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의 외도가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용서되지 않는 40대 후반의 여집사.

[ 상담Q&A ] 김형준목사의 신앙 상담 Q & A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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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27일(수) 16:49

Q: 저는 40대 후반의 나이에 대학생 자녀를 둔 집사입니다. 저는 신앙을 갖게된 계기가 있습니다. 8년 전 남편의 외도로 제 마음을 이 세상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 분노와 배신감으로 고통스러웠을 때 친구의 권유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큰 태풍과 같은 소용돌이가 몰아 쳤지만 이 일은 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남편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같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외형적인 모든 문제는 다 해결되어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 지금 제 마음은 남편이 용서되지 않는 것입니다. 조금만 힘든 일이 생겨도 어느새 남편을 원망하게 되고, 남편 때문에 힘든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으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제가 남편을 원망하면, 남편은 다 지나간 일로 자기를 괴롭힌다고 역정을 내고, 자신은 지금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왜 그러냐고 반문합니다. 남편의 말이 맞다고 인정이 되면서도 제 마음에는 견딜 수 없는 미움과 서러움이 올라옵니다. 저는 이미 그때 다 용서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 문제가 저를 이토록 괴롭히고 있는 것일까요? 신앙생활을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너무 힘듭니다.

 

 

   
A :집사님이 호소하는 그토록 고통스럽고 말하지 못하는 분노와 배신감은, 비록 세월은 많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어도 아직도 집사님 마음에는 조금도 변함없이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사건이 일어난 그때보다 현재가 더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때와는 달리 집사님이 당한 일에 대해 마음의 상처를 이해해주고 관심갖고 위로 하는 사람도 없고 또 그런 분위기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내면의 태풍을 홀로 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의 당황함과 미움, 그리고 분노가 현재는 외로움과 고독으로 집사님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받은 상처는 세월이 흘러도 없어지거나 흐려지지 않습니다. 그 사건이 해결되거나 지나가면 현상적인 것은 사라진 것 같지만 다른 모양의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힘들게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더 깊게 내면을 멍들게 만들어서 세상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변형시켜 놓게 됩니다. 집사님이 그토록 힘들어하는 것은 남편의 외도가 준 마음의 충격과 상처를 당시 외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급급해 제대로 살피고 치유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아직도 그것에 대한 아픔과 고통을 느끼고 있다면, 이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일로 괴로워 하는 것 보다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직 나에게 남아있다고 이해하시면 조금 편안해 지실 것입니다. 큰 문제를 작게 조각내어서 해결하면 훨씬 편안하게 풀어갈수 있거든요. 그리고 힘든 일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서 정말 귀한 신앙생활을 하게된 것도 소중한 것입니다. 정말 만약인데, 그런 일이 없었다면 남편이 지금처럼 잘 하실 수 있으까 하는 것도 생각해보세요. 인생은 잃어버리는 것이 많은 것 같지만 그 가운데 얻어지는 것도 많은데, 안되는 것, 잃어버린 것, 좌절된 것만 생각하니까 마음이 많이 아픈 것이지요.

중요한 것 두 가지를 꼭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용서는 과정입니다.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처음 용서하기로 마음먹고 결단했던 것을 그 생각이 들 때마다 처음 하셨던 것처럼 또 그렇게 용서하시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일어난 과거의 일들을 바꿀 수 없지만, 그 사건이 자신의 미래에 영향을 어떻게 미치게 하느냐는 오늘 내가 선택하는 것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김형준목사/총회 목회상담지원센터 소장, 동안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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