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에 심은 평화의 씨앗

[ 선교 ] 한아봉사회, 기독교평화센터 평화워크숍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11월 08일(월) 08:31
   
▲ 평화교육을 마치고 함께 한 캄보디아 청소년, 청년들. 뒷 배경은 이들이 그린 평화에 대한 그림들.

【캄보디아 프놈펜=표현모기자】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평화에 대한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해보세요." 진행자의 주문에 생전 처음 평화 프로그램을 접한 캄보디아의 청년과 청소년들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이내 하나둘씩 색연필과 크레파스를 들고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를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이들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가족이 단란하게 손을 잡고 있는 그림에서부터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그림, 얼굴 색이 다른 사람들이 웃으며 함께 손을 잡은 그림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나왔다.
 
지난 10월 31일 캄보디아 프놈펜 벙레앙청소년평화선교센터에서 진행된 평화워크숍의 모습이다. 이번 워크숍은 한아봉사회(이사장:김영태, 사무총장:서경기)의 지원으로 캄보디아 코디네이터 송준섭선교사가 기독교평화센터(이사장:손인웅) 소장 오상열목사를 초청해 진행한 본교단 최초의 본격적인 평화 프로젝트. '킬링필드(Killing Field)'로 상징될 정도로 내전과 학살의 아픔을 가진 캄보디아에 평화를 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날 워크숍에는 20여 명의 청년ㆍ청소년들이 모여 평화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 학살 겪은 캄보디아에 평화 교육

지난 20년에 걸친 내전으로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입은 캄보디아의 국민들에게 '평화'에 대한 요구는 그 어느 곳보다 절실한 것. 이러한 필요를 인식한 오상열 소장은 캄보디아에서 선교사역을 진행하고 있는 송준섭선교사에게 평화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해 이번 평화워크숍을 진행하게 됐다.
 
주입식 교육에만 익숙해져 있던 캄보디아의 청소년ㆍ청년들은 처음 겪어보는 참여 프로그램에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활기를 띠며 평화가 무엇인지, 평화를 이루려면 어떠한 노력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모색해 나갔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등학생 타위(18세) 양은 "평화가 어느 곳에 있는지, 평화를 얻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주님이 주시는 평화를 이웃들에게도 전할 수 있는 평화의 대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워크숍을 진행한 오상열목사는 "캄보디아와 한국은 똑같이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나라로서 서로가 서로의 거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관계"라며 "앞으로 10년 후를 바라보며 앞으로도 자주 방문해 평화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평화에 대한 자신들의 그림을 설명하는 캄보디아 청소년들.

# 킬링필드를 치유하는 평화필드 건설

송준섭선교사와 오상열목사, 그리고 이성욱선교사는 현재 캄보디아에서의 평화교육 이외에도 캄보디아에 평화의 정신이 더욱 깃들 수 있게 하기 위한 보다 큰 밑그림을 가지고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송준섭선교사가 한아봉사회 회원교회들의 후원을 받아 지난 2007년 건립ㆍ운영하고 있는 기독교연합봉사관이 킬링필드를 상징하는 뚤술랭감옥 옆 골목에 위치하고 있어 송 선교사는 이 거리를 '리빙필드(Living Field)'로 만들고자 하는 청사진을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 뚤술랭감옥은 지난 1975~1978년까지 약 2만여 명이 수감되어 단 7명만 생존한, 인간성 상실과 잔인성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송 선교사는 죽음과 상처로 상징되는 이곳에 반대되는 생명과 평화의 거리를 조성해 캄보디아인은 물론, 뚤술랭감옥을 방문하는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현재 이 거리에는 기독교연합봉사관, 프놈펜기술학교 등 선교시설 및 현지 엔지오 단체들이 들어서 있다.
 
특히 그 계획 가운데는 캄보디아 최초로 '평화박물관'을 만들어 평화교육을 실시함은 물론, 평화 도서 제작 및 전시, 문화 공연, 평화 상징 게시물 전시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송준섭선교사는 "고문과 살육의 현장 바로 옆에 생명과 평화의 거리를 조성하는 일은 오래 전부터 꿈꿔오던 일"이라며 "한국의 종로 5가와 같은 캄보디아 기독교의 중심지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죽음과 인간의 잔혹성으로 대변되던 킬링필드의 캄보디아. 그러나 멀지 않은 미래에 생명 평화의 문화가 꽃피길 기대해본다.
 

 

#  "평화는 투자하고 노력해야 얻는 것"

기독교평화센터 소장 오상열목사
   
▲ 기독교평화센터소장 오상열목사.

"선교는 매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되어 왔지만 1980년대 말 이후로는 그동안의 선교가 너무 공격적이었다는 반성과 함께 화해 및 치유선교로 그 큰 흐름이 형성되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내전으로 인한 학살의 경험이 있는 캄보디아에는 이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평화교육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달 31일 캄보디아 벙레앙청소년센터에서 평화워크숍을 진행한 오상열목사(기독교평화센터 소장)는 "이번에 진행된 평화워크숍은 비록 작은 첫 걸음이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이들에게 평화의 열망이 가득한 것을 보게 됐다"며 "앞으로 이들이 스스로 평화교육을 통해 평화의 정신을 가진 인재를 양성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비록 작은 씨앗을 뿌린 것이지만 이 씨앗이 10년, 20년 뒤 생명ㆍ평화의 거리와 생명ㆍ평화 마을 조성이라는 열매로 맺어지게 될 것을 믿음의 눈으로 보며 기대하고 있다"며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관심과 투자, 눈물 겨운 노력이 필요한만큼 긴 안목으로 사역을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번에 개최된 로잔대회에서도 평화는 주요 이슈가 됐고, 2013년 개최될 WCC에서도 평화는 더욱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게 될 정도로 전세계 기독교가 평화라는 이슈에 집중하고 있다"며 "한국교회 또한 더욱 평화라는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 목사는 본교단 총회 사회봉사부 간사로 재직하던 지난 2004년 이라크 구호방문 후 전쟁의 비참함에 충격을 받고 '평화누룩'이라는 모임을 결성해 기도 및 공부 모임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총회를 사임하고 캐나다 콘라드그래벨대학에서 '갈등해결과 평화건설' 과정을 수료하고 평화 공동체들을 순례한 후 그해 5월 기독교평화센터를 설립, 운영해오고 있다.
 
기독교평화센터(이사장:손인웅)는 현재 워크숍, 세미나 등을 통해 평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국내외 평화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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