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밟기' 동영상이 주는 교훈

[ 사설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11월 03일(수) 14:06
 
'찬양인도자학교'라는 단체에서 훈련을 받던 몇몇 청년들에 의해 만들어진 '봉은사 땅밟기' 동영상이 지난 한 주간 동안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선교적 열정은 남들보다 뜨거웠지만 깊이 생각하지 못한 청년들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기독교를 향한 비난을 불러오고야 말았다. 결국 지도목사와 함께 봉은사를 직접 찾아가 공식 사과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격분한 네티즌들은 해외 선교지에서 행해진 사찰 땅밟기와 대구지역 동영상 등을 찾아 유포시키며, 이는 비단 일부 선교단체의 모습이 아니라 기독교 전반에 자리 잡고 있는 독선적 행태라고 비난을 쏟아 놓고 있다.
 
땅밟기 동영상에 발끈하는 것은 비단 불교계 뿐만이 아니다.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인터넷 상에 떠도는 동영상과 비난의 글들을 접하고는 타종교에 대한 배려가 없이 독선으로 가득찬 편협한 기독교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땅밟기는 여호수아가 믿음으로 여리고 성을 돌아 무너뜨렸던 것 같이 악의 세력을 무너뜨린다는 믿음에 의미를 두고 1990년대 이후 일부 선교단체들에 의해 행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기선교 팀들은 공공장소나 타종교 경내에서 잠시 찬양이나 기도를 하고 떠나버리면 그만이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영적 사역을 계속 펼쳐야 하는 현지 선교사들은 이런 활동들이 도리어 적대감을 불러와 선교의 문을 막히게 하기도 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폭발, 특공대, 정복 등 전투적 용어들이 선교와 전도현장에서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다. 물론 성도들의 영적 자세와 사명감을 고취시키려는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지만 영적 전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불신자들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이 파괴되고 정복되어야 할 대상이 되어 버렸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갈등의 골은 깊어 질 수밖에 없다.
 
이번 일로 한국교회가 보다 더 지혜롭고 성숙된 모습으로 선교의 장을 펼쳐나갈 기회를 삼아야 할 것이다. 복음의 진리가 변질되지 않으려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바른 선교관을 가진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선교나 전도 행위는 도리어 큰 반감을 불러 올 수 있으며, 복음의 진리를 왜곡하고 회의를 느끼게 할 수 있다. 정복자로 우뚝 서서 높은 곳에 군림하는 선교가 아니라 물처럼 낮은 곳을 향해 내려가 십자가를 지고 섬기며, 소외된 자들 곁에 다가가 벗이 되어 주는 사랑의 실천이 필요하다.
 
복음 전파 사명은 게을리 할 수 없는 우리의 사명이다. 그 복음의 중심에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신 십자가의 사랑, 아가페가 있음을 기억하고 '서로 사랑하라'는 새계명을 주신 주님의 가르침을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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