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알면 '괴담' 막을 수 있다"

[ 선교 ] 세계교회 에이즈 대책 마련 앞장, 한국교회도 관심 필요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0년 11월 03일(수) 15:07
보균자의 무차별적 성관계로 인해 사회적 공포가 조성되는 일명 '에이즈 괴담' 사건이 또 다시 일어났다.
 
현재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안 심리는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2년 여수, 2009년 제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관련자들은 모두 에이즈 음성 판정을 받았고, 이는 '정상적인 관계를 통한 에이즈 감염률은 매우 낮다'는 학설을 입증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에이즈'는 충격과 공포의 대상이다. 이는 에이즈에 대한 이해나 관련 지침이 없는 교회들에서도 마찬가지다.
 
반면 세계교회협의회(WCC)나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의 입장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WCC는 지난 2002년부터 아프리카 교회들의 에이즈 퇴치 지원을 위해 'EHAIA(Ecumenical HIV and AIDS Initiative in Africa)'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2006년 제9회 총회에서 선정한 6개 우선 사업에도 에이즈에 대한 교회 역할 강화를 명시하고 적극적으로 연구와 홍보에 힘쓰고 있다.
 
CCA도 지난 4월 제13차 총회에서 여성, 청년, 피플과 함께 에이즈를 포럼 주제로 선정했다. 특히 아시아에만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이 4백7십만명이 이르는 현황을 제시하며 교회마저 에이즈 환자들의 가치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처럼 세계 교회가 에이즈에 대해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있는 것은 에이즈가 사회적, 신체적 지원 외에 정신적 부분에도 상당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신(神)은 나를 버렸는가?'와 같은 종교적인 의문을 갖는 환자들에게 신앙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내년 8월 부산에서는 제10차 아시아태평양에이즈대회(ICAAP)가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 규모의 에이즈 관련 행사를 앞두고 최근 조직위원회는 한국교회에 관심을 요청해왔다.
 
조직위원회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3억3천2백만 명의 사람들이 에이즈에 감염됐으며 △2천5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에이즈 때문에 사망했다 △1천5백만 명의 아동이 에이즈로 인해 고아가 됐고 △매년 60만 명의 아이들이 에이즈에 감염되고 있다.
 
이들은 "종교가 에이즈에 대해 긍정적 역할도 하지만 동시에 부정적 역할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교인의 상당수가 '에이즈는 보균자의 부도덕한 행동에 의해 감염된다'는 비종교인보다 더 엄한 기준을 갖고 있다는 것. 그러나 실제로 에이즈 환자의 상당수는 수혈, 배우자를 통한 감염 등 도덕성과 무관하게 감염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에이즈는 수영장, 목욕탕, 화장실 같은 곳에서의 접촉으로 감염되지 않는다. 악수, 키스, 식사도 마찬가지며, 보균자와의 한 차례 성관계를 통한 감염률도 0.1%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에이즈 감염은 인간관계, 취업, 의료 및 공공서비스에서 격리되는 '사회적 사망'을 의미한다. 위원회가 제시한 지난해 차별 통계를 보면 한국인의 35%가 에이즈 보균자의 사회적 격리를 지지했으며, 24%의 응답자가 '가족이라도 격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입건된 10대 소녀 역시 보균 사실을 알고도 찜질방이나 PC방을 전전하며 성매매를 해야 했다.
 
이들을 위해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국내에서는 구세군이 비교적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구세군은 1998년 12월 한국 구세군 HIV/AIDS 대책팀을 결성했으며, 현재는 구세군 보건사업부로 명칭을 바꿔 △에이즈 예방 교육 △전문강사 양성 △대학생 자원봉사자 교육 △에이즈 및 성병 예방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또한 감염인들의 복지와 자활을 지원할 9개 지회, 상담센터,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99년 구세군 국제본영은 HIV/AIDS 정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인간의 면역기능을 결핍시키는 바이러스를 포함해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로부터 어떠한 거절도 받아서는 안된다. 에이즈 양성반응자들을 어떤 차별과 조건도 없이 수용하는 것이 우리의 정책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내의 에이즈 양성 반응자는 6천 명 정도. 전문가들은 "에이즈 환자의 사례가 더 이상 '괴담'이 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교회와 사회 모두에게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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