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포스트모더니즘과 소비문화

[ 최근신학동향 ] 최근 신학 동향  10. 문화신학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11월 17일(수) 12:20

문화신학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를 하면서 필자는 현대문화신학의 배경 키워드로 포스트모더니즘과 소비문화를 소개한 바 있다. 교회와 신학공동체는 포스터모더니즘의 거대한 도전 앞에서 새로운 사상적 흐름에 응답할 수 있는 신학적 전통을 세워야 한다는 과제를 갖는다. 아울러 문화신학이 관심하는 것은 소비문화의 부상이다. 소비문화는 현대인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문화현상으로써 현대인의 보편적 삶의 양식으로 고착되고 있다. 그러나 물신화(reification)와 상품화라는 커다란 부작용을 낳고 있기에 신학공동체는 소비문화에 대한 비판과 대안적 삶의 모색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과의 조우를 모색하는 문화신학

대표적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인 푸코(M. Foucault), 리오타르(J. Liotard), 데리다(J. Derrida) 등은 근대적 사유모델들의 근원을 추적하면서, 서구의 전통적 형이상학이 근거하는 토대에 대해 심각한 이의를 제기하였다. 그들은 모더니즘적 사유방식이 이성중심적, 남성중심적인 사회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비판한다. 적지 않은 교회공동체들은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이러한 근대적 사유방식에 대한 저항을 곧 서구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기독교 사상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은 종교에 대하여  적대적이었던 모더니즘의 역사를 잊지 않고 있는 신학자들, 즉 린드벡(G. Lindbeck)이나 하우어와스(S. Hauerwas)같은 후기 자유주의(post-liberal theology) 계열의 신학자들에게는 매우 적극적으로 수용되었다.

이들은 오히려 자아정체성을 담보하는 전통의 중요성을 매우 중요하게 주목하였다.  그러나  전통이  강조된다고 하여서 무조건적인  문화적  보수로의  회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성신학 등의 해방신학 및 다양한 맥락적 신학들(contextual theologies)에서는 전통 안에 감추어져 왔거나 억눌려 왔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그들의 주장에 역사성을 부여하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문화에 대한 분석과 비판 그리고 변혁을 위한 신학적 모색

한편 사회학, 경영학과 문화인류학 등의 도움을 받아 현대문화의 특성이 소비문화에 기인함을 주목한 신학자들은 소비문화에 대응하는 문화신학적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대량생산체제와 광고마케팅의 발달로 인해 무차별적인 소비문화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들은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소비중심의 삶과 존재가 되어간다. 물론 소비문화가 문화 해독능력(literacy)을 폭발적으로 확장시키고, 최근 들어 등장한 생비자(prosumer: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사람, 참여형 소비자)의 개념처럼, 소수의 권위자에게 의존하는 권위적 문화체계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소비문화는 모든 것들을 (종교마저도) 물신화시키고 상품화시킨다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는 교회공동체와 그 구성원들의 신앙형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주목한 캅(J. Cobb), 밀러(V. Miller), 태너(K. Tanner)등과 같은 현대 문화신학자들은 무차별적인 소비문화의 가공할만한 영향력에 주목하면서 그 신학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비문화로 인한 상품화를 비판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비판력과 실천력을 겸비한 소비행위자(agency)들을 형성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들은 신앙적 전통 위에서 상업화와 자본적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제안하고, 근본적 소비문화의 배후에 있는 소유(possession)에 대한 신학적 해답을 모색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의 문화신학은 소비문화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번영신학에 대한 비판적 성찰, 공동체의 중요성과 개인 성품의 중요성(청지기로서의 검소의 덕)에 주목하면서 대안공동체로서의 신앙공동체를 적극적으로 주장한다.

임성빈교수(장신대 문화선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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