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보 같은 사람아!

[ 젊은이를 위한 팡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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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03일(수) 16:47

장기려 의사가 부산 영도 피난민 촌 천막 병원에서 구슬땀을 흘리면서 환자를 돌보다가 젊은 조수 의사에게 "자네도 나처럼 살아" 하였더니 그 제자는 "선생님처럼 살면 바보소리 듣는데요?"라고 곧바로 대답하였다. 그러자 장기려 의사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 사람아 사람이 한 평생 살고 나서 바보소리 들으면 잘 산 거야!"라고 말하였단다. 이 젊었던 제자도 이제는 80이 넘었으나 그 시절 스승께서 들려주셨던 그 말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고 울먹였다.

바보 같은 사람은 손해 보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다. 한국에 왔던 선교사들 가운데 20년 넘게 장기 사역에 참여하였던 사람들은 다같이 두 동사를 실천한 사람들이다. 하나는 '포기한다'이고 다른 하나는 '잃는다'이다.

'포기한다'는 말은 미국에서 목사 혹은 의사로서 받을 수 있는 급여가 1/3로 줄고, 친구와 가족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장기 근무를 끝내고 돌아가면 본국 미국이 외국이 되어 생소하고, 적응할 수 없어서 한적한 지역에서 근무하다가, 이름 없이 하늘나라로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잃는다'는 현지 사역 기간 중 자녀를 하나 혹은 둘, 심지어 넷까지 잃었으며, 아내를 두 번 잃기도 하고, 마지막 자기 자신을 현지에 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받을 수 있는 보상은 무엇인가? 한국에서 자녀 넷을 잃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몸마저 한국에 묻은 전위렴(William M. Junkin, 1865-1908)목사는 "내가 한국에서 세례를 베푼 숫자가 동기생들이 미국에서 베푼 것보다 여섯 배가 많다"는 너무나도 바보스러운 말로 자신의 모든 포기와 잃음에 대한 보상을 이미 받았다고 간접적으로 피력하였다.

이들은 모두 다 젊은 시절에 예수님을 만나서 삶을 예수님께 바치기로 결심한 이래 죽는 날까지 그 결단에 충실하기 위하여 내면적 투쟁을 치르면서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들이다. 젊은 시절에 예수님을 위한 헌신의 결단을 내릴 수는 있지만, 아내와 자녀들 그리고 주변의 친구와 동료들로 인하여 그 결단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들은 결코 굽히지 않았던 고집쟁이였다.

이들에게는 항상 "마지막 하나님 앞에 섰을 때에 부끄럽지 않을까?"라는 종말론적인 생각이 앞서 있었다. 이들의 가치의 기준이 지금이 아니라 미래에 있었다. 미래가 현재로 앞당겨져서 현재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바보 같은 삶을 살 수 있다. 항상 앞을 먼저 보는 선견자, 선각자가 바보이며, 이들이 사회를 맑게 하고 이끌 수 있는 지도자들이다.

로마의 식민지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어거스틴(St. Augustine)은 30대 초반에 로마 황제의 문서작성관 그리고 국립 수사학 대학교 교수까지 겸하는 출세와 함께 돈 많은 상속녀와 약혼까지 하고서 밀라노(Milano)에서 보란 듯이 지냈지만, 예수님을 만난 후 이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 타가스테(Tagaste)로 내려가 수도원적 공동체를 세우고,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수도사로 그리고 목회자로 살았다. 그의 바보 같은 결단으로 우리 교회는 그에게 자유의지론, 삼위일체론, 그리고 은총론에 이르는 2백32여 권의 책과 함께 많은 신앙적 빚을 지고 있다.

한국교회에서도 이제는 20~30대의 젊은 시절에 하나님 앞에 섰을 때를 내다보는 눈으로 예수님을 위한 바보 같은 결단을 내린 후 80~90이 되도록 바보처럼 사는 새로운 어거스틴, 장기려 등과 같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나올 때가 되었다.

차종순총장/ 호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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