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론과 레몬

[ 연재 ] < 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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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17일(수) 12:21

문학가 가운데 가장 난해한 작품을 남긴 이로 '이상'을 들 수 있다. 우리에게는 본명 '김해경'보다 '이상'이란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문제는 그의 작품 가운데 띄어쓰기나 맞춤법 등을 무시한 작품도 있는데,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해서 연구자 나름대로 이런저런 주장들을 해 온 것이 학계의 큰 흐름이었다.

그의 문학을 순수문학으로 혹은 저항문학으로 분류하면서 작품의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 소위 '역추적 방식', 마지막 죽을 때에 무슨 말을 남기고 죽었는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작품을 연구하게 되었다.

이상은 폐결핵과 싸우다가, 불온사상 혐의로 일본경찰에 체포되었다가 병보석으로 풀려난 후 1937년 봄, 도쿄대학교 부속병원에서 병사하였는데, 그가 죽을 때에 임종의 말로 '아 레몬을 먹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그의 순수함을 단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라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문학을 순수문학 입장에서 정리해 논문을 발표하여 박사학위도 받고, 그 학위로 대학교수 자리를 얻기도 했다.

그런데 극히 소수 일각에서는 '레몬'이 아니라 '메론'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는 죽을 때까지 '일제 강점기의 배고픔, 궁핍함'을 절규하면서 살았다고 하여 그의 문학을 현실저항문학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참 후에 이상의 임종을 지켜본 간병인이 나타나서 '메론'을 사다가 깎아 입에 물려주었다고 증언함으로써 레몬연구자들은 하루아침에 모든 연구물들이 사상누각이 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고, 메론연구자들은 늦은 감이 있지만, 제대로 연구성과물을 뒤늦게 인정받은 일이 있었다.

참된 것, 진실된 것을 붙잡는다는 것은 다수결의 원칙과는 다른 자리에 있음을 말해 준다. 교인이 많지 못하고 교회 규모가 작아도 주님 앞에서 진실과 참된 목회의 길을 붙잡고 걸어가는 것은 더 값진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재남 / 목사 ㆍ 아름다운동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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