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